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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흥 종교의 끊임없는 도전 앞에서: 통일교를 바로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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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4 ㅣ No.271

신흥 종교의 끊임없는 도전 앞에서 - 통일교를 바로 알자

 

 

오늘 이 땅에는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불교, 유교 등의 기성 종교 외에도 크고 작은 수백 종류의 신흥종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종교박람회장”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다종교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나. 신흥 종교의 창궐로 인한 사회문제는 그 어느 나라 못지않다.

 

특히 이들 신흥 종교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은 물론 기성 종교인까지도, 특히 “점잖은 가톨릭 신자들”을 가장 “끌어들이기” 쉬우며, 실제로 그 성과도 높다고 한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의 문패가 달려있는 집이 그들 선교의 우선적인 표적이다. 그들은 가톨릭 신자들의 일반적인 약점, 곧 신앙심은 강하나 이를 뒷받침할 성서나 신앙 지식이 약한 점을 뚫고 들어온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신흥 종교의 실제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이를 위한 교재나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미비한 탓도 탓이려니와 그들의 교리나 주장의 허구성을 파악하려는 신자들의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가톨릭 사회학자들과 신학자들을 비롯하여 가톨릭 교회에서는 신흥 종교의 실체에 대한 연구물을 간간이 내놓고는 있으나 일반 신자들의 활용도는 무척 낮은 편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1991년 “통일교, 그 실상과 오해”라는 책자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에도 일선 사목자들이 신자들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사목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통일교의 실상을 알리는 자료집을 내놓았다. 문선명(85세)을 교주로 하는 통일교는 설립된 지 반세기가 지나고 과거에 비해 교세가 줄었음에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공식 명칭을 1997년부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변화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 종교의 산모는 병든 사회, 병든 종교

 

신흥 종교들의 창궐을 그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으로만 돌리고 말 것인가? 많은 종교 · 사회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두 가지 이유, 곧 사회적인 모순과 기성 종교의 문제점을 꼽는다. 다시 말해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기성 종교의 종교답지 못함이 맞물리며 빚어낸 현상으로 분석하면서 “병든 사회와 병든 종교의 산물”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의 여러 분야가 제 자리를 잡고 있다면 신흥 종교가 창궐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또한 비록 세상이 기우뚱거려도 자기 종교가 세상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답을 제시해 준다면 굳이 새 우물을 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신흥 종교의 발생은 그 자체가 기성 종교에 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기성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든 취하지 않든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기성 종교가 “병든 사회의 병든 종교”로 변질되지 않는다면 굳이 이단, 유사 종교, 사이비 종교, 사교 등으로 불리는 신흥 종교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신흥 종교의 산모는 기성 종교”라는 등식에서 기성 종교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요구한다.

 

 

가톨릭 교회는 왜 통일교에 대해 그렇게 단호한가

 

가톨릭 교회는 모든 신흥 종교를 싸잡아 사이비 종교라고 매도하지는 않는다. 단지 여러 신흥 종교에서 주장하는 교리나 가르침 중에 공허한 것이나 거짓이 있음을 우려하고 그것을 배척할 따름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다른 종교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 사랑과 일치를 지향하고 있으나, 특히 통일교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문선명의 통일교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갖가지 형태로 활동하고 있으며, 포교 방법 또한 교묘하고 적극적이어서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빠져들고 있다.

 

교황청 비그리스도교 사무국은 이미 1985년에 통일교에 관여하지 말라는 문서를 발표하였다. 이 문서에서 교황청은 “평신도와 수도자 그리고 특히 사제들이 통일교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말고, 통일교의 지원을 받는 활동에 어떠한 참여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교황청은 왜 이러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는가? 통일교는 스스로 그리스도교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경전으로 삼고 있는 “원리강론”을 통해 주장하는 교리는 물론, 갖가지 형태로 벌이는 활동이 우리 그리스도교 교리와는 크게 상치하기 때문이다.

 

교주 문선명은 스스로 하느님께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을 ‘재림주’, ‘구세주’, ‘참아버지’라고 선포하고, 또한 자신과 부인 한학자가 ‘인류의 참부모’라고 천명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문선명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지 못하신, 곧 “실패한” 구원사업을 완성하러 온 재림주이다. 그래서 문선명이 와서 비로소 인류의 모든 죄를 용서하고 탕감 복귀를 이룬다는 주장이다.

 

사실 통일교는 설립 이래 그리스도교를 표방하는 다른 신흥 종교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정통’ 그리스도교임을 자처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특히 1980년대부터는 신문 창간, 발레단 창단, 교수협의회 설립 등을 통해, 적어도 겉으로는 종교보다는 사회활동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문선명이 여러 국가의 주석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일에 치중해 왔다. 최근에도 통일교는 ‘정통’ 열기가 많이 식은 모습을 보이면서 정당 설립과 사업 확대 등 이른바 세속적인 일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후계자 구도를 정착시키려는 통일교

 

1954년 5월에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명칭으로 문선명이 설립한 통일교는 1963년 공식 사회단체로 정부에 등록하였다. 1970년에는 한국종교협회에 가입하여 형식적으로는 종교단체로 활동해 왔다. 미국에서는 이미 그 이전인 1963년에 종교단체로 등록하였다. 이렇게 통일교는 명분상 그리스도교 종교단체로서 정체성을 확보하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1997년 4월 공식 명칭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바꾸고부터는 가정 해체의 사회적 현상을 치유하는 데 통일교가 앞장설 것을 천명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과 행사를 벌여오고 있다. 한 종교단체의 공식 명칭을 바꾸고 주력사업을 바꾸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교주인 문선명이 고령이 되면서 후계자 문제가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선명의 후계자로 부장하고 있는 사람은 문선명과 한학자 사이의 5남으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 부회장을 맡고 있는데, 36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아버지와 같은 지도력을 지니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후계자 구도를 정착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이 많다.

 

 

통일교의 합동결혼식

 

신흥 종교는 대부분 기존의 가치와 규범을 배격하면서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더러는 사회 발전에 필요한 것일 수도 있으나 많은 경우에 도덕성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세인들의 많은 시선을 끌고 있는 통일교의 대규모 합동결혼식은 어떤가?

 

통일교 신지들은 문선명 · 한학자 부부를 ‘참부모님’이라고 부른다. 통일교는 전 인류를 하나로 묶는 통일 가족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여느 신흥 종교와 마찬가지로 배타적인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공동체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통일교 신자들 2세 간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 가정을 가장 완전한 가정으로 보고, 이들이 다른 종교 신자와 결혼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 심지어 통일교 신자 2세가 다른 종교 신자와 사귀는 것조차 제한하고 있다.

 

이 집단 결혼식과 관련하여 2년 전 일본 도쿄 지방법원에서는 통일교가 패소한 판결이 있었는데, 법원은 판결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신자는 통일교회가 선택한 결혼 상대를 거부할 자유가 없었고, 집단결혼식에 참가하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가르침을 받아왔는데 이는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통일교의 이러한 집단 결혼식에 참여하려면 “합동결혼 비용 1천만 원, 조상 구원 헌금 2-3천만 원, 천국행 탕감비 1천 2백만 원, 천국 황족 입적 헌금 2천 1백만 원, 문선명 비행기 헌금 1백만-1천만 원” 등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식 뒤에도 계속해서 많은 헌금을 해야 한다. 실제로 결혼식을 마친 신도들 중에는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통일교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합동결혼식의 피해 사례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4년 전 통일교 실태 파악과 사목적 대응방안을 연구하였으며, 특히 통일교가 가톨릭 신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통일교는 교세 확장의 한 방법으로 국제결혼을 주선하는데, 주로 농촌에 거주하거나 결혼에 실패한 남성 또는 늦도록 결혼하지 못한 남성을 대상으로 국제결혼 희망자를 모집하여 필리핀 등에서 한국에 오기를 바라는 여성과 통일교식으로 맺어준다고 한다.

 

이렇게 결혼한 사람들 가운데 많은 외국인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한 20대 필리핀 여성의 사례를 소개한다.

 

세리나는 1999년 10월경 자신의 집 가까이 있는 통일교 센터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 통일교를 알게 되었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 가톨릭 교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통일교 센터에서 한국인과 결혼하면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인과 결혼하겠냐는 제안을 해오자 세러나는 이에 동의하였으나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세리나가 한국 사람과 사랑이 없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며 취소하려고 하자 통일교 측에서는 취소하려면 그동안의 비용 약 400달러를 내야 한다고 했고, 세리나는 돈을 갚을 길이 없어서 결국 입국하였다.

 

세리나는 2000년 2월에 입국하여 곧바로 집단 결혼식을 하였으며, 결혼식을 마치고 40일간 합숙을 한 다음 신랑(40세, 농업)과 만나서 3일간의 예식을 치렀다. 그러고는 신랑의 집에 가서 함께 생활하였으나 나이 차이가 많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여권과 신분증을 남편에게 남겨둔 채 서울로 올라왔다.

 

[경향잡지, 2004년 9월호, 김진복 필립보(경향잡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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