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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한국의 주교좌 성당: 공동체의 힘으로 세운 거룩한 성전, 광주대교구 주교좌 임동 성당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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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3-30 ㅣ No.847

한국의 주교좌 성당 (3) 공동체의 힘으로 세운 거룩한 성전, 광주대교구 주교좌 임동 성당에 이르기까지

 

 

광주대교구 주교좌 임동 성당(주보 : 성 안셀모)은 지난 호의 주교좌 성당들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수직성과 중심성을 강조한 고딕의 압도적인 위용 대신 장방형의 바실리카 양식을 차용한 이 건축물은 외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부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전을 품고 있다. 담장을 헐어 시민에게 개방한 마당1)과 대성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지붕의 예수 성심상은 교구민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서 인자하게 환대한다. 이러한 공간감을 통해 우리는 ‘인간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신 예수 성심’을 전달받게 된다. 마치 동네 본당에 온 듯한 포근함과 경건함을 느끼는 것이다. 왜일까, 이러한 다름은? 성당 건립 과정과 배경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평범한 본당이 주교좌가 되어 이후 40년간 주교좌 성당으로서의 면모를 스스로 모색해 온 공동체의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공간화되었기 때문이다.

 

광주대교구는 1931년 ‘전라 감목 대리구’가 설정된 후, 교황청이 전라남 · 북도의 분리를 승인하고, 사목권을 위임받은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이 입국하면서 제반 여건이 마련되자 1934년에 ‘전남 감목 대리구’로 분할 · 설정되었다. 1937년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관할 구역으로 하는 광주 지목구로 지정되어 맥폴린(O. McPolin, 林) 신부가 초대 교구장에 임명되었고, 1957년 ‘광주 대목구’로 승격되었으며, 1962년 3월 10일 교계 제도가 설정되면서 ‘광주대교구’로 승격하였다. 주교좌는 처음에 목포 산정동(山亭洞) 본당(1937-1957년)이었다가 광주 북동(北洞) 본당(1957~1983년)으로, 다시 임동(林洞) 본당(1983년~현재)으로 이관되면서 다소 복잡한 변천사를 가지고 있다.

 

북동 성당이 노후화되고 신자 수의 급증으로 공간이 협소해지자 1979년 임동 성당 부지 내 대성전 건립이 결의되었다.2) 교구는 이 주교좌 성당을 교구 발전에 기틀을 놓은 제5대 교구장 헨리(H. Henry, 玄海, 1909~1976) 대주교 기념 대성당으로 봉헌하기로 하고, 1980년 12월 15일 착공식을, 1983년 9월 28일 윤공희(尹恭熙, 빅토리노) 대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하였다.

 

임동 대성당은 “천장 골조의 노출에 의한 인상적인 내부 공간과 다양한 제치장(exposed, 노출) 콘크리트의 외관 처리 및 적절한 매스(mass)의 연결이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평가된다.3) 정삼각형을 모듈로 하여 소성당과 대성당이 결합된 매스에, 신랑과 측랑의 공간 구분이 뚜렷한 변형된 장방형 평면으로, 중세적 구조 미학을 상징하는 리브(rib)4)를 천장에서 표현하고자 했고, 광창(光窓)에서는 삼각형의 모티브를 그대로 채용하였다. 그러나 내부 열주의 서로 다른 간격 탓에 베이(bay) 시스템이 성립하지 못하여 리브의 형태에 무리가 발생했고, 성당의 방향축성(axis)이 반감된 점 등은 아쉽다.

 

선교사가 아닌 공동체 자력으로 건립한 임동 대성당은 “새 성전을 우리의 힘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전 교구민이 600만 단이 넘는 묵주기도를 바친 당시 광주대교구의 숙원사업이었다. 비록 오랜 역사를 지닌 주교좌 성당은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교구 사목의 중심지로서 충실히 역할 해 왔으며,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5)을 주는 열린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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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대 중반부터 조경공사를 새롭게 하고 담을 헐어 성당 구내를 지역민을 위한 휴식처로 제공하였다.

2) 설계는 박강평(예우종합건축), 시공은 ㈜삼영건설산업이 맡았다.

3) 김정신,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사』, 한국 가톨릭 문화사 대계 제3집, 1994 참조.

4) 리브(rio) : 둥근 천장에 있는 갈빗대 모양의 뼈대.

5) 광주대교구 2022년 사목 교서 중에서(제9대 교구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

 

[교회와 역사, 2022년 3월호, 이오주은 미카엘라(한국교회사연구소 미디어콘텐츠사업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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