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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목] 플랫폼 노동자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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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2-07 ㅣ No.1246

[인권 주일 특집] 플랫폼 노동자의 인권


어떤 노동이든,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호가 필요하다

 

 

음식을 배달시키고 여행을 위해 숙소를 예약하고 택시 탈 때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집에서 손가락 하나면 지구 반대편의 물품도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수요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특히 택배와 배달은 코로나19 비대면 일상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됐고, 배달 노동자들은 K방역의 숨은 인력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각광을 받으면 그 이면에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다.

 

인권 주일을 맞아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플랫폼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 본다.

 

 

플랫폼 노동이란

 

플랫폼 노동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탄생한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등장한 노동형태로 앱 등 디지털 플랫폼에 소속돼 일하는 것이다. 배달대행 앱, 대리운전 앱 등을 통한 노동이 여기에 속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사업자에 속한 전통적인 개념의 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노동 형태를 띤다. 학술적으로는 디지털 경제의 한 축으로서 플랫폼 경제, 공유 경제라고 한다. 플랫폼 시장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연평균 26% 증가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플랫폼 노동의 이면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습니다.”

 

플랫폼 업계가 홍보하는 달콤한 말이다. 실제로 진입장벽이 낮아 플랫폼 노동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최대 54만여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가 1억1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플랫폼 노동을 찾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여행업에 종사하던 이정수(가명)씨는 코로나19로 기약 없는 휴직기에 들어갔다. 아내와 두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이씨는 계속 쉴 수 없어 국내 굴지의 배달 대행업체에 문을 두드렸다. 실제로 진입장벽은 낮았다. 하지만 잠깐 하게 될 줄 알았던 일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본업이 됐고 배달 업계 현실을 고스란히 접하게 됐다. 이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이 있고, 업계가 홍보하는 말처럼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명 ‘라이더’라고 불리는 A업체 배달 기사는 커피 2잔을 배달 가다 오토바이가 전복돼 머리 쪽으로 넘어졌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큰 부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본사에 상황을 보고했다. 돌아온 답변은 커피는 어떻게 됐냐는 것이었다. 라이더에게 엎어진 커피 2잔 값을 청구하며 대화는 끝났다. 책임은 있지만 권한은 없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 준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직영점의 경우는 라이더들도 늘어나 폭증하는 물량을 감당하고 있지만, 라이더들 끼리 같은 콜(주문)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입이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의 경우 물량에 비해 라이더 숫자는 늘지 않아 업무량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낮은 배달료로 인해 하나라도 더 뛰기 위해 속도를 내면서 안전에도 위협이 가해졌다.

 

또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라이더들을 자유롭게 두지 않는다. 라이더들이 일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만들어지고, 이 알고리즘이 최적의 배달이라고 라이더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라이더들에게 족쇄가 된다. 너무 먼 위치거나 힘들어서 콜을 거절했을 때 매겨지는 평점에 의해 일이 장시간 배정되지 않기도 한다. 또 순간순간 배달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따라가다 보면 속도를 내지 않을 수가 없다. 1분이라도 지각하거나 소비자에게 불만이 나오기라도 하면 이는 고스란히 라이더가 져야 할 몫이다.

 

구 팀장은 “현재 배달료인 3000원은 10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안전신호를 준수하면서 배달하려면 적정 수준으로 배달료를 다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생을 위한 개선 필요

 

한국공인노무사회 박영기(요한 사도) 회장은 “기존 근로기준법으로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어렵다”며 “바뀐 상황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별도의 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도 플랫폼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와 연차 보상, 병가 등 기본적인 근로자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국민보험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실업급여, 연차 보상, 유급 병가 제도 등을 도입해 최소한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직업안정법 상, 근로자 알선 수수료는 10%로 명시돼 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보통 20~30%를 가져간다”며 “10~15% 수준으로 수수료 단가를 내리고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조금 더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서로가 안전하게 상생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 근로자는 이제 일하는 시민 개념으로 넓혀졌다”며 “같은 시민 입장에서 착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를 생각하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교회의 노동 인권

 

교회가 노동에 대해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노동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레오 13세 교황은 1891년 첫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를 반포했다. 이를 통해 교회는 산업사회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를 옹호하고 대변했다.

 

교회는 계속해서 노동 인권을 얘기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는 노동 자체에 대한 인간학적이고 신학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즉 노동의 주체로서 자기완성을 이루는 인간 활동 자체에 중점을 두면서,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더 심도 깊게 다룬 것이다.

 

지난 9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노동사목소위원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배기현 주교는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기술 혁신 시대에 노동은 또 다른 ‘새로운 사태’를 맞이한 것”이라며 “교회는 모든 인간의 존엄함이 지켜지는 중요한 방법이 노동에 있음을 선포해 왔다”고 밝혔다. 오늘날 변화되고 있는 노동 개념 안에서도 인권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현대사회 구조는 결국 자본으로 이뤄지는 산업체계”라며 “노동이 도구화 되고 있는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적극적인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오늘날 플랫폼 노동자들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인권은 배제되고 있다”며 “같은 하느님 자녀로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과 함께 구조적인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2020년 12월 6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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