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1일 (화)
(백) 한가위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교회법

생활 속 교회법 이야기: 낙태가 그렇게 큰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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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31 ㅣ No.518

생활 속 교회법 이야기 (9) 낙태가 그렇게 큰 죄인가요?

 

 

교회는, 인간 생명은 난자가 수정되어 그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모든 성장 과정에서 차별 없이 똑같이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가르쳐 오고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낙태를 대죄로 가르쳐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여성 중에서, 심지어 교회 안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 중에서도 이러한 분들이 많습니다.

 

낙태의 자유를 외치시는 분들의 주장 이면에는, 태아를 그저 여성의 몸의 일부로만 치부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낙태는 여성의 몸의 일부를 단순히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초기 단계의 인간 생명을 해치는 행위이며, 무고한 인간 생명을 죽이는 명백한 살인 행위입니다. 따라서 낙태는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생명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로서(가정 권리 헌장 제4조), 흉악한 죄악이며(사목헌장 제51항), 인간의 존엄성과 황금률과 창조주의 거룩하심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제2261항). 같은 맥락에서 1974년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는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인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면 결코 그것이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인공 유산 반대 선언문 제12항)”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교회법은 초세기부터 낙태죄를 범한 사람들에게 형벌을 부과하여 왔습니다. 1917년의 교회법전에서는 낙태를 파문의 벌로 다스렸으며(제2350조), 1983년에 개정된 현재의 교회법전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낙태를 주선하여 그 효과를 얻는 자는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제1398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파문 처벌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어떤 죄가 지닌 심각성을 충분히 깨닫고, 진정으로 회개하고 뉘우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교회는 낙태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당사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깊은 연민으로 대합니다. 또한 낙태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적 동기, 사회 · 문화적 동기에 대해서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이유와 동기, 상황보다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 생명의 가치가 최우선임을 믿기에, 이 세상 모든 사람(심지어 신자들마저!)이 등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인간 생명의 불가침적인 가치와 존엄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낙태 문제를,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이라는 ‘권리’의 차원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그 시작부터 보호해야 하는 신앙인의 ‘의무’ 차원에서 이해하여야 할 것입니다.

 

[2020년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춘천주보 2면, 이태원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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