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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칸 영성: 관상,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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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07 ㅣ No.422

작은 형제회 프란치스칸 사상연구소 제14차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 발표회

관상(觀想),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 성소


20세기 가톨릭 신학계에선 관상과 신비신학 논쟁이 벌어졌다. 관상(觀想, Contemplatio)이 과연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적 성소인지, 아니면 특별한 은총을 받은 소수의 성소인지에 대해서였다. 오랜 논쟁 끝에, 관상은 그리스도인 모두의 보편 성소라는 데 신학적 합의가 이뤄졌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교회헌장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며 그 보편성을 선언했다.

작은 형제회 프란치스칸 사상연구소(책임자 고계영 신부)가 성 클라라 수도회 탄생 800주년을 맞아 6월 25~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수도회들 관상을 중심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 성소인 관상을 살펴보는 학술발표회를 열어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국내에 보급돼 있는 관상을 소개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 성소인 관상'을 주제로 한 이번 제14차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발표회는 △베네딕도회 관상 :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성독) △도미니칸 관상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예수회 관상 :로욜라의 이냐시오 △가르멜 관상 : 아빌라의 데레사ㆍ십자가의 성 요한 △향심기도 △프란치스칸 관상 : 아시시 프란치스코ㆍ성녀 클라라 등에 대해 다뤘다. 학술발표회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등 420여 명이 등록, 관상에 대한 교회 공동체 전반의 관심과 열기를 입증했다.
 
- 작은 형제회 고계영 수사신부가 '남편의 사랑'이라는 사례를 통해 탁월한 관상가였던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관상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도자 특권이나 전유물 아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장 박재만 신부는 '21세기 지평에서 바라본 관상'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관상기도가 수도자들 특권이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본분이라는 사실 확인은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 각 생활상태에 따라 적절한 기도, 묵상기도, 관상기도에 대한 적극적 가르침과 활발한 훈련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상기도의 모범이며 스승인 예수 그리스도를 시작으로 역사 안에서 영성 대가들의 관상, 오늘 그리스도인 생활에서 배워 실천해야 할 관상기도, 관상기도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하나하나 짚었다.

첫날 주제발표는 베네딕도회 관상과 도미니칸 관상으로 나눠 이뤄졌다.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허성석(로무알도, 베네딕도회) 신부는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의 정의와 특성, 중요성, 역사, 단계, 요령, 기도 등을 살핀 뒤 "렉시오 디비나는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렉시오 디비나는 우리를 하느님 말씀에 더욱 쉽게 다가가게 해 말씀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게 하며, 우리가 늘 그분의 현존 안에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전통적 수행법"이라며 "좋다는 기도법이나 묵상법을 찾아 부평초처럼 여기저기 쫓아다니기보다는 말씀을 통해 하느님 현존 안에 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근(독일 로스톡대 신학박사, 연세대 강사) 목사는 '도미니칸 관상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관상과 실천'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에크하르트는 영혼 초탈을 통해 하느님과의 신비적 일치(unio Mystica)를 추구했다"며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도미니코회 수사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보다 더 후세에 영향을 미치고 논란의 여지를 남긴 신비주의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상 자체가 하느님의 역사

둘째 날 주제발표는 예수회 관상과 가르멜 관상을 다뤘다. 심종혁(루카,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예수회) 신부는 '「영신수련」에 기초한 이냐시오식 관상의 이해와 실천'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신비 사적을 관상하며 진행되는 영신수련은 근본적으로 구원 진리의 객관적 지평에서 투신이라는 주관적 응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이기에 이냐시오식 관상에는 본질적으로 사도적 양성을 위한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관상기도를 통해 만나는 주님은 우리를 새로운 지평에서 하느님과 세상을 바라보도록 변화시켜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가르멜 관상 :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ㆍ십자가의 성 요한'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현찬(에우세비오, 가르멜 남자 수도회 대구수도원) 신부는 우선 데레사의 기도교육에 대해 살피고 "영혼이 제 모든 능력을 거두어 들여 자기 안으로 들어가 주님과 같이 있는 '거둠 기도'를 통해 데레사는 자신만의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해내는데, 이 거둠 기도는 진정한 개인기도"라며 "그것은 '데레사적 스타일'의 수덕적 기도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십자가의 성 요한이 가르치는 관상기도도 교회 안에서 전통적으로 영성가들이 가르쳤던 관상기도와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요한은 관상기도가 하느님의 역사하심이고 기도하는 영혼은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날 발표에서 김경순(아녜스,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녀는 향심기도 기원과 방법, 신학적 기초, 수련 전반에 대해 개괄하고 "향심기도는 어떤 영적 체험이나 선물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 중심에 계신 하느님, 즉 선물을 주시는 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하느님 추구는 관념이나 상상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삶 안에서 애덕 실천을 통해, 그리고 바보스러울 만큼 인내심을 갖고 향심기도를 철저히, 꾸준히 수련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리스도 수난과 고통 관상해야

고계영(바오로, 작은형제회) 신부는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관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프란치스코는 중세에 통용됐던 관상 개념과는 달리 하느님 신비를 바라보는 관상 개념을 나타내고자 주로 '보다(videre)' 동사를 사용했다"면서 "프란치스코의 관상 안에서 '보다'라는 동사는 신비적 감각을 통해 이뤄지는 넓은 의미에서의 바라봄, 즉 신비에 대한 체험적 인식이나 깨달음을 의미한다"고 요약했다.

이재성(보나벤투라, 작은 형제회) 수사는 '성녀 클라라의 관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성녀 클라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관상했고, 그분의 온갖 수고와 어려움과 업적을 품어 신성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꿔 갔으며, 궁극적으로는 삼위일체를 관상했다"고 설명했다.
 
[평화신문, 2012년 7월 8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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