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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미술칼럼: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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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17 ㅣ No.890

[미술칼럼]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모습

 

 

우리 교회의 많은 미술가들이 하느님의 성전을 아름답고 거룩하게 꾸며줍니다. 그들의 예술 작품을 통하여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앙의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교구에는 가톨릭미술가회가 있으며 이곳에 몸담고 활동하는 회원이 900여 명에 이릅니다. 세계 교회에서 이처럼 많은 화가들이 역동적인 활동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1970년에 창립된 서울가톨릭미술가회의 역사도 어느새 50년이 지났습니다. 오늘날 미술가회가 큰 나무로 성장하기까지는 초기에 척박한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린 사람들의 공이 있었습니다. 교회 미술의 초석을 놓은 장발(루도비코, 1901-2001) 선생, 미술가회를 만들고 이끈 이순석(바오로, 1905-1986) 회장, 김세중(프란치스코, 1928-1986) 회장, 이남규(루카, 1931-1993) 회장의 공헌이 컸습니다. 이분들의 뒤를 이어서 가톨릭미술가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 조각가 최종태(요셉, 1932-) 회장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교단에서 가르치고 작업실에서 작품을 제작하며 우리나라 조각과 교회 미술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였습니다.

 

최종태 조각가는 유럽 성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기에 교회 미술의 토착화를 위해 활동하면서 우리의 얼굴과 모습을 지닌 성상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만든 예수상이나 성모상, 십자가의 길 14처 등은 우리 눈에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친근한 모습입니다.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심성과 정서가 작품에 담겨 메마른 삶과 마음을 적셔줍니다.

 

작가는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내면적인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명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단아한 소녀상이나 성모상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과 마음을 모으게 됩니다. 2000년, 그가 서울 길상사에 만든 관세음보살상 앞에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이 시대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도 창작에 몰두하는 작가는 “아흔을 맞은 지금에서야 작품이 자유롭게 만들어진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우리가 즐겨 찾는 명동대성당에도 최종태 조각가의 <예수상>. <십자가의 길>, <김수환 추기경상>이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교구의 대치2동성당, 돈암동성당, 명일동성당, 목동성당, 목5동성당, 상도동성당, 세종로성당, 신도림동성당, 압구정1동성당, 연희동성당, 오금동성당, 위례성모승천성당, 잠실성당, 절두산 순교성지, 정릉4동성당, 중앙동성당, 한강성당, 혜화동성당(가나다순)에서도 작가의 다양한 교회 미술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2년 10월 16일(다해) 연중 제29주일 서울주보 7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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