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성미술ㅣ교회건축

본당순례: 예수성심의 사랑 속에 걷고 뛰었던 60년 사천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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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12 ㅣ No.894

[본당순례] 예수성심의 사랑 속에 걷고 뛰었던 60년 사천성당

 

 

본당설립 60주년 행사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사천성당은 여전히 잔칫집 분위기다. 건물 외벽에 걸린 현수막이 그렇고, 성전에 빼곡 찬 신자들에게서도 생동감이 풍긴다. 교중미사의 공지사항 때에 전주홍 요셉 주임 신부는 5백 명분 잔치음식을 성심껏 만든 자매들에게, 시설 등을 치다꺼리한 형제들에게 노고를 치하한다. 또 성전 전등을 보완하고 조도를 높여, 미사전례 때 신자들이 한층 밝음을 누리게 된 환경을 섬세하게 설명한다. 

 

 

온 신자들이 힘 모은 60년 잔치

 

미사 후에도 모임을 챙기며 분주한 김 마리 폴 수녀는 “사천성당은 참 따뜻하고, 젊은 분이 많아 활기차다”고 미소를 던지고는 신자들 속으로 사라진다. 추진위원장을 맡아 60주년 기념사업을 관장한 조복래 마리오와 부회장 김증선 마리나를 마주했다. 전날 미리내와 죽산으로 여성협의회 성지순례를 다녀왔다는 부회장은 피곤함이 역력히 묻은 얼굴임에도 뿌듯함이 훨씬 크다는 속내를 말한다. 행사 당일 손쉬운 뷔페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우리가 하자’는 자매들의 의기투합으로 잔치음식을 거뜬히 해냈다는 것이다. 큰일을 끝낸 자매들과 함께 성지순례로 마무리를 짓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단다.

 

잔치음식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신자들이 힘과 재료를 보탰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쌀이나 채소를 가져오고, 형편이 닿는 대로 무엇이든 가져다 날랐다. 자매들은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고, 형제들은 설거지를 도맡았다.

 

사천성당 신자들은 소수의 힘이 아니라 모두의 협력으로 60주년을 이루자는 목적으로 교무금 한 달 치 정도를 봉헌하여 온 신자의 잔치가 되기를 바랐다. 성당 내·외부를 단장하고, 성전에는 사진전시회를 꾸렸다. 연말에 발간할 <60년사>를 대비하며, 우선 사천성당의 어제와 오늘이 담긴 소책자도 발간하여 배부했다. 이러한 일들을 이루는 동안 코로나19로 허물어진 공동체의 울타리가 복구되고 더욱 결속되었다.

 

 

모든 것이 은총이었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었습니다”

 

사천성당은 올해 이 기치를 내 걸고, 주님의 은총을 곱씹는 시간을 가졌다. 1962년 6월 ‘예수성심’을 본당주보로 본당이 설립되어, 60년이 흐르는 동안 거쳐 간 사제들과 그분들이 이곳에 안겨준 영향력을 짚어보며 그리움에도 잠겼다. 그 시기 그 상황에 따라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손길을 뻗고, 신자들의 본분을 다하도록 실천사항을 제시하며 틀을 갖추게 한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1997년에 이룬 새 성전 건립이나 2007년 서포공소에 새 성전을 마련한 때에도 돌이켜보면, 무지하게 흘린 땀도 뜨거운 발품도 은총의 시간이었다.

 

조복래 마리오 추진위원장은 이 은총의 시간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알차고 제대로 된 <60년사>를 발간하려 준비하고 있다. 사천성당은 <30년사>를 발간한 후 50주년에 책을 발간하려다가 준비가 좀 부족하여 미루었다. 이번에는 <30년사>에서 발견한 오류도 바르게 잡고 그 후의 역사 기록도 세심하게 살폈다. 조급하게 하지 않으려고 오랜 시간을 두고 본당일지나 주보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역사를 아는 어른들을 찾아 녹취도 하고 기록하며 빈틈없이 챙기고 있다. 은총 속에서 산 신자들의 글도 많이 받았고, 60주년 행사까지 모두 포함하여 <60년사>에 담기 위하여 서둘러 만들지 않고 연말에 발간하려 한다.

 

사천성당에는 1965년 축동에 조성한 성당묘지가 있다. 여기 신자들은 세상을 떠나면 거의 모두 그곳으로 간다. 얼마 전에 선종한 조영일 루카 초대회장 장례는 온 신자들의 애도 속에 레지오장으로 경건하게 치러졌다. 존경받는 원로인 그는 국가유공자임에도 현충원으로 가는 것을 마다하고 성당묘지를 원하여 거기에 묻혔다. 그만큼 성당묘지는 신자들의 자랑이다. 특히 위령 성월을 맞으면 묘지를 손질하며 신자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고 사후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남녀노소나 신구 신자들과 조화

 

사천지역의 특색은 직장으로 인해 유입되는 인구가 많고 또 떠나는 사람도 많다. 성당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을 따라 이동해 온 젊은 가족이 많아 고무적인 반면에 몇 년 사이에 신자들의 얼굴이 바뀌어버리는 아쉬움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따라왔다가 여기서 세례 받고 눌러앉았다는 김 마리나 부회장이다. 200명에 이르는 주일학교 학생들과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주일학교 교사, 청소년 분과장을 거쳐 지금은 부회장이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흐뭇하단다. 지금도 초중고등부를 합쳐 8,90명 주일학교 학생들이 나오는데, 시대의 변화에 맞춰주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조 마리오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진주에서 옮겨온 지 30년인데, 살면서 정드니 떠나고 싶지 않은 사천이고 사천성당이다. 꾸리아 단장, 사목회장을 거쳤고 설립 60년추진위원장을 맡아 본당의 역사를 파고들수록 주인정신이 가득 찼다. 공소시절로 거슬러 올라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성장한 한 줄의 역사라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돌아보고 살펴본다. 올겨울에는 사천성당 신자들의 가슴에다 자부심을 담은 책을 안기고 싶은 것이다.

 

[2022년 11월 13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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