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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2차 바티칸 공의회15-19: 사목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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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4-21 ㅣ No.508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5) 사목헌장 세상과 대화 시도하며 교회 역할 모색


사목헌장은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과 결합해 있는 교회가 인류 공동체의 참다운 발전을 위해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지난해 가을 극심한 기근으로 굶주린 소말리아 난민들이 수도 모가디슈 난민촌에서 식량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지어 있다. [CNS 자료사진]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이하 사목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백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문헌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나타내는 핵심 단어로 쇄신과 적응, 개방과 대화를 꼽을 수 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특징 중 하나가 사목 공의회라는 점은 이미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사목헌장입니다.
 
하지만 사목헌장은 공의회 개막 초기에는 초안조차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사목헌장과 같은 문헌을 발표한다는 견해가 표면화한 것은 공의회 제1회기 말인 1962년 12월이었고, 제1회기가 끝나고 난 휴식기에 '현대 세계 안에서 교회의 효과적 존재에 관해'라는 제목의 짧은 초안이 마련됐습니다. 요한 23세 후임 바오로 6세 교황은 1963년 9월 제2회기 개막 연설을 통해 현대 세계에서의 교회 문제를 주요 과제로 다룰 것을 천명했습니다. 준비 작업을 거쳐 사목헌장 의안이 꼴을 갖춰 공의회에서 다시 논의된 것은 1964년 9월에 시작된 제3회기 때였습니다. 공의회의 열세 번째 의안이라고 해서 제13의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의안은 열띤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개정안 작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제4회기에서도 첨삭과 수정이 거듭되면서 공의회 폐회 전날인 1965년 12월 7일에 통과돼(찬성 2309, 반대 75, 기권 7) 반포됐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사목헌장이 반포되기까지 산고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는 또한 사목헌장이 교회와 세상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리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0년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세계 공의회가 21번 열리고 수많은 문헌이 반포됐지만, 사목헌장과 같은 성격을 띤 문헌은 없었습니다.


세상의 슬픔과 고뇌는 교회의 것
 
사목헌장의 교회는 성과 속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 있습니다. 단지 세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깊이 결합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이 교회의 기쁨과 희망이요, 세상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가 교회의 슬픔과 고뇌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인류 역사에 긴밀하게 결합돼 있음을 체험합니다."(사목헌장 1항)

세상과 교회의 관계가 이러하기에, "모든 시대에 걸쳐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4항)고 사목헌장은 밝힙니다. 바로 여기에서 사목헌장의 새로움이 드러납니다.
 
이전까지 교회는 어떤 문제를 다룰 때 주로 연역적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교회가 믿고 선포하는 진리를 먼저 밝힙니다. 그런 다음에 현재 문제가 이 진리에 비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한다'는 표현이 함축하는 것처럼, 사목헌장은 먼저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해 이를 복음의 빛에 비춰 식별하고 판단한 다음 실천 방법을 제안합니다. 귀납적 방법이라고도 하는 이 방법은 20세기 초 중반에 대표적인 가톨릭 운동 단체인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회원들의 훈련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사목헌장은 이런 방법을 원용해 현대 세계와 대화를 시도하고 세상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사목헌장이 지니는 이런 기본 성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봅니다. 머리말과 서론에 이어 제1부 인간의 소명과 교회, 제2부 몇 가지 긴급 과제, 맺음말 등 전체 93항으로 이뤄진 사목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전체 16편 가운데서 가장 방대한 분량입니다. 따라서 본문을 살펴본다 하더라도 부분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머리말(1~3항)은 헌장의 공포 목적 혹은 의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또는 타 그리스도인이나 타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헌들과 달리 사목헌장은 "교회의 자녀들과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사람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2항) 대상으로 합니다. 전 인류를 대상으로 교회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심축은 인간입니다. 그 인간은 "육신과 영혼, 마음과 양심, 정신과 의지를 지닌 단일한 인간"(3항)입니다. 인간을 중심축에 두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간은 진정 구원을 받아야 하고, 인간 사회는 쇄신돼야 하기"(3항) 때문입니다.
 
사목헌장은 이렇게 인간과 인간 사회를 대화의 중심축으로 제시한 후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 출발점은 구원의 진리가 아니라 인간이 처한 구체적 상황, 곧 현대 세계의 인간 상황입니다. 머리말에 이은 서론(4~10항)은 바로 이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급변화로 인한 무질서와 혼란

헌장은 우선 현 시대에는 "급격한 변화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합니다. 인간이 일으킨 이 변화는 이제 "인간 자체를 변화시켜 개인과 집단의 판단과 열망, 사물과 인간에 대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바꾸고…그 변혁은 종교 생활에도 미치고 있다"(4항)는 것입니다.
 
헌장은 이어 변화의 몇몇 특징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합니다. 과학 기술 발전이 과거와 다른 문화 형태와 사고 방식을 만들고 있고, 인류 역사는 정적인 세계관에서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세계관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 사회화 같은 사회 질서의 변화와 가치관과 행동 규범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급속하게 때로는 무질서하게 이뤄지는 변화와 변혁은 사회에 모순과 불평등, 불균형을 야기하고, 이는 상호 불신과 증오, 분쟁과 환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5~8항).
 
하지만 이런 모순과 불평등, 불균형을 시정하고, 개인과 집단이 본연의 존엄성을 지니는 가운데 발전하는 그러한 사회 정치, 경제 질서가 확립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한편으로는 스스로 불균형과 예속의 심화를 야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자유롭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삶을 갈망하며 또한 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은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고통과 불행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은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고 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 지상 생활 다음에는 무엇이 따라오는가? (9~10항)
 
사목헌장은 교회가 믿고 선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아래서 바로 이런 물음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협력하고자 모든 사람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는 또한 사목헌장의 반포 의도이기도 합니다. [평화신문, 2012년 4월 15일, 이창훈 기자]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6) 사목헌장 ② 인간 존엄성 수호 위한 공동선 증진 촉구


사목헌장은 태초부터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인간은 본성상 사회적 존재이기에 인간 존엄을 바탕으로 공동선 증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진은 생명 운동 행사에 참가해 춤을 추고 있는 미국 젊은이들. [CNS]
 

사목헌장은 머리말과 서론에 이어 제1부에서 인간의 소명과 교회의 임무에 관해 고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전체 4장으로 이뤄진 제1부의 1장과 2장에 대해 살펴봅니다.
 

제1장 인간의 존엄(12-22항)

사목헌장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 만물은 인간을 그 중심과 정점으로 삼아야 한다"(12항)는 데서 시작합니다.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이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물의 중심이요 정점인 인간은 창조주이신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존재입니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인간은 태초부터 남자와 여자로, 곧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로 창조됐습니다. 나아가 이 인간은 육체와 영혼의 단일체로 이뤄진 존재입니다. 물질세계는 인간을 통해 그 정점에 이르며 창조주께 소리 높여 찬미를 드리기에, 인간은 육체적 생활을 천시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자기 육체를 좋게 여기고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14항)고 헌장은 말합니다.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의 기본 특징을 사목헌장은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합니다. 하나는 인간 양심입니다. "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핵심이며 지성소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다"(16항). 물론, 무지의 양심, 오류의 양심이 있을 수 있지만, 양심은 기본적으로 인간 존엄의 특성을 이룹니다. 다른 하나는 자유입니다. 그러나 방종이 아니라 참자유입니다. "참자유는 인간 안에 있는 하느님 모습의 탁월한 표징이다"(17항).
 
하지만 인간은 현실적으로 자신 안에서 분열돼 있습니다. 인간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 제 자유를 남용해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목헌장은 "인간이 제 마음을 살펴볼 때, 선하신 자기 창조주에게서는 올 수 없는 악에 기울어져 있고 수많은 죄악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13항)고 고백합니다.
 
이렇게 죄로 손상된 인간의 자유는 하느님 은총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하느님께 나아가고자 하는 뜻을 완전히 실현할 수 없습니다. 또 인간은 죄의 결과인 죽음을 체험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신앙인은 죽음을 거슬러 희망합니다. "인간이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영원의 씨앗은 한갓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것"(18항)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목헌장은 무신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19~21항). 주목할 것은 신앙인들 또한 무신론 발생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신앙인들이 신앙 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교리를 잘못 제시하거나, 종교, 윤리, 사회 생활에서 결점을 드러내어 하느님과 종교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려 버린다면, 신앙인들은 이 무신론 발생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19항).
 
사목헌장은 오늘날 사람들 삶에 깊숙이 파고든 이 무신론에 대한 대응을 두 가지로 제시합니다. "무신론의 치유는 한편으로는 교리의 올바른 제시에서, 다른 한 편으로는 교회와 그 구성원들의 완전한 삶에서 기대해야 한다"(21항). 말하자면 무신론에 맞서 하느님 존재의 교리적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또한 교회가 자신의 삶을 쇄신하고 정화해 나가는 가운데 "성숙한 신앙의 증거"를 통해 사람들에게 하느님 현존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목헌장은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건설을 위해 무신론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과 무신론 자체를 배격하는 것을 구별합니다. 세상을 올바로 건설하는 일에는 무신론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며 신앙인과 비신앙인간의 차별이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런 대화와 협력은 무신론자들에게 복음을 정중히 권유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21항).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 그러나 죄로 인해 자신 안에서 분열돼 있는 인간, 죽음 앞에서 궁극적 물음을 던지는 인간의 신비는 새 인간 그리스도에 의해 밝혀집니다. 그분의 강생과 수난과 부활의 신비 안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 전체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22항).
 

제2장 인간 공동체(23-32항)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따라서 공동체적 특성을 지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에서 잘 드러납니다. 개인 발전과 사회 발전이 서로 의존하고 사람들과 세상이 갈수록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는 현대 삶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공동선 증진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집단이든 다른 집단의 요구와 정당한 열망, 더욱이 온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고려하여야 한다"(26항)고 사목헌장은 강조합니다.

공동선의 증진은 인간 존중을 전제로 합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이웃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겨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웃의 생활을 고려하여 그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들을 보살펴야 한다"(27항)는 공의회 지적은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림받은 이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노약자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반대로 살인, 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 자살은 물론 지체 상해, 고문, 심리적 억압, 인신매매, 노동 착취 등은 인간 존엄성을 해치고 창조주의 영예를 극도로 모욕하는 것입니다(27항).

사목헌장은 사회ㆍ정치ㆍ종교 문제와 관련, 반대자들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보일 것을 당부합니다. 여기에서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호의가 진리와 선에 대한 무관심을 낳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오류와 오류를 저지르는 사람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오류는 배격하지만, 오류를 저지르는 사람의 존엄성은 존중해야 합니다(28항).
 
인간의 공동체적 특성은 모든 사람의 본질적 평등과 사회정의를 요구합니다. 사람마다 육체적 능력이 다르고 지성적ㆍ도덕적 역량이 다르지만 기본적 평등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나 문화적 또는 성별ㆍ인종ㆍ피부색ㆍ사회적 신분ㆍ언어ㆍ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사목헌장은 급속한 사태 변화에 무관한 채 개인주의 윤리관에 빠져 공동선을 해치는 행위들을 경고하면서 사회적 연대 책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모든 인간이 책임과 참여 의식을 지닐 수 있도록 그에 부응하는 생활 조건을 마련하고 의욕을 북돋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30~31항).
 
인간이 지닌 이 모든 "공동체적 특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활동으로 성취되고 완성되었다"(32항)고 밝히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인간 공동체의 모범으로 제시합니다. [평화신문, 2012년 4월 22일, 이창훈 기자]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7) 사목헌장 ③ 구원으로 이끄는 아름다운 세상 건설


- 사목헌장은 교회가 인류 가족과 깊이 결합돼 있으며 인류 가족이 역사의 시작이요 완성인 주님을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준다고 밝힌다. 사진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두 산 정상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대형 예수상.


'인간의 소명과 교회 임무'를 다루는 사목헌장 제1부는 3장에서 인간 활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 후, 4장에서 현대 세계 안에서의 교회 임무에 관해 밝힙니다.


제3장 전 세계의 인간 활동(33~39항)

인간 활동에 관한 제3장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노력해온 인간의 개인적 또는 집단적 활동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출발합니다. 답변은 명확합니다. 인간 생활 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 자체가 하느님 계획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재능과 능력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하느님 권능에 배치되는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또 이성적 피조물을 창조주의 경쟁자로 여겨서도 안 됩니다. 오히려 "인류의 승리는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드러내는 징표이며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계획의 결실"(34항)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따르는 것이 있습니다. 책임입니다. "인간의 능력이 커질수록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인간의 책임도 더욱 확대된다"(34항).
 
이로부터 인간 활동 규범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 활동은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을 지향해야 합니다. 인간은 어떤 활동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냐에 따라 가치를 지닙니다. 기술 발전 혹은 그 발전으로 이룩한 성과가 인간의 자기 계발과 완성에 일정한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인간 완성을 이룰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35항).
 
헌장은 이어 현세 사물의 정당한 자율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학문과 기술을 비롯한 사회 모든 분야의 그 방법론적 탐구가 참으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도덕 규범에 따라 이뤄진다면, 결코 신앙과 대립하지 않습니다. 달리 말해 과학과 종교는 상충하거나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속 사물이나 신앙의 실재는 다 똑같은 하느님에게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세 사물의 자율성'이란 말이 인간이 창조주의 뜻과 무관하게 자기 멋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된다면, 이런 생각은 그릇된 것입니다(36항).
 
실제로 인간 활동은 창조주의 뜻에 부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뜻에 정면으로 배치되기도 한다는 것을 인류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죄로 인해 인간 활동이 타락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인간 활동이 본래의 고유한 목적을 이루려면 죄의 유혹을 거슬러 암흑의 세력과 힘든 투쟁을 해야 합니다. 이 힘든 투쟁은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 십자가와 부활 능력에 힘입어 인간은 죄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 곧 파스카 신비는 사랑의 위대함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이 사랑의 새 계명은 "인간 완성과 세계 개혁의 근본 법칙"으로, "중대한 일만이 아니라 먼저 일상의 생활 환경에서 힘써 실천해야"(37~38항) 합니다.
 

제4장 현대 세계 안의 교회 임무(40~45항)

요컨대 "현세 진보는 그리스도 왕국의 발전과 신중하게 구별돼야 하지만 그 진보가 인간 사회의 더 나은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만큼, 하느님 나라에 커다란 중요성을 지닌다"(39항)고 사목헌장은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더욱 인간다운 세상 건설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 존엄, 인간 공동체, 인간 활동에 관해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교부들은 세상 안에 있는 교회 임무와 교회가 인류 사회에 줄 수 있는 도움에 대해 언급합니다.
 
우선 사목헌장이 언급하는 교회관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가시적 집단인 동시에 영적 공동체로서 온 인류와 함께 걸어가 세계와 함께 동일한 지상 운명을 체험하고 있다. 교회는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쇄신되고 하느님의 가족으로 변화돼야 할 인류 사회의 누룩으로서 또 마치 그 혼처럼 존재한다"(40항). 그러므로 교회는 그 구성원 각자와 온 공동체를 통해 인류와 그 역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회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도움과 관련, "교회는 인간에게 그 고유한 실존의 의미, 곧 인간에 대한 깊은 진리를 밝혀준다"고 헌장은 밝힙니다. "인간의 궁극 목적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밝혀주는 것이 교회에 맡겨진 사명"이며, 하느님 홀로 인간의 모든 문제에 완전한 해답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인간은 온갖 그릇된 자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느님 법의 규범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인간 권리가 완전히 보장된다고 생각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이 보존되기는 커녕 오히려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41항).
 
인류 사회에 줄 수 있는 도움과 관련, 헌장은 "인류 가족의 일치는… 하느님 자녀들의 가족 일치로 더욱 튼튼해지고 완성된다"며 교회가 인류 가족의 일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이 일치는 성령 안에서 이뤄지는 믿음과 사랑에서 나옵니다. 교회는 특정 정치ㆍ경제ㆍ사회 체제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성을 지니기에, 인류 가족들에게 가장 긴밀한 유대의 끈이 될 수 있습니다(42항).
 
헌장은 이어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인간 활동에 주고자 하는 도움을 언급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천상 국가의 시민이지만 동시에 지상 국가의 시민이기에 현세의 자기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천국을 위한답시고 현세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현세 활동을 종교 생활과 전혀 무관하게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이는 신앙과 생활의 괴리로서, "중대한 오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은 직업적 사회적 활동과 종교 생활을 서로 부당하게 대립시켜서도 안 됩니다. 특히 세속 직무와 활동이 고유의 영역인 평신도들은 "각 분야의 고유한 법칙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그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헌장은 강조합니다(43항).
 
교회는 이처럼 세상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인류 역사와 발전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교회는 영적 조직이지만 동시에 가시적 사회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인간 사회 생활의 발전으로 교회 역시 부요해질 수 있습니다. 인간 공동체를 향상시키는 사람은 누구나 교회 공동체에 도움을 줍니다. 교회 공동체가 인간 공동체와 결부돼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교회는 반대하거나 박해하는 이들의 반대 그 자체에서도 많은 이익을 얻었고 또 얻을 수 있다고 공언합니다(44항).
 
교회의 목적은 인간 구원에 있습니다. 인간 구원은 결코 현세 생활의 진보로 축소될 수 없지만, 현세 생활의 개선과 발전은 인간 구원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인간성의 전문가인 교회는 현세 생활의 개선과 진보가 하느님 뜻 안에서 이뤄지도록 빛을 밝혀주고 이를 통해 인류 가족이 역사의 시작이요 완성이신 주님을 향해 나아가도록 합니다(45항). [평화신문, 2012년 4월 29일, 이창훈 기자]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8) 사목헌장 문화 발전 발맞춘 전인교육 필요성 강조


- 사목헌장은 신앙과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사진은 지난 2009년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카메룬을 사목 방문했을 때 교황 앞에서 전통 춤을 추고 있는 피그미 족. [CNS]
 

사목헌장은 제1부에서 인간과 세상, 역사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기본 입장을 다룬 데 이어 2부에서는 특별히 현대의 몇 가지 긴급한 과제를 취급합니다. 사목헌장은 그 과제를 혼인과 가정, 인간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생활, 민족간 유대와 평화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고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혼인과 가정, 인간 문화에 대해 살펴봅니다.
 

제1장 혼인과 가정의 존엄성(47~52항)

공의회 교부들은 혼인과 가정 생활의 행복한 상태가 개개인의 행복은 물론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안녕과도 직결됨을 직시합니다. 그래서 사목헌장은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 전통적 가르침을 재확인하면서 하느님 뜻에 맞는 올바른 혼인과 가정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우선 혼인 유대는 인간이 임의로 맺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바로 "혼인의 제정자"(48항)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는 혼인 유대가 그만큼 견고하고 결코 함부로 끊을 수 없는 것임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혼인 계약으로 인한 부부의 "깊은 결합은 두 인격의 상호 증여로서 자녀의 행복과 더불어 부부의 완전한 신의를 요구하며, 그들의 풀릴 수 없는 일치를 촉구"(48항)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교 혼인의 특징인 단일성(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과 불가해소성(혼인의 인연은 사람이 함부로 끊을 수 없음)을 말합니다.
 
혼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부부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가장 인간적인 사랑이며 인간 전체의 행복을 다 포괄하는 사랑으로서 단순한 성적 사랑〔性愛〕의 경향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 부부의 사랑은 성사로 거룩하게 된 사랑입니다(49항). 성사로 거룩하게 된 사랑이라는 것은 부부 사랑이 부부 서로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는 표지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인으로 맺어진 이 "부부 사랑은 본질상 자녀 출산과 교육을 지향"합니다. 인간 생명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의무는 부부의 고유한 사명으로 여겨야 하고, 부부는 자신들의 행복과 함께 이미 태어났거나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힘써야 합니다. 하지만 혼인은 출산만을 위해 세워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간절히 바라는 자녀가 없더라도 혼인은 온 생애의 공동생활과 친교로 지속되며, 그 가치와 불가해소성도 보존된다"고 사목헌장은 강조합니다(50항).
 
사목헌장은 여기서 인간 생명의 존엄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생명 보존이라는 숭고한 직무를 인간에게 맡기시어 인간 품위에 알맞은 방법으로 이 직무를 수행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생명은 임신 순간부터 최대의 배려로 보호받아야 한다"(51항).
 
공의회 교부들은 이렇듯이 중요한 혼인과 가정의 행복을 도모해야 할 모든 사람의 의무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부모와 보호자, 가정 단체들과 사목자들 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 단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이들이 혼인과 가정 생활의 증진에 기여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권력은 혼인과 가정의 진정한 특성을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며 자녀를 낳고 가정의 품 안에서 교육하는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며 가정의 행복을 잃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불행을 덜어줘야 합니다(52항).


제2장 문화 발전의 촉진(53~62항)

공의회 교부들이 문화를 긴급 과제에 포함시킨 것은 문화가 인간 삶 및 인간성 함양과 밀접히 관련되는 데다 과학 기술 및 정보 통신의 발달,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생활 조건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창출되고 이는 또한 개인 삶과 공동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문화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공동체 생활이 침해를 받거나 고유한 민족성이 위태롭게 될 수 있습니다. 또 전통 문화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문화의 활력을 확장시켜야 하는 과제가 대두됩니다.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골고루 문화적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게다가 문화가 현세에 치우친 나머지 영적이고 종교적 측면을 도외시하는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56항).
 
이런 상황에서 사목헌장은 올바른 문화 발전을 위한 원리, 혹은 원칙을 제시합니다(57~59항). 헌장은 우선 신앙과 문화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지상의 순례자로서 천상의 것을 찾아 맛들여야 하지만, 이것이 인간다운 세상을 건설하려는 노력을 도외시하거나 이런 노력의 의미를 감소시키지 않고 오히려 증대시킨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의 발전된 과학 기술은 그 자체만을 진리 발견의 최고 척도로 여기는 위험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 문화가 지닌 긍정적 가치를 부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사목헌장은 지적합니다(57항).

헌장은 나아가 그리스도 복음과 인간 문화가 복합적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인식합니다. 교회는 모든 시대 모든 지역의 모든 백성에게 파견됐기에 특정 풍속이나 관습에 배타적으로 얽매이지 않습니다. 동시에 교회는 여러 형태의 문화와 교류하면서 이를 통해 교회 자체도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말하자면 교회가 선포하는 구원 메시지는 보편적이지만 이 메시지는 또한 구체적 상황에 적용되면서 더욱 다양하고 풍요롭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58항).
 
이와 관련, 사목헌장은 신앙과 이성이라는 구별되는 두 가지 인식 영역이 있으며, 교회는 인간 예술과 학문의 문화가 그 고유한 원리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음을 분명히 합니다. 나아가 "문화는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하며, 공동선의 한계 안에서…공동체와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한, 어떤 불가침성을 누린다"(59항)고 천명합니다.
 
헌장은 문화에 대한 교회의 기본 입장을 이같이 밝힌 다음, 문화에 관한 그리스도인의 몇 가지 긴박한 임무에 대해 언급합니다(60~62항). 우선, 모든 사람이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문화에 대한 권리를 자각하고 자기를 계발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할 의무도 지니고 있음을 깨닫도록 힘껏 노력해야 한다"(60항)고 강조합니다.
 
다음으로, 문화를 이루는 요소들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유기적으로 통합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여기서 요청되는 것이 전인 교육입니다. 헌장은 모든 사람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지성, 의지, 양심, 형제애의 고상한 가치를 지닌 전인격의 균형을 유지할 의무"(61항)가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전인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힙니다.
 
사목헌장은 또한 문화와 그리스도교 교육의 조화를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신자들은 문화를 통해 표현되는 동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감각을 완전히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실천과 도덕 정신은 과학 지식과 날마다 진보하는 기술과 함께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62항). [평화신문, 2012년 5월 6일, 이창훈 기자]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9) 사목헌장 ⑤ 공동선 증진 위한 사회 질서 확립


- 사목헌장은 평화가 무력의 위협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에서 태어난다고 밝힌다. 사진은 전쟁 반대를 외치며 시위하는 시민들. CNS 자료사진
 

이번 호에서는 사목헌장 제2부 몇 가지 긴급 과제 중 마지막으로 경제 사회 생활, 정치 공동체 생활, 그리고 국제 공동체 건설에 대해 살펴봅니다.
 

제3장 경제 사회 생활(63~72항)

경제 사회 생활에서 전제해야 할 것은 인간 중심입니다.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이기 때문"(63항)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세계는 경제 만능주의, 깊어지는 빈부 격차, 사회 경제적 균형의 결여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히 경제 발전과 관련, 사목헌장은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합니다. 첫째는 경제 발전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경제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경제 발전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자에 속하는 특정 집단이나 국가에만 맡겨서는 안 되면, 각계 각층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또 모든 국가가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엄청난 경제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64~66항).
 
이를 바탕으로 사목헌장은 경제 사회 생활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67~72항). 무엇보다 먼저, 경제 활동에서 노동을 다른 요소들보다 우위에 둬야 합니다. 노동은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형제에게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나아가 하느님의 창조를 완성하는 데 협력하는 것이자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회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노동 기회를 제공해야 할 뿐 아니라 보수 또한 "노동 조건과 공동선을 고려해 본인과 그 가족의 물질적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생활을 품위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돼야 한다"(67항)고 사목헌장은 지적합니다.
 
나아가 인간이 자기 노동의 노예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노동의 전 과정이 인간의 필요와 생활 방식에 알맞아야 하며 노동자에게 노동을 통해 자기 역량과 인격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책임을 갖고 시간과 힘을 노동에 바쳐야 하지만 또한 가정 문화 사회 종교 생활에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자본가나 경영주, 고용자만이 아니라 노동자까지도 포함해 "적절히 규정된 방법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모든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가 촉진돼야"(68항) 합니다. 노동자들은 경제 생활의 올바른 질서 수립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단체를 자유로이 결성하고 단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사목헌장은 분쟁이 생길 경우 조속한 협상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결을 도모해야 하지만 필요할 경우 최후 수단으로 노동자들의 파업권도 인정합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지만 재화는 기본적으로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을 더욱 중시합니다. 사목헌장은 이와 관련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소유하는 외적 재물을 자기 사유물만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 한다"(69항)면서 "사유 재산 자체가 본질상 사회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재화의 공동 목적이라는 법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71항)고 밝힙니다.
 

제4장 정치 공동체 생활(73~ 75항)

공의회 교부들은 정치 공동체가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며, 정치 권력의 행사는 공동선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공동선을 위한 정치 권력의 행사에 국민은 양심에 따라 복종할 의무를 지니기에, 국민들은 "객관적으로 공동선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74항)고 밝힙니다. 그러나 또한 자연법과 복음이 제시하는 한계에 따라, 정치 권력의 남용에 맞서는 것은 정당하다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
 
사목헌장은 모든 사람이 공동 생활에 협력하고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강조하면서 특별히 정치 공동체와 교회의 관계에 대해 언급합니다. "인간 초월성의 표지이며 보루"인 교회는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정치체제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정치 공동체와 교회는 서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이지만 "양자가 장소와 시대의 환경을 고려하며 서로 건실한 협력을 더 잘하면 할수록 그 봉사는 더 효과적으로 모든 사람의 행복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사목헌장은 밝힙니다(76항).
 

제5장 평화 증진과 국제 공동체(77~90항)

사목헌장에 따르면,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만이 아니며, 적대 세력의 균형 유지만도 아닙니다. 평화는 "정의의 작품"이고 "인간 사회의 창설자이신 하느님께서 심어 놓으신 그 질서의 열매, 또 언제나 더 완전한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사회 질서의 열매"79항)입니다.
 
인류는 야만적 전쟁을 회피하고 평화를 증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야만적 인종 살상은 물론 도시나 지역 전체와 그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전쟁 행위는 잔혹한 범죄이며 단호하고 확고하게 단죄받아야 합니다.
 
아울러 비인간적 군사 행동과 그 후유증을 줄이고자 여러 나라들이 체결한 국제 협약이나 조약들은 반드시 준수돼야 할 뿐 아니라 더욱 개선해 전쟁의 야만성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혹자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군비경쟁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만, 사목헌장은 단호히 언명합니다. "군비 경쟁은 평화를 확고히 유지하는 안전한 길이 아니며, 또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균형도 확실하고 안전한 평화가 아니라를 확신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81항).
 
평화는 무력의 위협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민족들의 상호 신뢰에서 태어나는 것이기에 오히려 군비 경쟁을 종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아가 분쟁의 원인, 특히 불의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기구들의 더욱 확고한 협력과 평화 증진을 위한 조직 결성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노력이 요청됩니다. 경제 분야의 국제 협력을 통한 바른 경제 질서의 확립과 인구 증가에서 오는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국제 협력도 필요합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평화 증진과 경제 협력 및 빈곤 해소를 위한 국제 원조 활동에 그리스도인들이 사랑의 정신으로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아울러 교회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어디에서나 증진하도록 보편 교회의 한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매우 적절하다"(90항)고 권고합니다.이에 따라 설립된 보편 교회 복지 담당 기관이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입니다. <끝> [평화신문, 2012년 5월 20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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