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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한국 순교문학, 성인전의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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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1-28 ㅣ No.330

순교자성월 특별기획 - 한국순교문학, 성인전의 현황과 과제

 

 

순교로 주춧돌을 세운 한국교회의 신심은 순교신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들은 순교성인들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삶으로 실천함으로써 복음을 증거한다. 하지만 오늘날 순교성인들의 생애와 믿음을 배울 수 있는 성인 전기와 순교자들의 전기는 결코 풍부하다고 할 수 없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한국 순교 성인들의 삶을 다룬 성인전의 현황과 과제를 알아본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김영배(바오로.39)씨는 지난해 6월 시성된 파드레 비오 신부의 생애와 영성을 담은 책을 읽고 난 뒤 깊은 감동에 싸였다.

 

세례를 받은 지 이제 1년 정도 된 김은환(마리아.32)씨는 부산 가르멜 여자 수도회에서 펴낸 「아빌라의 데레사」라는 책을 벌써 두 주가 넘도록 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성인전 신자욕구에 못미처

 

성인들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이상이다. 그 삶과 믿음을 담은 성인전은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 교회 안에서도 수많은 성인 전기들이 번역, 출간돼 영적 양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직접적인 신앙의 선조들인 한국 성인과 순교자들에 대한 전기들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바오로딸 명동서원의 서적 담당 수녀는 『103위 성인들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신자들이 많은데 막상 한국 성인들에 대한 책은 절대량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서원에서 만난 김현정(세실리아.37)씨는 『사전식의 성인 약전이나 학문적인 자료집들은 좀 있는 것 같은데 그분들의 생애를 현대적인 언어로 설명해주는 책이 거의 없다』며 『외국 성인들처럼 소설 같이 흥미롭게 쓰여진 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집필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 소장은 『아직도 한국 교회 안에서는 양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제대로 된 성인전이 드물다』고 말한다. 아쉬움은 양적인 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천주교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진소 신부는 『성인전은 단순히 순교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순교의 배경과 과정을 재해석함으로써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순교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신부는 성인전을 읽는다는 것은 성서에 대한 이해와 마찬가지의 작업이라고 말한다.

 

즉 성서의 시대와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까지 알아야 그 성서가 마음에 와 닿듯이 순교의 시대와 문화 모두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지금까지의 성인 전기류를 살펴보면 이 성인과 저 성인의 생애가 비슷한 언어로, 신앙의 기적에 대한 거의 유사한 찬양으로 이뤄지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가능하고 이는 질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성인들이나 순교자들의 생애를 약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과 언어로, 현대 사회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를 깊이 있게 조망하는 성인전의 집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각적인 전기 출간 노력 절실

 

성인전 집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교회의 관심이 요구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차기진 소장은 『그저 기도 열심히 하고 성지순례하고 현양 대회를 열어서 순교자 현양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삶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성인전은 순교신심을 이어받을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차 소장은 따라서 『성인이나 순교자가 배출된 교구나 지역, 본당 등에서 해당 성인이나 순교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전기 자료를 축적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교 · 문학작품으로 승화 기대

 

김 신부는 역사가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가톨릭 신자 문인들의 관심에 적지 않은 기대를 한다. 김 신부는 『물론 역사 인식이 투철하고 정확한 사료에 바탕을 두어야겠지만 신자 문인들이 성인전 집필에 나서 준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인간의 상식과 능력을 넘어서는 신앙 선조와 순교자들의 삶과 정신은 종종 소설의 훌륭한 주제가 된다. 

 

다산 정약용과 그 일가를 그려 1992년 미국에서 영역 출간되기도 한 소설가 한무숙의 「만남」에서부터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가는 한 부부를 그린 군난소설 「은화」(隱花), 유종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동정 부부의 신앙과 정덕을 그린 순교소설인 노순자의 「누이여 천국에서 만나자」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노순자씨는 「누이여…」 이후 이순이 루갈다의 동생 이경언 바오로나 조숙.권데레사 동정 부부 등 순교자들의 기록을 수집하면서 또 다른 순교 소설을 구상 중이다.

 

소설가 한수산씨는 벌써 수 년째 최양업 신부의 삶을 다룬 장편 대하소설을 구상, 국내 성지순례기를 집필, 단행본으로 펴내는 등 취재와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노순자씨는 『신자 문인들 가운데 순교자들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교회 관계 당국의 적절한 동기 부여와 여건 조성이 된다면 훌륭한 성인전이나 순교 소설들이 분명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출판계 성인전 얼마나 있나

 

교회 안에서 출판물들이 유통되는 서원이나 교회사 관련 연구소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한국 성인전들은 얼마나 될까?

 

현재 인터넷이나 서원을 찾아서 구해볼 수 있는 한국 성인전은 채 10권이 되지 못한다. 

 

우선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지난 2001년에 신유박해 순교자 전기집으로 펴낸 「순교는 믿음의 씨앗이 되고」나 차기진 양업교회사연구소장이 「윤유일 바오로와 그 동료들의 전기」라는 부제를 달아 펴낸 「고난의 밀사」(어농성지)가 비교적 최근에 발간된 전기이다.

 

오기선 신부가 1983년에 펴낸 총 10권짜리 청소년 대상 전집 「한국천주교회 순교자 이야기」와 1984년 출간한 「백삼위 순교성인들의 생애」가 성 황석두 루가 서원에서 나와 있다.

 

또 「성 김대건 안드레아」(이원순 / 성요셉)나 「빛의 사람들」(하성래 / 가톨릭), 번역서인 「한국순교자 103위전」(아드리앙 로네 외 지음 / 안응렬 옮김/가톨릭), 「103위 성인전」(박도식 / 미루나무)가 있다. 

 

순교를 주제로 한 소설로서는 지금도 걸작 순교소설로 평가받는 「은화」(隱花)나 「순교자 윤유일」(김광한 / 성황석두루가서원), 그리고 수년간의 자료 수집과 집필의 역작 「누이여 천국에서 만나자」(노순자 / 성바오로)가 있다.

 

한편 각 교구나 성지, 연구소 등에서 시복시성 추진, 현양 노력과 관련해 펴낸 약전이나 전기 자료집 등이 간헐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일반 신자들이 폭넓게 접하고 성인, 순교자들의 삶을 배우고 익히기에는 역부족이다.

 

 

■ 성인전(acta sanctorum)이란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성인전」에 대해 신자들에게 신앙 교육을 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전기 형태로 쓴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인전의 목적은 성인들을 찬미, 공경하며 그 삶을 본받음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게 하려는데 있다. 한국교회는 103위 성인 모두 순교자이므로 순교 사실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전통적으로 초대교회의 성인전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순교전기」는 재판 절차에 관한 기록으로 「성 유스티노와 동료 순교자들의 행전」이 그 효시이다. 

 

「순교록과 수난기」는 「순교전기」의 구성 요소들을 더 확대시켜 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순교자들의 마지막 생애와 죽음에 대해 서술한다. 대표적으로 「폴리카르포의 순교록」과 「페르페투아와 펠리치타의 수난기」가 있다.

 

4세기경 순교개념의 확대와 함께 성립된 「성인 전기」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범적인 삶으로 순교개념이 확대되면서 나타났다. 「안토니오의 생애」, 「마르티노의 생애」등 많은 유명한 전기들이 있다.

 

성인전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소는 기적 이야기이다. 기적은 종교의 중심적인 부분으로 신적인 능력과 행위의 불가결한 표징으로 간주됐다. 한국 성인들에 관한 기록들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잘 볼 수 있어 순교당시의 기적적인 현상들에 대한 서술이 자주 나타난다.

 

성인전의 형태는 이미 첫 5세기 동안 대부분 형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중세에는 성인전을 통해 성인 공경이 강화됐다. 중세 성인전은 주교, 수도자, 선구적인 선교사, 뛰어난 통치자 등을 중심 주제로 삼았으며 하느님이 가까이 있음을 증명하는 덕과 기적을 주요소로 삼았다. 13세기에 들어와 다양하고 위대한 성인들이 나타났고 그 전기들이 쏟아졌다.

 

중세 성인전은 근세에 들어와 인문주의와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비판된다. 하지만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와 성인전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는다. 이전에 쓰여진 성인전들이 개작되고 최근에 성인품에 오른 인물들의 전기가 활발하게 저술되었다. 

 

성인전은 단순히 어떤 역사적인 사실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순례하는 교회에 성인들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알리는 교회의 역사 서술이라는 것이 사가들의 풀이이다. 

 

[가톨릭신문, 2003년 9월 28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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