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묵주기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9 ㅣ No.374

[레지오의 영성]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묵주기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의지입니다. 자고로 ‘작심삼일’이라했지만, 요즘은 ‘작심일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제는 열심히 살아보리라 굳게 다짐해도 오늘은 그 결심했던 마음이 식어버리고 예전으로 돌아가 버리는 우리의 나약한 의지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크게 느낍니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와 중차대한 소명에 때론 가슴이 뜨거워지고 투신하려는 열의를 지니지만 종종 우리가 체험하듯이 주변요인 즉 주위 환경과 인간관계로 말미암아 쉽게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가뭄에 마른 풀, 갈라진 땅처럼 기쁨과 열의를 잃고 내려놓고 싶은 충동을 겪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의지가 약합니다. 우리는 안타깝지만 이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의지를 끝까지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레지오 형제자매 여러분, 그렇다고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일까요?

저도 사목자로서, 혹은 어떤 책임이 주어졌을 때 제가 뜻한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인정받지 못했을 때, 오해를 받았을 때, 동료사제들이나 교우들이 잘 따라주지 않았을 때 몹시 우울해 하고 열의를 잃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교우들을 위해 이러저러한 계획을 세웠다가도 참여율이 저조하면 그 계획을 취소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저렇게 잘 살아보리라 결심해보았지만 작심삼일 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 나약한 의지에 실망하고는 열의를 가지고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려 하지 않거나 가끔은 그럭저럭 살려는 유혹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제 의지가 그렇게 약하니 사제생활을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우리 교우들의 경우도 반성해 봅시다. 꾸르실료를 받고 퇴소할 때 “그리스도는 당신만을 믿습니다!” 했던 말씀을 새기며 뜨거운 가슴으로 본당에 돌아갔건만, ‘믿는 도끼 발등 찍는다’는 말처럼, 언제 그리스도께 뜨겁게 사랑을 고백했냐는 듯이 냄비처럼 쉽게 식어버리고 기도생활, 절제생활, 성덕의 삶, 가정성화의 삶을 접어버리는 교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ME 주말을 받은 가족들의 경우도 안타까운 사례가 많습니다. 본당에서 혹은 교구에서 여러 봉사활동, 단체활동을 하면서 참여율이 저조하고, 신부님이나 수녀님, 교우들이 협조도 잘 안 해주고, 서로 오해와 갈등도 생기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면 이겨내기보다 아예 활동을 접어버리고 심지어 냉담까지 하는 교우들도 있습니다. 레지오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이 우리의 한계이니 그처럼 그럭저럭  안일하게 신앙생활 해도 되는 걸일까요?


성모님은 사다리차와 같은 분

적어도 신앙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그 나약한 의지대로 소극적으로 대충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에, 예수님의 피흘림에 그렇게 응답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우리의 의지가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의지할 데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어머니 성모님이십니다!

사제 인사철에는 신부님들이 이삿짐 옮기시는 것도 한 풍경입니다. 1층이 아닌 경우 짐을 올리고 내리기 위해서는 사다리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다리차가 없다면 고층까지 수많은 책들 하며 그 무거운 짐들을 어떻게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삿짐 올리고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성모님은 사다리차와 같은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성모님은 술 떨어진 혼인잔치에서 당황해 하던 잔칫집 주인의 마음을 읽으시고 예수님께 부탁드려서 술이 넘쳐나게 해주셨습니다. 그러시듯이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술 떨어진 것 같이 의욕을 잃고 맥이 빠질 때 우리의 처지와 마음을 방치하지 않으시고 안타까움과 사랑으로 개입하시어 우리를 일으켜 세우시고 용기를 내게 만드십니다. 성모님께 의탁하면 사다리차처럼 나약한 우리를 들어 올려 주시고 주님을 향해 새 출발하게 하십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들을 끈기 있게 실행해 갈 수 있도록 손잡아 주시고 이끌러 주십니다. 우리의 나약한 의지로는 못해낼 일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그러라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 그 참혹한 고난의 순간에 우리를 위해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주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든든한 우리의 어머니 성모님이 계십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기댈 우리의 보루, 우리의 피난처이십니다.

그런데 여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게으르게 기도를 소홀히 해도 성모님이 우리를 도와주시리라는 생각은 너무나 안일하고 뻔뻔한 생각입니다. 물론 성모님은 우리 자녀들을 한시도 잊지 않으시고 지켜보시고 염려하시고 전구해 주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미 제비가 더 크게 우짖는 새끼들에게 먼저 먹이를 주듯이 성모님의 도움은 간절히 의탁하는 자녀들에게 더 긴급히, 더 풍성히 주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도 평소에 묵주기도를 꾸준히 열심히 하면서 성모님께 간절히 의탁할 줄 아는 신자들에게 그들이 의지가 약하여 넘어지고 마음에 상처를 받아 열의를 잃을 때 걸어야 할 길을 멈추지 않게 해 주시고, 주어진 소명에 책임을 다하게 해 주십니다. 인내심에 불을 당겨주시고 마지막까지 남은자 되게 해주십니다. 보람을 되찾게 해주시고 기쁨이 되살아나게 해주십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겸손함을 얻게 해 주시고 순명하게 해주십니다. 성모님은 그렇게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하고 고마운 분이십니다.

거듭 강조합니다. 성모님의 도우심이 반드시 있을 것을 믿고, 평소에 늘 성모님께 의탁하고 사랑으로 그분 슬하에 머무는 것이 너무도 중요합니다. 힘들 때만 급조로 성모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성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낙오하지 않는 최상의 길임을 잊지 맙시다.


묵주기도는 우리를 성모님께 단단히 묶어주는 최고의 밧줄

그런 의미에서 매일 자주 올리는 묵주기도는 우리를 성모님께 단단히 묶어주는 최고의 밧줄입니다. 묵주기도는 예수님의 심장과 일치하여 있는 성모님의 심장과 하나 되는 것이며, 성모님과 함께 호흡하는 것입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께 대한 나의 신뢰와 의탁을 날로 키워줍니다. 손에서 묵주가 멀어지면 성모님과도 멀어집니다. 성모님이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흐려집니다. 묵주를 늘 손에 들고 기도하며 사는 사람은 성모님의 심장고동을 느끼며 성모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고 싶어집니다. 성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상처 난 성모성심을 위로해 드리고 싶어지고 성심이 입은 그 모독을 기워 갚아드리고 싶어집니다. 결국 예수님의 성심에 가닿아 예수님과 더 깊은 사랑의 일치를 이루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게으르지 말고 평소에 늘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며 삽시다.

저는 중학교 때 레지오에서 만나 성모님께 사로잡혀 사제가 되고자 맘을 먹었고, 지금껏 사제의 삶을 성모님께 묶여 성모님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실의에 빠질 때마다, 나약함으로 게으름에 빠져있을 때 꿈에서 마저 저를 찾아주시고 저를 일으켜 주시며 새 마음 새 정신으로 다시 출발하게 해주시는 성모님의 현존과 사랑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 묵주기도로 성모님께 의탁하며 지내려고 하는 저에게 주어진 크나큰 은혜임을 믿습니다. 그래서 저의 삶의 모토 중에 하나가 이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묵주기도!!!”

“사랑의 성령님, 저희가 진정 나약하오니, 예수님의 어머니요 저희의 어머니이신 당신의 배필 성모님께 늘 의탁하며 지낼 수 있도록 저희의 마음을 성모님께 묶어 주소서.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0월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 가톨릭평생교육원 원장)]



2,64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