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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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04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80)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면

 

 

Q. 루카복음 3장 21~22절을 보면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성부께서 성자에게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함을 느낍니다. 저는 형제가 여럿인 집에서 자라 부모님에게서 칭찬 한 마디 제대로 못 듣고 형제 중에서도 늘 외톨박이로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가 저를 보고 칭찬하면 몸 둘 바를 모르면서도 그 사람에게 가까이 가기보다는 도망을 치곤 합니다. 저도 주님처럼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살아야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A. ‘사람이 행복하려면 무엇을 갖추고 살아야 하는가’ 하고 물으면 아마도 수없이 많은 답이 나올 것입니다. 행복 심리학자들은 말하길 우리가 갖는 조건들이 행복을 주는 수단이긴 하지만 그것이 행복 자체는 아니라고 합니다. 조건을 갖췄다 해서 꼭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갖추지 못했다 해서 불행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개인마다 갖는 고유한 반응의 틀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것이 대부분인데,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남아 과거와 현재가 엄연히 다른데도 과거의 방식대로 반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것인데, 이 고유한 반응의 틀이 건강하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비교적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마음에 만족감을 갖지 못하고 늘 불평하고 불행해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파괴적 권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파괴적 권태에 대해 알려면 먼저 권태란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삶에 권태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자 러셀에 의하면 권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바쁘게 일하다가 잠시 빈둥거리면서 지루해하는 권태, 이것은 일명 건설적 권태라고 합니다.

 

이러한 권태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재충전해서 다시 현장으로 나가게 하는 휴식의 의미를 갖기에 누구나 꼭 갖춰야 할 권태입니다. 이런 건설적 권태의 시간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자기 인생이 실속이 꽉 찼을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신뢰를 받습니다. 왜냐면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행복감을 줄만한 것들을 잘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성부께서는 아들 예수님이 주어진 삶에 행복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당신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사는 것을 보고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예수께서 건설적 권태를 가지고 사신 분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반면 ‘파괴적 권태감’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모든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빈둥거립니다. 매사에 불만을 품고 불평을 달며 아무 일도 하지 않기에 설령 이들 말이 옳다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기피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형제님이 주님처럼 사랑받는 존재가 되려면 파괴적 권태가 아닌 건설적 권태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형제님은 제 조언대로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형제님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관심 밖의 자식으로 자랐기에 심리적 영양결핍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지와 달리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혹 더 실망할지도 모르는데, 절대로 자신을 비하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자신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고 살아왔기에 거기에 더 상처를 주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습니다.

 

어떤 영성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자신의 삶과 어린 시절이 관련돼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산다. 더욱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부정적 자아상이 옳다고 생각하고 이런 것들이 지나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올가미와 덫을 놓은 삶을 살아가면서 고통을 당한다.”

 

우리 마음 안의 부정적 소리의 주인은 거의 다 부모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은 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제는 내 소리가 돼 내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고 나의 인생 행로를 불행의 길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을 실행할 만한 심리적 힘이 부족합니다. 마치 산이 좋음에도 오르지 못하는 환자와 같은 신세입니다. 따라서 형제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나친 노력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칫 심리적 탈진상태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바른 목표는 가지되 천천히 가기 위한 준비 작업, 마음과 몸을 추스르는 준비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화신문, 2012년 12월 16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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