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교회문헌ㅣ메시지

1999년 성모 승천 대축일 서울대교구장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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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seoul] 쪽지 캡슐

1999-08-13 ㅣ No.24

성모승천 대축일 메시지

(1999.8.15. 주교좌 명동성당)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충실한 사람을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고 광복절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성모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시고 영혼과 육신이 하늘나라로 들어 높여졌음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미사중에 특별히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민족과 교회 안에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하며 기도드립니다.

 

지난 100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세계의 어느 민족보다도 극심한 고난의 길을 헤치며 살아왔습니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일제의 지배 아래 신음하였고 1945년에 제 2차 세계 대전 종식과 함께 가까스로 압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복에 기쁨도 누릴 사이 없이 남북이 갈라져 동족을 살상하는 처참한 전쟁을 치렀고 수 많은 이산 가족이 지금까지도 한을 안고 살아갑니다. 민족 분단의 역사는 어느새 반 백년이 지났지만 그 아픔이 오히려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공산국가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이 붕괴되고 동.서독간의 장벽이 무너진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보면 남북 분단의 문제뿐 아니라 지역간, 계층간의 골이 더욱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진실로 지역간,계층간 구별없이 사랑으로 하나되고, 남북이 하나 되는 날, 그날이 바로 진정한 광복의 날일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오로지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어느 정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는 있게 되었지만 그 대신에 아름다운 전통과 정신이 허물어졌고 영성적인 가치관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먼저 잃어버린 영성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가치들을 재발견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광복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우리 국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도덕성 높은 솔선수범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민족이 식민지의 질곡에서 벗어나 주권을 회복한 8월 15일이 교회의 달력으로 ’성모 승천 대축일’인 것도 매우 뜻이 깊습니다. 일찍이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성모님께 봉헌 되었습니다.이 명동 성당 역시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입니다. 또한 우리 나라의 신자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깊다고 할 수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성모 승천 대축일에 광복을 맞이 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성모님의 전구하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성모님은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성모님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 말씀에 따라 충실하게 한 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살았던 성모님은 전능하신 하느님과 함께 도래할 사랑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새 날에 대한 희망으로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주님은 거룩하신 분,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루가1,49-53).

 

성모님은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에 ’예’라고 응답하시어 모든 신자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성모님은 항상 예수님과 함께한 분이었습니다.예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당신의 어머니를 모든 믿는 사람들의 어머니로 내어 주셨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따라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우리 인간이 당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다 당한 분입니다.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하며 사신 성모님은 그리스도를 증언한 교회와 신앙인의 모범이자 어머니였습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충실한 사람을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신앙에 충실한 성모님을 드높혀 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기리는 ’성모 승천’입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충실하게 생활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거두어 주시고 드높혀주실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의 성모 승천 대축일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만 진실했던 것이 아니고 주위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 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최초로 기적을 행하신 ’가나의 혼인잔치’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혼인잔치집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성모님은 난처한 입장에 처한 주인을 위해서 아들 예수님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그 결과 물이 포도주로 변한 최초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모님은 사촌언니인 엘리사벳의 해산일이 가까워지자 해산을 돕기 위해서 그 먼 유다 산골까지 찾아가셨습니다.

 

성모님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된 것은 늘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초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말미암아 경기 북부지방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긴급지원과 함께 모든 본당에서 2차 헌금과 구호 물품을 모아 전달해주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수재로 고통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재민들이 오늘의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희망을 갖게 되도록 우리 모두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며 정성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성모님의 전구하심에 힘입어 하느님 안에서 우리 민족이 하나되고 전 인류가 평화를 누리기를 바라며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아멘.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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