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성미술ㅣ교회건축

한국의 주교좌 성당: 한국 현대 교회 건축에 새 지평을 연 마산교구 주교좌 양덕동 성당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2-27 ㅣ No.904

한국의 주교좌 성당 (12) 한국 현대 교회 건축에 새 지평을 연 마산교구 주교좌 양덕동 성당

 

 

마산교구 주교좌 양덕동 성당(주보 : 예수 성심)은 마산이 수출 자유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인구가 유입되던 1970년대에 설립된 성당으로, 성전은 1978년 완공되었다. 자매 교구인 오스트리아 그라츠 교구의 적극적인 협조와 플래처(J. Platzer, 朴基鴻, 요셉, 1932~2004) 몬시뇰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건립되었다.

 

1975년 12월 8일 설립된 양덕동 본당은 가톨릭여성회관 강당을 임시 성전으로 사용하다가 12월 26일 박기홍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성전 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이듬해 10월 그라츠 교구장 웨버 주교가 방문하여 건립 기금 지원을 약속하였다. 이에 박 신부는 장익 주교(당시 신부)에게 건축가 2명을 추천받았는데, 그중 한 명이 한국 현대 건축을 견인한 건축가1) 김수근(金壽根, 바오로, 1931~1986)이다. 박 신부는 서울과 마산을 29차례나 왕래하면서 설계안을 완성하는 열정을 보였다. 1977년 11월 착공해 이듬해 11월 완공하고 장병화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하였으며, 1979년 4월 15일 마산교구 주교좌 성당으로 승격하면서 주보가 성가정에서 ‘예수 성심’으로 바뀌었다.

 

평면 형태는 교회의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양식주의를 벗어난 작가의 조형 의지가 돋보이는 양덕동 성당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특한 재료의 구사와 비범한 조형이 뿜어내는 강력함이 독보적일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성당 건축은 어떻게 정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는 문화유산이다. 1978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고, 2007년 5월 대통령자문건설기술 ·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가 시상하는 ‘이달의 건축환경문화’로 선정되어 재조명을 받은 바 있다. 2011년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가 시상하는 제16회 가톨릭 미술상 특별상이 이 건축가에게 수여되었는데, 당시 심사위원회는 “한국 현대 교회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우리나라 교회 건축의 질적인 발전에 이바지한 고 김수근 선생의 25주기를 기린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양덕동 성당 주변 지역이 노후화되어 재개발이 추진 중인데 성모당 부지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본당 공동체는 창원특례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서한을 보내 “성모당 대체 부지 조정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관리 처분 계획 인가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상황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것으로, 2007년 12월 양덕 제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이 지정될 무렵에는 성당 전체 부지가 재개발구역에 포함될 뻔 했으나 다행히 면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모당 부지는 구역 지정 후인 2012~2013년에 매입하여 조성된 외부 공간으로, 현재 합리적인 조정안을 도출하기 위해 전 본당공동체가 마음을 모아 기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조정안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487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조성 공사가 대지 경계선에 바로 인접해 진행될 경우 준공 45년이 되는 노후화한 성전이 과연 안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13년 전의 불광동 성당이 데자뷰처럼 떠오른다.

 

불광동 성당(1985년)은 양덕동 성당, 경동교회(1980년)와 함께 김수근의 3대 종교 건축물인데, 2009년 불광 제7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으로 바닥과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심각한 붕괴 위험에 처해 건설사와 법적 공방을 벌였었다. 2023년의 양덕동 성당이 그와 같은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교회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

 

1) 한국 근대 건축의 권위자 김정동 교수는 “김수근은 한국 현대 건축의 견인차이며, 건축계뿐 아니라 당시(1970년대) 문화 전반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 건축가”라고 평했다.

 

2) 연면적 1,702㎡, 3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 벽돌조로 건립되었다.

 

3) 김정신,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사』, 한국교회사연구소, 1996.

 

[교회와 역사, 2022년 12월호, 이오주은 미카엘라(한국교회사연구소 미디어콘텐츠사업부 과장)]



28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