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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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08 ㅣ No.438

[레지오 영성]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세상



레지오 마리애 월보에 훈화를 적어달라는 말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랑할 것도, 알려드릴 것도 많지 않은 제가 저보다 열심히 신앙생활하시는 레지오 단원들을 대상으로 훈화의 글을 쓰기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이 안 보실 수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를 갖고 부족하지만 몇 자 적어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다른 신부님들과 달리 신학교에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저에게는 신학생이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습니다. 신학생만 되면 정말 모든 것이 행복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신학생이 되니 저의 꿈은 신부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신학생은 시작일 뿐이고 신부가 되어야 정말 예수님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신부가 되어도 제 생각대로 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꿈꾸었던 것은 주임신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주임신부가 되면 최소한 본당의 교우들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주임 발령지로 부임한 곳이 국내이주사목 담당이었습니다.

국내 이주사목이라는 말이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솔직히 저도 작년에 발령을 받기 전에는 정확하게 어떤 곳인지 몰랐습니다. 거리에서 외국인을 보면 두려운 마음을 가졌던 편견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또 다른 일이 생긴 것입니다. 말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달랐기에 경력이나 능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처럼 일 년을 함께 살면서 지내다 보니, 지금은 다른 점도 모르겠고 두려운 마음도 없어 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이젠 그들을 이방인, 외국인이 아니라 형제, 자매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저도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하느님의 뜻 보다는 오직 제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만 꿈꿔 왔던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을 느낍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꾸준히 기도하십시오

“레지오 마리애” ... 저도 신학교 가기 전에 레지오 활동을 했습니다. 부족한 제가 알고 있는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모범은 은총의 중개자이신 성모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단원은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완전한 순명,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의 정신으로 활동을 하며, 본당의 사목 방침과 지도에 따라 봉사하고 선교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레지오의 본질적인 노력보다는 회합 후 식사나 2차 주회 같은 부수적인 것들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와 활동도 맘이 맞고 급(?)이 맞아야 한다며 끼리끼리 모이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정말 필요한 곳을 찾지도 못할 때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들고, 어렵고, 불편하기에 더욱 기본적인 규율들에 충실해야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본인 마음에도 들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완벽하면 좋지만, 우리들이 갈등 속에서 노력하고 있기에 나아질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가져 봅니다.

물론 아직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제가 드릴 말은 아니지만, 제 힘으로 무슨 일을 잘하기보다는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더 나아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어디서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음도 느끼며 살아갑니다. 늘 낯설다는 핑계로 부족하고, 모자라고, 안 되며 제가 원하는 것들만 찾았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여러분께 조언을 드립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꾸준히 기도하십시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처럼 본 만큼 알 수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볼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 하는 분들이 이방인, 이주민, 외국인이 아니라 친구고 형제고 자매인 것처럼, 지금 여러분들도 본래의 마음을 회복한다면 새로운 신앙을 불태울 수 있습니다.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느님 사랑 안에서 언제나 행복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부탁드립니다.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2월호, 신명균 마트티노 신부(창원이주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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