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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복시성] 124위 시복 결정 의미와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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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2-15 ㅣ No.1211

[하느님의 종 124위 복자 반열에] 124위 시복 결정 의미와 절차


스스로 복음 받아들이고 꽃피운 초기 순교자 시복 영광



전주 전동성당 구내에 있는 윤지충(바오로, 오른쪽)과 권상연(야고보) 청동상. 성당 옆 풍남문에서 참수 처형된 두 사람은 이번에 나란히 시복이 확정됐다. 변효석 명예기자.


▨ 순교자 124위 시복 결정의 의미와 향후 추진 일정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 시복 결정은 1984년 103위 시성 당시 한국 천주교회에 시복의 염원을 안겼던 초기 박해시대 순교자들의 시복이 이뤄지게 됐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당시 시성된 103위 성인이 대부분 19세기 중반 기해(1839)ㆍ병오(1846)ㆍ병인(1866)박해 순교자여서 이들의 신앙을 키운 신유(1801)박해 전후 순교자들의 시복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같은 필요성은 시복의 염원으로 발전했기에 이번 시복 결정의 기쁨은 더 컸다. '103위 시성 30주년의 해'에 124위가 시복되는 영광을 천상의 순교자들과 교회가 안게 됐다는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124위 시복 결정은 또 103위 시복 때와 달리 한국교회의 자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103위 시복은 파리외방전교회가 주축이 돼 진행된 데 반해 124위 시복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순수한 힘으로 이뤄졌다. 특히나 103위 시복 당시에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라틴어나 불어로 쓴 보고서나 서한, 문서 등 사료가 풍부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사료도 그다지 풍부하지 못했고 로마 주재 청원인인 김종수 신부와 공동연구자인 정시몬 신부가 관련 시복청원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시복 추진을 해본 경험이 없어 새로 개정된 시복시성절차법에 따라 마치 산을 하나하나 넘듯이 시성성에 절차와 관행을 확인하며 진행해야 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2008년 시복된 일본교회 순교자 '베드로 키베(岐部) 사제와 동료 187위'가 교황청 시성성에 시복청원서를 전달 후 시복되기까지 10여 년이 걸린 데 반해 한국교회는 시성성에 시복청원을 한 지 4년 9개월 만에 시복 결정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124위 시복이 결정됨에 따라 시성성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결정 교령을 발표한다. 이 교령이 나오는 대로 한국교회는 이달 중, 늦어도 3월에는 124위 시복 준비위원회를 구성, 시복식 준비에 들어가며, 교황청과의 협의를 거쳐 시복식 전례 일정과 시간, 장소 등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교황 방한이 결정되면, 시복식 준비위원회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위의 한 관계자는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 시복 결정이 5년이 채 안 돼 이뤄지게 된 데는 한국교회의 역량과 신자들의 기도, 박정일 주교님을 비롯한 주교단의 지원, 수많은 신학자과 역사학자, 교회법학자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시복식에는 한국교회 신자들의 많은 기도와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4년 2월 16일, 오세택 기자]
 

▨ 시복시성 의미와 절차

성인(聖人)의 사전적 의미는 '거룩한 사람'이다. 공자와 소크라테스 같은 이를 떠올리기 쉽다.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성인은 이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교회의 성인은 순교나 탁월한 덕행으로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신앙의 귀감이 되는 이들로,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교회가 성인으로 선포(시성, 諡聖)한 이를 말한다.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시복(諡福)은 시성을 위한 직전 단계다. 그래서 흔히 '시복시성'을 한데 묶어서 쓴다. 시복이 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시성이 된다. 복자품에 오르면 성인품에 오르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교회에는 시성을 위한 시성 절차법이 있고, 시성을 관장하는 교황청 시성성이 있다.

성인이 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순교자, 즉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친 이들이다. 한국교회 103위 성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증거자로, 뛰어난 신앙의 덕행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증인이 된 이들이다. 현재 시복 심사 중인 최양업 신부의 경우다. 성인으로 선포되기 위해서는 순교 사실과 덕행에 관한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증거를 검토하고 확인하는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

시복시성 절차는 꽤나 복잡하다. 하나하나 순서대로 살펴보자.

모범적인 어떤 신앙인의 순교나 덕행에 대한 평판이 널리 알려지면 보통 그 사람이 순교하거나 선종한 지역의 교구장이 시성을 추진한다. 교구장은 시성을 추진할 적임자(청구인)를 선정해 시성 후보자(하느님의 종)의 순교와 덕행에 대해 자세하게 조사하게 하며, 청구인은 조사 결과를 교구장에게 보고한다. 교구장이 시성 절차를 밟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동안의 조사 과정과 '하느님의 종'에 관한 약전(略傳, 간략한 전기)을 작성해 교황청으로 보낸다.

교황청에서 시성을 추진해도 좋다는 답신을 받으면 교구장은 자료나 증인들 증언이 확실한지 심사한다. 심사는 증언들에 대한 심문, 증거자료에 대한 심사, 현장 실사 등으로 이뤄진다. 교구장은 아울러 '하느님의 종'의 전구를 통해 일어난 기적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일반적으로 전구로 인한 기적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종이 순교자일 때는 기적이 없어도 된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관련 자료를 다시 교황청에 제출한다.

교황청 시성성은 접수한 자료를 검토한 후 더욱 철저한 조사에 들어간다. 교황청은 이와 별도로 기적심사도 엄밀하게 진행한다. 시성성은 덕행이나 순교에 대한 조사 결과와 기적심사 결과가 모두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면 이를 교황에게 보고한다. 교황은 관계 추기경단 회의를 거쳐 '하느님의 종'을 복자품에 올리는 것을 결정한다.

복자는 '하느님의 종'이 성인으로 선포되기 이전에 하느님 영광에 들어가 참으로 복된 이가 됐음을 교회가 선포한 이를 일컫는다. 복자가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시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복식을 통해 복자로 선포되면 그 복자가 탄생한 지역 교회와 국가 등은 그 복자를 공적으로 공경할 수 있다. 그러나 보편교회 차원의 공적 공경은 성인만이 받을 수 있다. [평화신문, 2014년 2월 16일, 남정률 기자]
 

▨ 순교자 124위 시복 추진 일지

▲ 1982 한국교회 2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1차 시복시성추진위원회를 열어 초기 순교자 시복시성 추진 논의
▲ 1985 주교회의, 해당 교구별로 시복을 분리 추진키로 결정
▲ 1997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서 한국 천주교회 시복ㆍ시성 작업 통합 추진 결정
▲ 1999~2001 통합추진위원회 회의(총 5차)
▲ 2001. 03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서 시복ㆍ시성 청구인을 '주교회의'로 변경하고, 담당 교구장에 당시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 선출
▲ 2002. 03 제2차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제1차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 124명 확정과 함께 신학위원, 역사위원 임명
▲ 2002. 09 교황청 시성성의 교령 회신(Prot.N.1664-2/01), 하느님의 종'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의 단일 안건(통합) 추진과 함께 마산교구에 '하느님의 종' 예비심사 관할권 부여
▲ 2003. 09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한글 약전 발간
▲ 2003. 11~2004. 05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 위원회 회의(총 7차)
▲ 2004. 04~2009. 02 예비 심사 관여자 회의(총 11차)
▲ 2004. 05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안건 착수와 법정 구성 교령' 공포
▲ 2004. 07~2008. 11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법정(총 35회기) 및 현장 조사(16차례, 법정 17~28회기 및 4차에 걸친 무덤 개봉)
▲ 2009. 05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법정 종료 회기
▲ 2009. 05 로마 주재 청원인에 로마 한인신학원 원장 김종수 신부 임명
▲ 2009. 05 시성성에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청원서 공식 접수
▲ 2009. 06 한국 천주교회 대표단, 시성성 방문해 시복 시성 청원서 제출
▲ 2012. 10 하느님의 종 124위 '포지시오(Positio, 시성성 통상 회의에서 안건의 최종 결정을 위해 보고관이 작성하는 최종 심사 자료)' 작성 완료 및 시성성 제출 
▲ 2013. 03 하느님의 종 124위 '포지시오' 시성성 역사위원회 심의 통과
▲ 2013. 10 하느님의 종 124위 '포지시오' 시성성 신학위원회 심의 통과
▲ 2014. 02. 04 시성성, 추기경 및 주교들 전체회의 통과
▲ 2014. 02. 07 프란치스코 교황, 시성성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교령 발표 허락

[평화신문, 2014년 2월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결정 해설


한국교회 힘으로 이끌어낸 성장·역량의 결과



한국교회는 ‘하느님의 종 124위를 위한 124억 단 묵주기도 운동’, 도보 성지순례, 심포지엄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사진은 2011년 11월 한국평협 ‘시복시성을 위한 전국 성지순례’ 중 서소문성지 순교자현양탑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순례단 모습.


8일 발표된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 결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성장과 역량의 결과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1997년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통합추진을 결정한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 추진은 1984년 103위 성인 시성의 영광과 감격 뒤에 가려진 한국교회 신자들의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103위 성인 시성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가 주축이 돼 진행됐고 그 대상자도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가 주를 이뤘다.

한국교회 초기 박해로 기록되는 신해박해(1791년)와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들이 대거 하느님의 종 124위에 포함된 것은 그들이 103위 성인보다 먼저 한국교회의 초석이 됐고 순교로 신앙을 증거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도 9일 “이번 시복 결정은 한국교회의 순수한 힘으로 이끌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 통합추진 결정 후 시복 결정이 나기까지 17년이 흐르는 동안 초대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헌신한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를 필두로 로마 주재 시복 청원인 김종수 신부(로마 한인신학원장)가 현지에서 시복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헌신적으로 처리했고 미국 이민 1.5세대인 로마 공동연구가 정시몬 신부가 시복 청원서의 번역과 연구, 정리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했다.

시복 핵심 담당자들은 물론 전 교구에 걸친 신자들의 시복을 향한 기도와 노력은 한국교회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와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공동으로 시작한 하느님의 종 124위를 위한 124억 단 묵주기도 운동, 지난해 9월 한국 주교단 최초의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도보 순례, 수원교구의 초기 평신도 지도자 시복시성을 위한 총 4차 심포지엄 개최, 대전교구의 2012년 ‘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 교구 주보와 페이스북 연재, 부산교회사연구소의 시복시성 도보성지순례 활성화를 위한 ‘순교자 카드’ 제작 등 시복시성 운동의 한 획을 긋는 움직임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시복 결정에 이어지는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은 시복식의 시기와 장소이다. 전통적으로 시복식은 교황청 시성성 장관이 주례하지만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식은 교황이 올 8월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기회에 직접 주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교황청 소식통은 교황의 한국 방문을 확정된 것으로 보도했지만 주교회의 관계자는 “교황님이 시복식을 주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황청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24위의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이 순교한 전주 등이 시복식 장소로 물망에 오르는 가운데, 103위 성인 시성식을 치른 경험이 있고 정부의 행정적 협조를 얻기 용이한데다 신자들이 집결하는데 다양한 편의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서울에서 시복식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시복식이 예상보다 앞당겨 치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3월 이전에는 시복식 준비위원회가 구성돼야 하고, 5~6월에는 아시아청년대회와 시복식을 위한 2차 헌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2014년 2월 16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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