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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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매주 읽는 단편 교리: 조상 제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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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9-26 ㅣ No.4316

[매주 읽는 단편 교리] 조상 제사 문제

 

 

우리 민족은 설과 추석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조상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 초기부터 조상 제사는 문제가 되었던 중대 사안입니다. 천주교인이 된 신자들은 하느님 외의 다른 신을 경배하거나 미신행위를 하는 것을 철저하게 배척하였으나, 조상 제사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790년 윤유일 바오로는 ‘조상 제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주(神主)를 모셔도 좋은지’에 대해 북경교구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조상 제사의 근본 의도는 ‘돌아가신 이 섬기기를 살아 계실 때 섬기듯이 함’[事死如事生]에 있으니, 만약 천주교를 믿으면서 제사를 지낼 수 없다면 매우 곤란한 일인데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 그러나 북경교구의 구베아 주교는 “천주교는 반드시 성실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사람이 죽은 후에 음식을 차려 놓는 건 성실의 도[誠實之道]에 크게 어긋난다.”라고 대답할 뿐,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그럴 것이 교황 외에는 누구도 제사 금령을 변경하거나 완화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상 제사 금지에 따라, 전라도 진산에 살던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조상 제사를 폐하고 신주를 불태웠습니다. 1791년 5월, 윤지충의 어머니 권 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정성껏 장례는 치렀으나, 혼백(魂帛)이나 신주를 세우지 않고 제사도 지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천주교는 무군무부(無君無父)의 패륜적 사교(邪敎)로 낙인찍히며, 신해박해(1791)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조상 제사를 금지했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첫째, 흠향할 수 없는 죽은 이에게 제사를 통해 술과 음식을 올리는 것은 허례요 가식이며, 더 나아가 미신행위가 된다. ② 둘째, 제사는 오직 하느님께만 드릴 수 있는 것이므로, 조상 제사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는 제1계명을 어기는 중죄가 된다. ③ 셋째, 신주는 자손의 골육 생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뭇조각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이 어느 물건에 깃들어 있을 수 없으므로 마땅히 없애 버려야 한다.’

 

이후 약 100년간의 참혹한 박해 끝에 1886년 조불수호조약(朝佛修好條約)으로 이땅에는 신앙의 자유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선교사들의 무관심과 무지는 계속되었고, 이는 여전히 수많은 갈등과 분쟁들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20세기에 들어 조상 제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1939년 12월 8일, 교황청은 <중국 의례에 관한 훈령>을 발표해 공자 공경 의식을 전면 허용하고, 조상 제사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용적으로 허가하였습니다. 이 훈령은 1940년 2월 「경향잡지」에 <중국 예식과 그에 대한 서약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1958년 한국 주교단은 「한국 교회 공동지도서」(라틴어판)에서 제례와 상례에 관한 일반 원칙뿐 아니라, 구체적인 허용 의식과 금지 의식의 목록도 제시하였습니다. 1962년부터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양한 종교 및 문화에 대한 존중과 새로운 선교 정책을 위한 방향을 정립하였습니다. 이후, 1984년에 열린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 전국사목회의’ 등 수많은 논의를 거쳐, 마침내 2012년 조상 제사와 관련한 지침을 담은 「한국천주교가정제례예식」이 발행되었습니다. 여기서 조상 제사는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134조 1항」; 「한국천주교 가정제례예식」 1항) 아름다운 전통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2023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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