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새로운 복자: 최창주 마르첼리노와 원경도 요한 - 장인과 사위의 아름다운 신앙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01 ㅣ No.1514

[새로운 복자] 최창주 마르첼리노와 원경도 요한 - 장인과 사위의 아름다운 신앙


 

혼기가 찬 딸을 둔 부모의 가장 큰 바람은 괜찮은 신자 사위를 맞이하여 딸 부부가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더욱이 그들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성가정을 이루며 살다가 하늘나라의 복된 자(福者)가 된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바는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꿈을 이룬 사람 가운데 한 분이 바로 최창주 마르첼리노입니다.

최 마르첼리노는 자신이 받아들인 신앙을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두 딸에게 전합니다. 그의 두 딸은 교우 집안으로 출가하여 성가정을 이루어 그 가족들을 순교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줍니다. 더욱이 큰 딸 최조이(바르바라)는 순교하여 복자가 되는 영광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최 마르첼리노는 둘째 사위 원경도(요한)와 같은 고을에 살며 신앙생활을 하다가 함께 체포되고 순교하여 사위와 함께 복자가 되었습니다.

최 마르첼리노는 경기도 여주의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 40대 초반에 가족과 함께 신앙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다가 신해박해(1791년)로 인해 체포되어 광주로 압송됩니다. 한편으로 아직 신앙의 단꿈만을 추구하던 그였기에, 박해는 그에게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온전히 신앙을 고백하지 못하는 유감에 빠집니다. 이후 최 마르첼리노는 그러한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며 신앙생활에 매진하며 성가정을 가꾸고, 이웃 교우들에게 열심히 신앙을 알리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두 딸을 모두 교우에게 출가시킵니다. 그 사위 중 한 명이 1801년에 여주에서 순교한 원 요한입니다.

1800년에 여주지방에서 박해가 다시 일어납니다.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사위 원 요한과 교우들이 음식과 술을 나누며 마을 길가에 모여 큰 소리로 부활삼종기도를 외우고 바가지와 술통을 두드려 장단 맞춰 성가를 부르며, 날이 저물도록 부활 신앙을 증거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여주 관장은 사위 원 요한과 그 일행 11명을 체포합니다.

이때 최 마르첼리노는 부인과 어머니의 강요로 피신의 길을 나섭니다. 그러나 집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최 마르첼리노는 돌아섭니다. 그리고 목숨 바쳐 신앙을 지키기로 했던 마음을 되새기며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에 체포됩니다.

여주 감옥에 사위 원 요한과 함께 투옥된 최 마르첼리노는 어렵고 힘든 감옥 생활 가운데서도 서로 위로하며 신앙을 돈독히 하여 주변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서도 서로 우애를 나누는 모습에 감동한 간수 중 한 명이 열심한 신자가 되기까지 합니다.

관장은 감옥에 있던 최 마르첼리노와 원 요한에게 신자들을 밀고하라고 강요하면서, 회유와 동시에 강도 높은 고문과 형벌도 가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천주교에서 누구에게라도 해를 끼치는 것을 금하고 있으니, 한 사람도 고발할 수 없습니다.”라며 밀고를 끝까지 거부합니다. 더욱이 최 마르첼리노는 신자들을 대표하여 “모든 사람의 임금이시며 아버지이신 참 천주를 알고, 그분을 섬기는 행복을 받았으니, 저희는 그분을 배반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합니다. 참다못한 관장은 이를 조정에 보고하여 ‘고향으로 돌려보내 처형함으로써 그곳 백성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라.’는 판결을 받아 냅니다. 이리하여 장인과 사위가 같은 날(1801년 4월 25일, 각각 53세, 27세) 순교의 영광을 얻습니다.

[2015년 9월 27일 한가위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인계동본당 주임)]



2,95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