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강론자료

1월 25일(주일)-연중 3 주일

스크랩 인쇄

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4-01-24 ㅣ No.577

연중 3 주일 (다해)

 

        느헤미야 8,2-4ㄱ.5-6.8-10      1고린 12,12-30      루가 1,1-4; 4,14-21

    2004. 1. 25.

주제 : 하느님의 법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한 해를 잘 맞이하셨습니까?

지난 한 주간은 여러분 모두 바쁘게 지낸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한 해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느라고 바빴을 것이고, 찾아볼 어르신들을 기억하고 인사하느라고 보낸 시간도 짧은 시간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올 한 해 우리 삶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시간은 지났지만 뒤늦은 마음을 지금이라도 잘 갖출 수 있다면 더 나을 것입니다.  

 

오늘은 연중 3 주일입니다.  

오늘 듣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가 힘겹게 생각할 수도 있는 말씀입니다.  전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읽으면서 그 주제를 <우리를 힘겹게 만드는 하느님의 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은 하느님의 법이 우리를 힘겹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주기 위함이라고 말하는 것이 늘 들을 수 있는 소리이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첫 느낌은 왠지 모를 구속감이고 우리가 편하게 사는 것을 배 아파하는 하느님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내 맘대로 살고 싶은데 하느님의 말씀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법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며, 서로 돕고 살아야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늘 들은 느헤미야 예언서 1독서의 말씀이고, 두 번째 독서 고린토 서간의 말씀입니다.

 

본당 공동체도 그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전하는 곳이 본당공동체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많지만 그것이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주일미사에 오는 이유는 와야 하니까 오는 것일 뿐이고 오지 않으면 고해소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고 싶어서 성당에 오는 것이라면 우리의 생각과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미사 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과 약속장소를 향하여 달려가면서, 성당에서 내 도움을 베풀어야 할 시간을 내는 일은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 대신 할 거라고 생각한다거나 그렇게 시간을 내는 일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일 삶에서 한참 물러선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드러내 보일 삶의 자세와는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루가가 쓴 글을 읽을 테오필로가 누구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를 향하여 예수님에 관한 내용을 적어 보낸다는 것은 생각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쓸데없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루가가 했던 그 일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전해져서 예수님이 하신 일과 그분이 남기신 삶의 의미를 아는 일이 되게 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미래를 생각해서 일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지금 현재 실천한 일의 결과는 시간을 두고 맺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논밭에 자라는 곡식과도 같은 것입니다.  지금 당장 과일나무의 손질을 하고, 지금 당장 볍씨를 논에 뿌린다고 해서 그것이 단 몇 초의 시간도 흐르지 않아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닌 것과도 같은 소리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흘러야 할 정해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해가 흐르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음을 기억하며 계획을 세우는 일도 그런 것의 하나일 것이고, 우리가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있도록 힘써주신 조상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위해서 기도했던 지난 설날의 행동에도 마찬가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신경을 쓰거나 쓰지 않거나 시간은 흐르는 법이고, 그냥 내버려둔다고 하더라도 풀은 자라고 물은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그러나 저절로 되는 자연의 법칙 같아도 그런 것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내가 있기 때문에 저절로 지나는 것처럼 보이는 일에도 의미가 깃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 해가 시작하고서 뭘 했는지 사람마다 다르지만, 벌써 첫 번째 달의 마지막 주간에 우리는 와 있습니다.  그렇게 열 한번만 더 지내면 우리는 또 새로운 한 해를 맞는다고 말할 것입니다.  시계 초침만을 바라보면서 1분이나 2분, 1시간이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고 시간만 계산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며, 그 삶에 나를 합류하게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 삶이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좀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반복해서 익히는 일도 필요할 것이고, 각자의 가진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여 공동체가 발전하도록 애쓰는 일도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 삶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날에 마음을 모아 기도할 일입니다.



47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