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종교철학ㅣ사상

뜨겁게 만나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하느님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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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31 ㅣ No.175

[뜨겁게 만나다] 하느님은 개굴개굴 소리에도 기뻐하신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 「하느님과의 만남」


그 순간 꼭 필요한 말씀이 뚜벅뚜벅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을 「개구리의 기도」를 통해 처음 만났다. 삶이 버거울 때나 쓰던 글이 벽에 부딪칠 때면 나는 영성서적을 읽는다. 도서관의 영성서적 코너에 손을 뻗으면 신기하게도 그 순간에 필요한 책이 손 안에 들어온다. 그날도 내 인생이 산산조각난 기분이라 슬픔에 잠겼었는데 앤소니 신부님이 뚜벅뚜벅 내게로 다가오셨다.

「개구리의 기도」는 민담이나 우화로 재미있고 쉽게 읽혔는데, 하느님은 개굴개굴 소리에도 기뻐하신다는 구절이 가슴을 쿵 쳤다. 큰 북의 진동처럼 그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파장을 만들었다. 개구리 울음도 기도로 듣는 하느님이시라면, 나의 기도를 듣지 않으실 리가 없다는 믿음이 생겼다.

또한 그 기도가 간절하다면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미쁘게 여기시며, 살펴주실까! 그 감동이 신부님의 모든 책을 사서 읽게 했고 나는 곧 그 영성에 매료되었다.


기도의 방법과 회개의 의미

인도 출신인 앤소니 신부님의 작품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적 내용과 어긋난다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공지(1998년)가 있었지만, 예수회의 이냐시오 영성수련을 발전시킨 신부님의 강의가 여러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신부님은 이론적인 주입이 아닌 성령을 함께 체험하는 강의를 하셨다. 「하느님과의 만남」은 피정지도 강의를 모은 책으로 기도하는 방법과 속죄와 용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

나는 기도란 묵상과 관상기도가 진짜이며 단순한 염경기도와 청원기도는 저급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어떻게 친교를 맺어야 할지도 몰랐다. 고해성사는 무엇을 고백해야 하는지, 미사시간의 전례가 답답하게 여겨졌을 때도 있었다. 부득이한 일 때문에 주일미사를 가지 못해도 죄의식을 가졌고, 내 잘못이 아닌 일에도 ‘내 탓이오.’ 하는 어두운 종교생활을 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종교란 우리가 행해야만 하는 무엇이 아니며, 하느님을 위해서 해야 하는 그 무엇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우리를 위해,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그 무엇이며, 따라서 우리의 노력과 갈망과 은총에 대한 협력까지도 하느님의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많은 신자들처럼 나는 회개가 “주님, 죄송합니다.”라는 반성인 줄 알았다. 그러나 회개는 “주님,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이었다. 신약성경 어디에도 예수님께서 우리가 죄를 용서받으려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라는 말은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일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도 “너희가 서서 기도할 때에 누군가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 용서하여라. 그래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신다.”(마르 11,25)라고 하셨지만, 사실 용서는 쉽지 않다.

용서의 은총을 얻는 기도방법은 미운 사람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고, 내가 당하는 모든 불의를 하느님께서 어떤 신비한 목적을 위해서 계획 통제하신다고 믿는 것이다. 또 마음속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앞에서 이 위대한 불의의 희생자를 바라보면, 내가 당하는 작은 불의로 야단법석을 떠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그렇게 나는 미운 사람들을 놓아주었다. 지나고 보니 그들이 나를 붙든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붙들고 있었다. 미움의 모습으로 사랑을 청하거나 관심을 바랐고, 또는 나의 피해에 스스로 집착하여 함몰되기도 했다.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자 신기하게도 건강까지 좋아졌다.


나는 힘이 세다

인간의 깊은 내면은 기도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인간은 자기 영혼 깊은 그곳, 생명의 샘에 도달하지 못하는 한 행복할 수가 없다.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으려면 침묵이 필요하다.

기도 중에 가장 힘든 시련은 기도 중에 만나는 하느님께서 내 합리화의 껍질을 벗겨버리고, 보호막을 부수어 나의 알몸뚱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시는 일이다. 그를 견디려면 가련한 피조물임을 고백하고 이겨낼 힘을 청해야 한다.

그분은 멋들어진 기도를 바라지 않으신다. 물질을 포함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채워주실 것을 간구한다. 하느님과 친교를 맺으면서 나는 신부님의 말씀대로 “성령의 능력을 통해 속사람으로 굳세어지는 힘”을 얻었다. 나는 힘이 세다.


호흡과 걸음에 맞추는 기도

개인적으로 나는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짧은 주문기도의 힘을 좋아한다. 내 호흡과 걸음에 맞춘 이 기도는 온종일 주님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주고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편하게 누워서 천천히 말을 한다. “매일매일, 여러 모든 경로를 통해서, 내 건강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라고. 그분의 치유를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실제로 엄청난 치유를 체험했고 영적인 새 힘이 솟았다.

내 안에는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며 살아왔다. 탐험을 기다리는 내 안의 우주를 버리고, 외부의 세상과 외적인 이유만을 위해 살아왔었다. 그러나 이제 예수님께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신다는 것과,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 그 큰 사랑은 나의 행복과 평화만 바라는 분이 주시는 사랑이다.

요구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사랑에 찬 아버지가 계시니, 나는 자신있게 내 안의 우주로 향한다. 나는 그 우주의 힘을 믿는다.

나의 아버지! 사랑합니다!

* 안영실 루치아 - 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와 미니픽션 작가회원이다. 1996년 문화일보에 중편소설 ‘부엌으로 난 창’으로 등단했으며, 「젊은소설」과 「미니픽션집」에 참여했고, 창작집을 준비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7월호,
글 안영실 · 그림 박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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