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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가톨릭 이상 퍼뜨리기(단순노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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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11 ㅣ No.427

[레지오와 마음읽기] 가톨릭 이상 퍼뜨리기(단순노출 효과)

 

 

프랑스 ‘파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은 에펠탑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파리의 상징인 이 에펠탑의 건설 초기에는 파리 시민들의 혐오 속에 철거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혐오의 정도는 ‘여자의 일생’으로 유명한 소설가 모파상이 몽소공원에 세워진 자신의 동상조차도 그 탑을 보지 못하도록 돌려놓기도 했다는 이야기로도 짐작 가능하다. 그런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펠탑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심리학에서는 “에펠탑 효과” 혹은 “단순노출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단순노출 효과”는 말 그대로 상대에게 단순하게 보이기만 해도 호감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심리학적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로버트 자욘스(Robert Zajonc, 1923~2008)에 의해 실험으로 증명되었는데, 그는 한자(漢字)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일간지 귀퉁이에 한자를 매일 하나씩 큼직하게 실었다고 한다. 두 달에 걸쳐 어떤 한자는 한번, 어떤 한자는 두 번, 어떤 한자는 세 번을 보여 주었다.

 

그 후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 각 한자를 보여주며 그 뜻이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 물었다. 글자의 뜻을 알 수 없었던 학생들은 짐작으로 대답하였는데, 그들은 자주 본 한자일수록 뜻이 좋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말하면 미국 학생들은 제시된 한자의 뜻을 모르므로 그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글자이지만 단순히 접하는 횟수가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글자를 좋은 뜻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에펠탑의 경우도 처음에는 철거의 위험에 놓였지만, 파리 시민들은 아침마다 눈을 뜨면 좋든 싫든 에펠탑을 보아야 했고 그러다 사랑을 받는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면 경계심을 느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무의식적으로 작용시켰던 적응기제이다. 그래서 여러 번 본 사람이나 사물에서는 그 불편함을 덜어내고, 익숙해진 것에는 편안함을 느끼고 나아가 호감까지 가져오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에펠탑이 파리 시민들에게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프랑스 군대가 그 철탑을 군사통신용으로 사용하여 철거의 시간을 벌어 주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자주 보이기만 해도 호감 갖게 할 수 있어

 

“단순노출 효과”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많이 스며들어 있다. 티격태격 싸우던 직장동료와 사랑에 빠진다거나 버스나 전철에서 자주 보던 이성에 끌리는 것 등은 모두 이 효과의 힘이다. 또한 스타들의 옷이나 공익광고에 있는 브랜드, TV나 영화의 간접 광고 등은 모두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스컴을 통하여 특정 브랜드에 익숙해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여 자신들의 상품을 일부러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게 하여 관심을 끌어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도 있는 것을 보면 그 노출이 부정적이어도 반복적이면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S성당의 모 Pr.은 유달리 활동 횟수도 많고 활동 결과도 좋아 다른 Pr.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그 비결은 바로 그 Pr.의 단장인 B자매에게 있었다. 그녀는 7년 전, 남편의 사업실패로 자신이 경제를 책임지면서 삼 년 정도 화장품 외판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레지오를 그만 두게 되었지만 남편의 재기로 다시 레지오 활동에만 전념하게 되면서 영업을 하기 전과 지금, 레지오 활동에 임하는 자세와 방법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한다. 이유는 그녀의 영업 경험이 지금 레지오 활동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내성적 성격이어서 영업이 쉽지 않았어요. 더구나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나아가 믿음을 얻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어떤 경우는 한 개의 물건을 팔기 위해 그 가게를 일주일에 한 번씩 10달이나 가야했거든요.” 그녀는 또 “예전 제가 레지오 활동하던 태도를 돌아보면 참 어이없고 부끄럽습니다. 왜냐하면 그 때는 몇 번만 시도하고 잘 안되면 그냥 활동대상자를 잊어버리거나 포기했었으니까요.”라고 한다. 

 

그녀는 어떤 대상이든 꾸준히 여러 번 성실하게 만나야 결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단장인 그녀가 Pr. 운영에 적용한 방법은 독특하다. 일단 단원들의 활동대상자들과 협조단원들을 모두 기록하여 일일이 보고날짜를 적는다. 그리고 해당 단원이 일정 기간 그 대상에 대한 활동보고를 하지 않으면 대상자를 상기시켜 활동 배당을 준다. 영명축일을 챙겨 연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즘 많이 쓰는 카톡이나 문자를 이용하게 하는 등, 일단 활동대상자들에게 자주 연락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 자신 또한 매일 십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그녀의 지인들에게 좋은 글이나 동영상, 성경 말씀 등을 전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그녀의 활동대상자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힘주어 말한다. “쓰고 없어질 물건 하나를 팔기 위해 한 사람을 일주일에 한 번씩 10개월을 만나야 한다면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자주 오랜 시간 동안 만나야 할까요? 우리의 영혼은 물건에 비할 수 없는 가치가 있으니 그 몇 배 만큼을 더 만나야 할 것입니다.”

 

 

늘 활동대상자에 대한 관심 놓지 말아야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뜻도 있겠지만 자주 보는 이웃이 사촌보다 더 좋게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단순노출 효과”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그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실제로 짝사랑에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바로 상대에게 고백하기보다는 그 사람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자신의 모습을 자주 보이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때 다가가야 한다는 연애 방법을 소개한 책도 있으니 상대를 자주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호감을 사는 간단하지만 효과 좋은 방법이라 할 것이다.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열심히 활동하도록 이끌려면 많은 인내심과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이 돌봄이 바로 레지오 단원들에게 주어진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441쪽)라고 교본에 되어 있으니 활동대상자를 인내롭게 지속적으로 돌보는 것은 레지오 단원의 의무이다. 

 

또한 교본에 “레지오의 활동은 본질적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추어진 행동이어야 한다. 그것은 각 단원의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되어 열정과 사랑의 정신으로 발전해 나간다.”(434쪽)라고도 되어 있으니 만남이 열정과 사랑의 정신으로 조심스럽게 행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니 “실상 레지오 단원은 어떤 의미로는 항상 복무 중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432쪽)는 말처럼 우리의 일상이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늘 활동대상자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레지오는, 비록 속도가 느리더라도, 열심한 신자로서의 생활과 가톨릭적 이상을 사람들 안에 꾸준히 퍼뜨리는 데 참된 승리가 있다고 본다.”(교본 43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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