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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사도 바오로 영성을 따라서1: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로마 총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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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3 ㅣ No.111

[바오로 해 특집 사도 바오로 영성을 따라서] (1)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로마 총본원


곳곳에 단순함과 소박함 배어나…

 

 

성 바오로 동상.


-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로마 총본원 전경.


- 노아의 방주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수녀회 성당.


- 돌 제대와 옥빛 벽면의 조화가 어우러진 성당 내부.


- 총본원 참사원인 이귀순 수녀가 수녀회가 진출한 국가들이 표시된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 총본원 내 도서관은 로마로 유학 온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들의 또다른 배움터다.

 

 

가톨릭교회가 이방인의 사도 성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맞아 올해 6월부터 1년 간 ‘바오로 해’를 지낸다. 본지는 ‘바오로 해’를 맞아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따르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성 바오로 수도회, 성 바오로딸 수도회 로마 총본원을 찾아갔다.

 

로마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한 지 20여 분쯤. 서쪽 외곽의 ‘텔레콤 이탈리아’(Telecom Italia) 건물 앞에서 내려 큰길을 따라 조금 걷자 금세 수도원이 나타난다.

 

‘총본부’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옹기종기 자리잡은 아담한 건물에 깔끔한 조경이 더해져 마치 대학교 캠퍼스나 피정의 집을 찾아온 듯 하다.

 

반대편 언덕 너머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PONTIFICIO COLLEGIO COREANO)’이 가물가물 보인다.

 

사전에 약속을 한 터, 손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자 한국인 이귀순(마리아고레티) 수녀가 반갑게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이수녀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장을 지내고 2005년부터 2007년 9월까지 로마 총본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로마 총본원의 참사원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찾아온 기자’라는 말에 너무도 반가워하는 이수녀의 안내로 수도원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수도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아담한 규모의 총본원 건물이 보이다.

 

왼편에는 강의실과 숙소, 식당, 시청각실, 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는 수도원 건물과 수도원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총본원 건물 앞뒤에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 듯한 예쁜 정원이 꾸며져 있고, 정원 한켠에는 성 바오로 사도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웅장함과 위대함보다는 단순함과 소박함이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 드러나지 않는 절제와 일치가 절묘하다.

 

총본원 건물에 들어와 맨 먼저 찾아간 성당은 그 외관부터가 인상적이었다. ‘노아의 방주’ 모양을 본뜬 성당은 창설 정신과 복음화 사명을 성찰하면서 제삼천년기 새로운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수도원의 의지를 상징하는 듯 했다.

 

성당을 나서 회벽의 긴 복도와 계단을 따라 내려가 지하 회의실에 도달했다. 회의실 입구에 서 있는 흑빛의 ‘샬트르의 성모 마리아 상’이 눈에 띈다. ‘크립트’(Crypt)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수도원 총회도 열리고, 총장도 선출하며, 수도자들이 모여 영성수련도 갖는다 했다.

 

건물을 나서 이수녀와 함께 총본원 뒤편을 거닐며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로마 총본원에 대한 현황을 물었다. 로마 총본원에는 전 세계 13개국에서 온 43명의 수도자가 상주하고 있다. 그 중 18명은 학생 수녀들이며, 총장을 비롯한 나머지 16명은 각자의 소임을 다하며 기도와 헌신의 삶을 살고 있다. 한국인 수도자는 9명. 3명의 참사원을 비롯해 서울관구 출신 3명, 대구관구 출신 3명으로 이뤄져 있다. 태국 출신의 미리암 키차로엔(Myriam Kitcharoen) 총장 수녀는 지난 2001년 수도회 역사상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총장에 선출됐다. 1965년 입회해 70년 종신서원한 그는 78년부터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태국 관구장과 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97년부터는 태국과 이웃한 공산국가 라오스에서 선교사로 일했다.

 

1696년 프랑스의 샬트르 시에서 약 4킬로미터 떨어진 러베빌 라셔날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루이 쇼베(1664∼1710년) 신부가 설립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설립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도회를 지탱해 온 근원적인 힘은 ‘성령의 은사’다. 이는 곧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영성에 근원을 둔, ‘애덕의 삶’으로 연결된다.

 

수도원 정원을 한바퀴 돌아 큰 나무 앞에 우뚝 서 있는 ‘사도 바오로 동상’을 만났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티아 2, 20). 이수녀는 “바오로 서간에 나오는 이 구절에는 그리스도 중심으로 살았던 이방인의 사도 성 바오로의 영성이 녹아 있다”며 “바오로 사도는 당신의 서간을 통해 샬트르 공동체를 예수 그리스도께 가까이 안내하고,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으로 우리를 풍요롭게 이끌어 주고 계신다”고 전했다.

 

수녀회는 2008년 ‘바오로 해’를 맞아 세계에 진출해 있는 각 관구별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특별히 공동체 차원에서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을 중심으로 기도하고, 연구하고, 묵상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준비중이다. 아울러 국제적 연대감을 갖기 위해 각 관구 공동체 구성원이 로마 총본원에 모여 40일 영성 수련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 모원을 방문하고, 바오로 사도의 전도여행 길을 따른 성지순례 등도 기획중이란다.

 

마지막 인사를 들으며 벗어나는 수도원 길목은 고요하고 평화스러웠다. 발밑에서 바스락대는 낙엽 소리가 가끔 침묵 속의 정적을 더할 뿐이었다.

 

[가톨릭신문, 2008년 1월 6일,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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