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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36: 보편 사제직 (1) 여러분은 임금의 사제단(1베드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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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1-21 ㅣ No.4368

[가톨릭 신학36] 보편 사제직 (1) : “여러분은 임금의 사제단”(1베드 2,9)

 

 

‘사제’라고 하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신부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분들은 그리스도께 부르심을 받아 성품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합니다. 즉, 강론이나 교리교육 등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그 뜻을 해석해 주며, 성사들을 집전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사제시라고 가르칩니다. 이는 성경에 근거하는데, 특히 히브리서 곳곳에서(17회) 이 호칭을 언급합니다.(히브 2,17; 3,1; 4,14-15; 5,1.9-10; 6,20; 7,26, 등등) “그분께서는 다른 대사제들처럼 날마다 먼저 자기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치고 그다음으로 백성의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으십니다. 당신 자신을 바치실 때에 이 일을 단 한 번에 다 이루신 것입니다.”(히브 7,27)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히브 9,28) 그리스도께서는 대사제이시자 제물이 되신 분입니다.

 

한편 당신 백성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거룩하게 섬기기를’(교회헌장 9항 참조) 원하신 하느님은 백성들 가운데 사람들을 선택하시어 ‘자기 형제들에게 봉사하도록’(교회헌장 18항 참조) 하셨습니다. 성품성사를 통해 주어지는 이 직무를 우리는 ‘직무 사제직’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만나는 신부님들이 이 직무를 받으신 분들이지요.

 

그런데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람만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1베드 2,9에서는 탈출 19,6을 인용하여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사제직을 받았다는 것은 묵시록에도 나옵니다.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묵시 1,6) 이 구절들에서 말하는 사제직은 성품성사를 받은 이들이 행하는 사제직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고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된 사람들 전체가 받은 사제직입니다. 이것을 ‘보편 사제직(Sacerdotium Commune)’이라고 합니다. 물론 성품성사를 통한 사제직과 수행 방식은 다릅니다.

 

가톨릭 신학에서 보편 사제직은 성경에 나오기 때문에 교부시대부터 중요하게 다루었던 주제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에게 이 단어가 생소한 것은 사실 교회 역사 때문인데요, 16세기에 있었던 루터의 교회 개혁 시도가 교회 분열로 이어지게 된 원인은 보편 사제직 개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루터는 세례받은 모든 사람이 사제직을 수행하고(개신교에서는 이것을 ‘만인 제사장직’으로 번역), 직무 사제직은 신자들이 자기들이 받은 사제직을 한 사람에게 위임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직무 사제직을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 간에는 많은 갈등과 투쟁, 전쟁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후 가톨릭교회에서는 보편 사제직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게 되었고, 거의 400년이 지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야 이 개념을 회복합니다.

 

[2023년 11월 19일(가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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