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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종교철학ㅣ사상

종이책 읽기: 관상에 이르는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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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21 ㅣ No.126

[김계선 수녀의 종이책 읽기] 관상에 이르는 묵주기도


이 ‘종이책 읽기’ 꼭지에 글을 쓰면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에서 독자들이 읽으면 좋겠고 도움이 되는 책, 양식이 되는 책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책을 선정하곤 한다. 이제 곧 책을 읽기 좋은 10월이 온다. 10월은 묵주기도 성월이자 로사리오의 성모님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함께 기도하는 달이다. 이 달에 꼭 필요한 책을 꼽으라면 「관상에 이르는 묵주기도」를 주저하지 않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단순하고 계속 반복하는 기도인 묵주기도를 통해 신앙을 깊게 하고 관상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노리치의 ‘줄리안’ 성지의 원장이었던 로버트 르웰린 신부가 성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들려주었던 묵주기도에 대한 글들, 그리고 짤막짤막한 기도 안내글로 엮인 작은 책이지만 아주 명쾌하고 쉽게 묵주기도의 방법과 의미뿐만 아니라 기도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끼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기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솔깃하고 맛깔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묵주기도는 우리에게 어린이의 단순성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 ‘작은 길’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풍요로운 보상이 주어지고 우리가 쇠약해질 때 삶에 활력을 주고, 하느님께 향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특히 기도 초심자들은 부분적으로나마 묵주기도를 통해서 반복되는 언어의 힘을 넘어서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체험을 받아들임으로써 신앙 안에서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또 이런 기도에 대한 초대가 짧으면서도 여러 예화를 들어 이해하기 쉽고 언제든지 펴볼 수 있고 다양한 묵주기도의 방법을 제시하여 묵주기도에 대한 고정관념과 틀을 벗어나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만일 당신이 기도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면 존재하는 것이 행동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행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올바른 행동은 올바른 존재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보다 겉꾸미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확고히 뿌리를 내린다면 더이상 우리 자신을 위장하지도 위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은 좋은 토양에 뿌리내린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존재의 근원입니다. 기도를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근원이신 그분 안에 뿌리내리게 됩니다.”(본문에서)

저자는 기도의 아주 쉬운 길로 안내한다. 기도란 이런 것이구나, 이렇게 우리를 하느님께로 데려다주고 그분과 일치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구나,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도에 대해 그리 어렵지 않음을 느끼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미덕이 있다.

묵주기도를 할 때 분심이나 잡념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묵주기도를 하면서 한 번쯤은 아니 그 이상 더 많이 겪었을 어려움을 보살피게 한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있는 단어나 문장을 강하게 의식하고 그것을 마음으로 끌어내리라고 말한다. 옛 스승처럼 “당신의 정신을 마음에 담아두고, 항상 하느님의 현존에 머무르십시오.”라고 조언하면서 14세기 저서인 「무지의 구름」의 관상기도 방법으로 초대한다. 즉 선택한 단어가 마음에 붙잡아 매야 하며 우리의 방패나 창이 되도록 이런 방식으로 묵주기도를 하며 성모송이나 다른 기도를 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방패로서의 기도는 유혹과 고통을 막아주고, 창으로서의 기도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다른 이를 위한 중재도구가 되게 하는 묵주기도의 좋은 점을 역설하고 있다. 묵주기도의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우선 하느님께 당신의 사랑을 단순하게 바쳐 드릴 수 있다는 것, 하느님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즉 하느님과 영혼을 일치시켜 준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참된 기도와 참된 행위는 기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00년이 넘은 주님의 기도와 성경에 나오는 각 신비들의 현의와 오래된 사도들의 신앙고백과 1500년이 된 성모송, 1000년이 된 묵주기도를 교회가 한 마음으로 드리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거대한 우주처럼 흐르는 인류의 역사 면면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묵주기도를 통해서 위로와 평화를 얻었으며,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하느님과 일치의 길을 찾았으며, 얼마나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묵주알을 돌리고 기도하면서 우리가 있는 이 시점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동스러운 기도의 역사에 나도 작은 모래알이지만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할 일인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기도하길 열망한다면 당신은 이미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기도하길 바라는가?”

당연한 귀결이지만 묵주기도를 통해 변함없이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습관을 기른다면 우리는 우울증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고 때때로 우리를 무겁게 내리 누르는 죄책감·수치심·근심·성욕·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에서 창조적인 해방을 맛보고, 육체적, 정신적 치유와 건강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노리치의 줄리안은 기도가 맺는 열매를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피조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알고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온통 선하시고
모든 것을 창조하셨으며, 당신이 만드신 모든 것을 사랑하십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위해 동료 그리스도인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은
창조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기도를 통한 관상은 달디 단 열매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누리는 자유의 길을 우리 앞에 놓아준다. 이 자유의 길로 힘차게 걸어가는 믿음을 모두를 위해 청해본다.

[월간빛, 2012년 10월호,
김계선(에반젤리나 ·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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