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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한국순교성인 본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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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9-03 ㅣ No.955

[순교자 성월 기획] 한국순교성인 본당들


순교신심 남다른 교구, 한국순교성인 본당 많아

 

 

문학진(토마스), 103위 순교 성인화(부분), 1977년 유화, 285x330cm, 서울 혜화동성당.

 

 

전국 교구 1609개 본당(2010년 12월 31일 기준)을 대상으로 한국순교성인 및 순교자를 수호성인으로 정한 본당을 조사한 결과, 주목할만한 점은 한국순교성인에 대한 관심이 크고 현양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 교구일수록 한국순교성인 본당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순교성인 본당 중에는 한국순교성인 전체를 모신 본당, 성인 2위 또는 3위를 함께 모신 본당, 프랑스 선교사 성인을 모신 본당 등 특별한 본당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순교성인을 본당 수호성인으로 정한 이유는 세례명을 정할 때처럼 신설 본당 설정일과 순교성인 축일 및 순교일이 일치 또는 비슷하거나, 관할 지역에 순교성인이 순교한 곳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교구가 한국순교성인 현양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때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한국순교성인을 모시는 비율이 높았다.

 

 

전주교구, 한국순교성인 본당 비율 가장 높아

 

전주교구는 89개 본당 중 27곳(30.3%)이 한국순교성인을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교구 평균인 18.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주교구는 1965년 12월 설립된 복자본당이 수호성인으로 '병인박해 24위 순교 가경자'를 모신 것을 시작으로 2003년 7월 미룡동본당 설립까지 본당 설립 때마다 매년 평균 30% 이상을 한국순교성인으로 정했다.

 

순교자들의 고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교구에 순교성지가 많은 데다, 순교신심이 남다른 전임 교구장 박정일(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주교 재임 기간(1982~1990)이 103위 성인이 탄생한 1984년과 맞물리면서 한국순교성인 본당이 크게 늘었다. 특히 성 정원지(베드로)ㆍ조화서(베드로)ㆍ조윤호(요셉)ㆍ정문호(바르톨로메오) 등 전주교구 숲정이성지 순교자를 수호성인으로 모신 본당이 많았다.

 

전임 교구장의 이러한 관심과 열정은 현 교구장 이병호 주교에게 이어졌다. 교구는 올 상반기 순교자 현양운동을 체계화하고 교구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구 전 본당에 순교자현양분과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전주교구 최대 순교자 현양축제인 요안루갈다제 체계적 진행과 신앙 문화유산 보존, 성지개발 등을 위해 교구 순교자 현양회인 쌍백합회를 법인화하기도 했다.

 

전주교구 천호성지 담당 김영수 신부는 "전주교구는 매년 순교자성월에 전 본당 공동체가 매 미사에 앞서 '순교자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동정부부 유중철(요한)ㆍ이순이(루갈다) 옥중 서한 필사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동정부부 삶과 신앙을 일깨우고자 청소년 순결운동을 펼치는 등 순교자 현양운동에 적극적이어서 한국순교성인 본당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기별 한국성인 본당 설립 수.

 

 

2000년 이후 한국순교성인 본당 비율 가장 높은 청주교구

 

2000년 이후에는 청주교구 관심과 노력이 눈에 띈다. 청주교구는 전체 73개 본당 중 12곳(16.4%)이 한국순교성인(순교자 포함)이어서 비율은 높지 않지만 12곳 중 83.3%인 10곳이 2000년 이후 신설된 본당이다. 1999년 장봉훈 주교가 교구장에 착좌한 이래 순교자 현양운동을 본격화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결과다.

 

12곳 본당 중에서 가경동본당(강완숙)과 덕산본당(최양업 신부)은 각각 순교자와 증거자를 수호성인으로 모신 경우다. 가장 최근에는 계명본당이 2009년 성 황석두(루카)를 수호성인으로 정했다.

 

청주교구는 본당이 신설되면 한국순교성인에 특별한 지향을 두고 교구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성인호칭기도에 나오는 한국 성인성녀 중에서 본당 수호성인을 지정하도록 권유한 결과 2000년 이후 많은 본당이 한국수호성인을 모시게 된 것이다.

 

청주교구 한 사목자는 "사제평의회와 교구청 월례회의 등을 통해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수호성인 지정에 반영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본당이 신설되는 지구 사제단 의견을 거쳐 확정한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본당

 

한국성인 본당들의 성인 선호 순위

 

 

대희년(2000년)에 신설된 서울대교구 도곡동본당은 수호성인이 '이름 모를 순교자'다. 수만 명을 헤아리는 한국의 무명 순교자 전체를 기리는 셈이다. 관할 지역 순교자를 수호성인으로 모신 본당과 기념본당도 있다. '해미 무명 순교자들'을 모시고 있는 대전교구 해미(성지)본당이 그런 경우다.

 

1866년 병인박해 100주년을 앞두고 1962년 설립된 인천교구 화수동본당은 병인박해 순교자를 기리는 '병인순교 100주년' 기념본당이며, 성 남종삼(요한) 묘소 등을 담당하는 의정부교구 야당맑은연못본당은 '교하 순교자 현양' 본당이다.

 

외국성인을 함께 모시거나 한국순교성인 2위 또는 3위를 모신 본당도 눈에 띈다. 서울 천호동본당은 성녀 안나와 성 김성우(안토니오)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대전교구 신정동본당은 성 조화서(베드로)ㆍ조윤호(요셉)를, 수원교구 비봉본당은 성 박종원(아우구스티노)ㆍ성녀 고순이(바르바라) 부부 성인을 모신다.

 

의정부교구 덕소본당은 예수부활과 정약종(아우구스티노) 가정을 수호성인으로 모시며, 대구대교구 산내본당은 성 김대건(안드레아)ㆍ정하상(바오로)을 함께 수호성인으로 두고 있다.

 

103위 성인 중 10위인 프랑스 선교사를 모시는 본당도 있다. 수원교구 상대원본당은 기해박해(1839년) 때 순교한 성 앵베르 라우렌시오(제3대 조선교구장) 주교와 성 모방ㆍ성 샤스탕 신부를 수호성인으로 모신다.

 

청주교구 옥산본당과 광주대교구 미평동본당은 성 앵베르 주교가 수호성인이며, 2010년 신설된 대전교구 신리성지본당은 성 다블뤼(제5대 조선교구장) 주교를, 수원교구 수지본당은 성 베르뇌 시메온(제4대 조선교구장) 주교를 수호성인으로 모신다.

 

한국성인을 모신 본당은 대부분 본당설정일이나 축일에 현양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하지만 본당 사목자의 의지 여부에 따라 수년째 지속적으로 봉헌해오던 월례 현양미사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안동교구 안동교회사연구소장 신대원 신부는 "한국순교성인을 수호성인으로 지정한 것은 한국교회 흐름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순교성인을 모신 본당은 본당 신설 당시 본당 신부가 역사의식을 갖고 정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민병덕 신부는 "2000년대 들어 한국순교성인 본당 설정이 감소한 것은 103위 시성 이후 성인 삶을 본받아 살아가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며 "최양업 신부와 124위 시복시성운동을 전개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 순교성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당 5곳 중 1곳, 한국순교성인 본당 수호성인으로 지정


전주교구 30.3% 으뜸… 광주 · 수원 순

 

 

한국천주교회 전국 1609개(2010년 12월 말 기준) 본당 가운데 한국순교성인을 본당 수호성인으로 지정한 본당은 모두 305곳(18.9%)으로 파악됐다.

 

이는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된 103위 한국순교성인과 현재 시복시성을 추진 중인 증거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와 124위 순교자를 모두 포함한 숫자로, 103위 순교성인을 모신 본당만 집계하면 298곳(18.5%)이다.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평화신문이 자체 조사한 결과다.

 

한국순교성인 본당 설정을 시기별로 나눠보면 1960년까지 한국순교성인(당시 순교자 또는 복자) 본당은 전국적으로 15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해 1961~1970년 28곳, 1971~1980년 26곳이 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여 1981~1990년 75곳이 늘어난 데 이어 1991~2000년에는 96곳으로 증가세가 더 확대됐다. 2001~2010년에는 65곳 증가에 그쳐 상승세는 약간 꺾인 상태다.

 

1980~1990년대 한국순교성인 본당이 크게 늘어난 것은 1984년 103위 성인 탄생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순교자 현양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순교성인 본당 비율이 가장 높은 교구는 전주교구로 조사됐다. 전주교구는 89개 본당 중 27곳(30.3%)이 한국성인을 모시고 있다. 두 번째는 광주대교구로 123개 본당 중 33곳(26.8%)이며, 세 번째는 수원교구로 195개 본당 중 49곳(25.2%)이다. 이어 원주(19.5%)ㆍ대구(19.2%)ㆍ의정부(18.8%)ㆍ안동(18.4%)교구 순이다.

 

본당 수로는 수원교구가 49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서울대교구로 모두 38곳이며, 광주대교구(33곳)ㆍ대구대교구(30곳)ㆍ전주교구(27곳)ㆍ대전교구(22곳)ㆍ부산교구(17곳)가 뒤를 이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민병덕 신부는 "1980년대 들어 한국순교성인을 모신 본당이 대폭 증가한 것은 당시 순교성인 현양운동이 크게 활기를 띠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들어 그들 삶과 신앙을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한국순교성인과 순교자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요청했다.

 

[평화신문, 2011년 9월 4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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