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회 교리서 4편 그리스도인의 기도: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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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11 ㅣ No.1622

[구역반장 월례연수] 「가톨릭 교회 교리서」 4편 그리스도인의 기도 :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 Lectio Divina)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루카 11,1)

 

 

기도란?

 

+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입니다.

 

+ 기도는 우리를 먼저 찾아오시어 ‘마실 물을 청하시는 그리스도’(요한 4,7 참조)께, 우리를 갈망하시는 그 하느님께 신앙의 응답과 사랑의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

 

+ 기도는 그리스도인이 개인적으로든 공동체적으로든 신앙인답게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의 모범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을 뿐 아니라, 당신의 사명을 이행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앞두고 항상 기도하셨습니다.(세례 때, 제자들을 부르실 때, 영광스러운 변모 때, 병자들을 고쳐 주실 때, 빵의 기적을 행하실 때, 수난 때)

 

+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또 복음 선포자로서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늘 기도해야 합니다.

 

+ 간절하게, 항구하게, 겸손하게 기도해야 합니다. ‘벗의 청을 들어주는 사람의 비유’(루카 11,5-8)처럼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께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과부의 청을 들어주는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루카 18,1-8)에서처럼 믿음에 따르는 인내를 가지고서, 지치지 말고 항구하게 기도합니다. 또한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루카 18,9-14)에서 보는 것처럼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겸손하게 기도해야 합니다.

 

+ 우리는 기도 생활 안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하느님과 사랑의 친교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 사랑 안에서 우리가 삶에서 겪는 상처와 분노를 치유 받고, 굳어진 악습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삶을 바로잡아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삶 안에서 체험하는 자비로운 사랑의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 우리는 기도 체험을 통해 하느님께서 오래전부터 우리 삶에 함께하셨음을, 그리고 지금도 함께하시고, 앞으로도 함께하실 것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기도 준비

 

+ 시간과 장소 : 기도하기 위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합니다. 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중에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할애하여, ‘하느님께 봉헌된 시간’으로 여기고, 온전히 집중하면서,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기에 적합한 침묵과 고요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알맞은 장소에서 기도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성체 안에 현존해 계시는 성당이 가장 적합한 장소입니다. 그러나 가정에도 적합한 장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 지향 :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면서 믿는 마음으로 지향을 정합니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 가정 · 사회 · 국가 · 세계 공동체와 관련한 어려움이나 필요, 또 삶 안에서 체험한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에 대한 찬미와 감사를 지향으로 둘 수 있습니다.

 

+ 기록 : 거룩한 독서를 하는 중에 특별히 마음에 와 닿은 성경 구절이나, 되새김을 하면서 지니게 된 느낌을 편안하게 쓰기 위한 기록 노트 또는 작은 수첩이나 카드를 마련합니다.

 

+ 자세 : 올바른 자세 자체가 기도는 아니지만,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가 중요합니다. 기도를 할 때 바닥에 앉을 수도 있고, 묵상틀을 이용할 수도 있고, 의자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

 

+ 거룩한 독서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맛 들이는 기도 방법입니다. 교회 전통은 ‘독서 · 묵상 · 기도 · 관상’의 네 단계로 이야기합니다. 네 단계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각각은 다른 단계들을 위해서 작용합니다. 앞 두 단계인 ‘독서’와 ‘묵상’에서는 신앙인의 능동적 측면이 강조된다면, 뒤 두 단계인 ‘기도’와 ‘관상’에서는 수동적 측면이 강조됩니다.

 

+ 거룩한 독서의 실천 원칙

 

○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고요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합니다.

 

○ 성경을 읽을 때에는 전 존재로써 읽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눈으로만이 아니라, 입으로 작게 소리 내어 읽고, 귀로 들으며, 마음으로 새겨야 합니다.

 

○ 매일 규칙적으로 읽되, 조급해 하며 많은 양을 읽으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정해진 시간까지 다 끝내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 또 읽고 있는 부분을 끝마치기 전에 다른 부분을 읽으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 성령께 도움을 청하며, 주어진 성경 본문에 온전히 집중해야 합니다.

 

○ 어떤 말씀이 마음에 와 닿으면 그것을 반복해서 되뇌도록 합니다. 그리고 새긴 말씀에 따라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 성경을 읽을 때 자기 나름의 순서를 정해 꾸준히 읽어 나가면 됩니다. 구약의 창세기부터 신약의 요한 묵시록까지 순서대로 읽을 수도 있고, 먼저 신약을 읽은 다음 구약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평일 또는 주일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 거룩한 독서의 실천

 

1. 성경 말씀을 펼칩니다.(평일이나 주일의 독서와 복음 또는 성경 통독)

 

2.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면서 믿는 마음으로 지향을 말씀드립니다.

 

3. 기도하기 위한 자세를 취합니다.

 

[의자를 이용하는 경우] ① 몸의 긴장을 풀고, 허리와 머리를 바르게 세운 다음,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하여 편안한 자세를 취합니다. ② 몸을 아주 조금씩 천천히 전후좌우로 움직이다 보면 가장 편안한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눈을 살포시 감거나 시선을 자연스럽게 한 상태로 자신의 숨을 느끼도록 합니다. ③ 자신의 의지를 사용하지 않고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천천히 호흡하는 가운데 들숨과 날숨을 느끼도록 합니다.

 

4. 성령께 이끌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5. 편안한 느낌이 들면 거룩한 독서를 시작합니다.

 

○ ‘거룩한 독서’

 

① 독서(Lectio)의 단계

: 성경 말씀을 작은 소리로 천천히 읽고 듣습니다. 이때 빨리 읽으려고 서두르지 말고, 온 마음을 다해 성경 말씀을 보고, 읽고, 듣고, 기억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합니다. 본문의 문맥, 시간과 공간의 배경(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등장인물과 그 행위(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② 묵상(Meditatio)의 단계

: 성경 말씀 중에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이 있으면 거기에서 잠시 머뭅니다. 이때 마음에 와 닿은 구절에 밑줄을 그어 표시해 둘 수 있고, 또 그 구절을 작은 소리로 천천히 반복하여 암송할 수 있습니다. 묵상 단계의 중요한 방법은 성경 구절을 기억(암기)해서 그것을 천천히 마음으로 반복하여 되씹고 되뇌는 ‘되새김’(ruminatio)입니다. 되새김을 통해 그 구절의 뜻을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마음으로 더 깊이 알아듣고 말씀이 지닌 맛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한 이 방법을 통해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우리 마음에 새겨져서 말씀의 또 다른 육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일이나 산책을 포함하여 하루 종일 말씀의 ‘되새김’ 속에서 살아감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③ 기도(Oratio)의 단계

: 묵상의 단계가 깊어져 마음 안에 말씀이 들어왔다면 이제 오늘 지금 읽고 듣고 새긴 말씀으로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알아들은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기도 하고, 깊이 탄식하기도 하고, 잘못에 대한 통회의 눈물도 흘리고, 이웃을 위한 간청도 드리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올리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말씀이 우리 안에 살아있는 말씀으로 활동하십니다.

 

④ 관상(Contemplatio)의 단계

: 관상은 인간의 노력이나 공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만 주어지는 온전한 선물입니다. 이 단계에서 인간의 말이나 생각은 아무 쓸모가 없고, 단지 하느님께서 자기 곁에 현존하시며 자신이 하느님과 함께 머물러 있음을 느낄 뿐입니다.

 

6. 마무리

 

① 거룩한 독서를 할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살펴봅니다.

 

② 거룩한 독서를 하는 중에 특별히 마음에 와 닿은 성경 구절과 자신의 실천 결심을 기록 노트 또는 작은 수첩이나 카드에 적고, 그 성경 구절을 일상에서 되새김할 결심을 합니다.

 

③ 거룩한 독서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며 마칩니다.

 

④ 그 성경 구절을 일상에서 되새김하면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룹니다.

 

⑤ 되새김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느낌을 간단히 기록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⑥ 혹시 사정이 생겨 거룩한 독서를 못한 날에는 그 이유를 적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이 자신의 영적 기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기도 생활에서 유의할 점

 

○ 기도를 방해하는 분심이나 잡념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렇게 해도 분심 또는 잡념이 일어난다면 결코 그것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선물 받은 성경 말씀을 떠올리며 되새김을 합니다. 또는 하느님께 분심과 잡념을 쫓아 달라고 간절히 청합니다.

 

○ 기도는 자기가 체험한 만큼 이해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분심이나 잡념이 드는 때라도, 또 마음의 메마름 때문에 기도에 대한 의욕이나 영적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때라도 지속적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 기도할 때 어떤 때는 잔잔하고 고요한 평화가 마음을 채울 수도 있고, 까닭 모를 기쁨이나 눈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 머무는 데에 너무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상태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듣고 새긴 하느님의 말씀을 따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 기도를 드릴 때 간혹 우리의 기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여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도하면서 꾸준히 하느님과 함께 머물러 있음으로써,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의 변화가 청원의 첫 열매입니다.

 

○ ‘성경을 읽고, 읽은 것을 믿고, 믿은 것을 전하며, 전한 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신앙인은 자신의 가정과 일터에서 그리고 사회생활 안에서 자신이 듣고 새긴 성경 말씀이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참고 문헌 : 《가톨릭 교회 교리서》(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이연학),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허성준), 《하느님을 읽는다 나를 읽는다》(최안나)

 

[길잡이, 2016년 6월호, 서울대교구 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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