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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가톨릭운동 단체를 전망한다: 총론 - 사도직 활동은 교회 발전, 쇄신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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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4

[한국교회 가톨릭운동 단체를 전망한다] (1) 총론 - 연재를 시작하며


사도직 활동은 교회 발전, 쇄신 밑거름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에 가져다 준 큰 선물 중 하나는 평신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공의회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평신도를 성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틀에서 과감히 탈피, ’성직자 수도자와는 다르지만 고유한 방법으로 교회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고 규정한다.

 

공의회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평신도는 "복음선포와 인간성화에 힘쓰며, 현세질서에 복음정신을 침투시켜 현세질서를 완성하는 활동으로서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명백한 증인이 되고, 인간구원에 이바지하므로, 이런 활동으로써 그들은 사도직을 수행한다"고 명시한다. 평신도사도직 활동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평신도사도직 활동은 교회당국의 위임과 지도 아래 행해지는 평신도의 개인적 조직적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여기에는 개인 성화와 영성 심화를 위한 개별적 신심행위는 물론 자기 주변환경을 복음화하기 위한 적극적 사도직, 즉 하느님의 정의에 입각해 공동선 증진을 위해 일하는 교회의 사회참여 운동도 포함된다. 아울러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지향하며 내적 성화를 바탕으로 교회 내적 쇄신과 선교를 위해 활동하는 신심 사도직도 내포한다.

 

평화신문은 ’한국교회 가톨릭 운동, 단체를 전망한다’는 제목의 새 기획 시리즈를 통해 신심 사도직 단체를 비롯한 한국 교회 내 다양한 사도직 운동, 단체들의 현실을 살펴보면서 시대적 변화와 상황에 맞춰 쇄신되어야 할 미래지향적 방향을 모색하고 전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총론으로 한국교회 가톨릭 사도직 운동·단체의 흐름과 유형, 한국교회 가톨릭 운동, 단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조망한다.

 

 

한국교회 사도직 활동의 흐름과 종류

 

초창기 한국 가톨릭교회의 사도직 활동은 주로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박해와 순교라는 두마디 말로 대별되는 상황에서 신자들은 목숨을 내놓는 강한 열정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도직에 충실했다.

 

종교자유가 이뤄진 이후에도 개인적 차원의 활동은 지속됐다. 일제강점기에 교회당국이 정교분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신자들의 사회참여를 엄격히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신도들은 구국의 일념으로 개인적 차원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대표적 예가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신자들의 3.1운동 참여다.

 

이후 교회내 평신도사도직 활동은 교리연구와 전교사업, 평신도들의 친목을 목적으로 전개됐다. 1930년대에는 조선 주교단의 교서에 의해 ’가톨릭 진행(Catholic Action)’이란 이름으로 가톨릭 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데, 여기에 속한 것이 성모신심 활성화를 위해 조직된 ’성모성심회’, ’성의회’, ’매괴회’ 등이다. 이후 194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교회는 여성, 청년, 교육자 등 각 계층별로 사도직 단체와 조직이 결성, 복음선교를 위한 다각도의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50~60년대에 한국 가톨릭 운동, 단체의 주역은 노동청년운동과 레지오마리애였다. 53년 도입된 레지오마리애는 한국 전쟁 직후 혼란한 한국 사회를 치유하는 방편으로 복음선교에 매진했고, 58년 창설된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J.O.C)는 노동자의 의식계발에 힘쓰는 한편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한국교회의 사도직 활동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나는 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새로운 활력을 띠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68년에 발족한 한국가톨릭 평신도사도직중앙위원회, 오늘날 한국평협이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 교회의 다양한 가톨릭 운동, 단체들이 대거 들어와 새로운 활력을 띠게 된다. 꾸르실료, 성령쇄신, M.E(메리지 엔카운터), 포콜라레(마리아사업회), M.B.W(그리스도 공동체 수련회),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등 현재 한국교회 내에서 각기 고유한 카리스마와 신심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와 운동 대부분이 공의회 이후에 도입된 것이다.

 

이들은 이미 공의회 이전부터 세계 전역에서 자생적으로 형성, 세상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평신도들의 사도직 사명을 수행하는 도구 역할을 해 온 단체들이다. 공의회는 세계 교회의 이런 흐름을 주시, 평신도사도직 활동이 복음화를 훌륭한 도구이자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소명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평신도사도직 활동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심 사도직 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운동, 단체들은 각 모임이나 회의 명칭에 걸맞게 각기 설립 정신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전개, 한국교회와 사회 복음화에 앞장서 왔다. 예를 들어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는 경제개발이라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소외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돕는 사랑을 실천, 사회 곳곳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으며, 꾸르실료는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 M.E는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간 화합과 일치에 크게 기여했다.

 

각 운동과 단체의 활동은 일차원적 시각에서 보면 개인적 성화,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등 한가지 목적만을 위한 것으로 비춰지지만 종합적 안목에서 보면 이들 모두는 각종 재료가 혼합돼 한가지의 음식물을 만들 듯 예수 그리스도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지상 명령으로 제시한 복음화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공의회가 지적하듯, 평신도사도직은 "그리스도 왕국을 전세계에 펴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하게 하며, 또한 그들을 통하여 전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향하게 하는 일"(제2차 바티칸공의회, 평신도사도직 교령 2항)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가톨릭 운동, 단체의 쇄신과 미래

 

레지오마리애,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꾸르실료, 성령쇄신, 포콜라레 등 현재 한국교회 내 운동, 단체들이 교회 쇄신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활력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교회가 오늘날 세계 교회에서도 보기 드물게 활력을 보이고 있는 데는 수많은 평신도들이 이런 운동 단체들을 통해서 힘을 얻고 이를 통해서 교회 성장과 발전에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천년기를 시작하고 있는 오늘날 이들 가톨릭 운동·단체들은 새로운 자리매김이 요청되고 있다. 그 고유한 정신(카리스마)를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부응하면서도 새롭게 적응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운동 단체들에서는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지오마리애가 선교 봉사활동에서 사회복음화를 향한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나 꾸르실료가 팀회합이나 후속 모임 등을 통해 꾸르실리스타들의 쇄신과 재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운동이나 단체들의 조직 비대화에 따른 자정과 쇄신 노력, 서로 다른 운동 단체들 간의 조화와 협력 문제, 그리고 신자들의 2~3개 단체 중복 가입 등으로 노출되는 문제 등도 새 천년기를 맞아 해결하거나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대부분의 운동 단체들이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그 본질적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우리의 문화와 정서에 부합하도록 하는 토착화 작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과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교회 사목자와 신학자들은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 땅에 복음이 전해진 지 220년에 이른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회 내 다양한 신심 사도직 활동과 단체, 운동을 외국교회에서 도입할 당시 그대로 간직할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새롭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이들은 한국교회 가톨릭 운동 단체들이 거듭 나기 위해서는 복음화라는 공통된 사명을 수행한다는 본래의 뜻에 충실, 특정한 신심이나 운동을 절대화함으로써 운동간에 배타적 사고가 생성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간 한국의 경우, 한 사목자의 말처럼 "각 운동과 단체들이 몸집 불리기와 양적 성장에 급급해 마치 자기 단체와 운동만이 구원의 도구가 되는 듯 몰두하며 다른 신심이나 단체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이나 신심을 일으킨 영적 움직임이 그리스도인의 많은 생활형태 중 ’하나’가 아니라 ’전체’라고 인식된다면 그 운동은 마치 자신이 교회 전체인 것처럼 절대화될 수 있기에 이를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회의 다양한 운동과 단체들은 교회 안에 새로운 영을 불어놓어 쇄신의 바람을 일으키려는 하느님의 섭리다. 따라서 신심 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운동은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운동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운동이나 단체들은 물론 이들을 지도하는 교회 교도권에서도 이 시대를 위한 하느님 뜻이 무엇인지를 올바로 헤아려 성령의 역사 하심에 순수한 마음으로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새  천년기를 사는 한국 교회가 교회에 영적 활력을 불어놓고 복음화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활성화하고, 각 운동과 단체들마다 고유의 카리스마를 살리는 동시에 한국사회에 적합한 운동 단체들로  새롭게 변모할 때 한국 교회의 쇄신도 가능할 것이다.

 

격주로 연재하는 ’한국교회 가톨릭 운동, 단체를 전망한다’는 교회내의 다양한 사도직 운동·단체들이 우리 교회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요청되는 복음화의 참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현실을 진단하면서 바람직한 미래 전망하면서 쇄신 방향을 해당 운동 단체들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평화신문, 2003년 5월 25일, 박주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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