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강론자료

4월 18일(주일)-부활 2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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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4-04-17 ㅣ No.635

부활 2 주일 (다해)

 

        사도 5,12-16     묵시 1,9-13.17-19       요한 20,19-31

    2004. 4. 18.

주제 : 내가 생각하는 평화란?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부활 대축일 주간을 잘 쉬고, 우리는 다시 주일에 이곳에 모였습니다.  부활이 우리 신앙인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들 각자가 정성스럽게 받아들인다면 그 말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에게 같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들 각자가 가진 마음은 보이지 않고, 우리에게는 자기 삶을 각자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부활 두 번째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를 빌어 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받아들이는 낱말의 뜻이 다르다면 오늘 복음에서 들은 평화에 대한 말도 우리들은 다르게 알아들을 것입니다.  주먹의 힘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것이 평화라고 한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듯이 힘을 먼저 쓰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은 흔히 말하듯 선제공격(先制攻擊)에 의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다지 권장하지 못할 방법입니다.  먼저 힘을 썼던 미국이 이제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U.N에 그 역할을 넘기겠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여러분이 들은 복음말씀을 생각해보고 우리 삶에서 그러한 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신지 사흘째 되던 날, 이른 아침에 무덤에 다녀왔던 몇몇 여인들이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던 날’ 저녁에 일어난 일이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날짜를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에 스승이 갑작스레 죽고 난 다음, 그리고 여인들의 놀라운 소식을 아침에 전해 듣고, 그 날 저녁이 되었을 때 ‘아직도 올바른 믿음을 갖지 못했던 제자들’은 바깥세상이 두려워 다락방에 숨어있었습니다.  이렇게 두려움에 처해있던 제자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제자들이 어떤 상황에 있을지 아셨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함께 있기’를 기원하십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평화란 돈에서 온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도 좋고, 오늘 복음에서 들을 수 있는 평화를 빌어주는 말도 좋지만, 실컷 쓸 만큼의 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입니다.  집에 잔뜩 쌓아놓고, 쓰고 싶은 만큼 쓰는 것을 평화의 시작으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혹시라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사람이 일생을 마친 뒤에 남는 것은 모아들인 것이 아니라 뿌린 것’(제라르 샨드리)이라는 격언이 우리에게는 어떻게 들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각자의 삶 곁에 무엇인가를 쌓아놓고, 그것을 지키느라고 애쓰면서 동시에 평화를 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던 예수님은 문이 닫혀있는 곳을 드나들면서 제자들에게 새로운 시각, 새로운 마음 자세,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자세를 갖도록 권고하십니다.  그것이 평화를 빌어주는 분이 보여주신 삶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은 ‘뭔가를 잔뜩 가진 마음은 평화의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찾아온 것은, 닫아놓고 잠가놓았던 문을 열지 않고 이루어진 일이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처럼 이것저것 많이 가지려하고, 내 것을 지키고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폭력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실현되지 않을 자세일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아가기는 하지만, 부활을 믿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일이 내 삶에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는 것 역시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자기들 마음을 쉽사리 열지 못했기 때문에, 제자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운 기적들을 만들어내는 제자들의 모임을 보고 감탄하기는 했을지언정 함께 하지는 못했다고 사도행전은 전하고 있습니다.  삶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도 요한이 묵시록에 적고 있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행동에 제약을 받더라도 옳은 선택이었다고 한다면 목숨이 다하기까지 충실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부활 두 번째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빌어주는 평화를 받기에 합당한 사람, 우리가 받아들여 내 삶과 만나는 이웃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해주는 평화를 받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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