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 순교자성월 순교자 현양 특별강론: 오늘날 순교, 그리스도 가치로 살자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9-29 ㅣ No.554

순교자 성월 명동 '순교자 현양 특별 강론' 지상중계 제3강 -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오늘날 순교, 그리스도 가치로 살자

 

 

한국 교회를 이끈 순교자들

 

"순교자들의 피를 밑거름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지체인 포도나무가 더욱 풍성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토마스 성인의 말씀대로 그 풍성한 결실이 바로 지금의 한국교회 모습이다.

 

한국교회의 자랑은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이다. 우리 선조들은 새로이 발견한 그리스도 진리를 앎으로써 그친 것이 아니라 삶으로써 증거하며 한국교회에 신앙의 꽃을 자생적으로 피웠다.

 

신앙의 선조들은 복음을 온 마음을 다해 받아들였다. 복음을 당시의 문화, 전통, 사고방식, 생활습관보다 우위에 놓았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영접하면서 모든 이가 형제가 되고 자매가 됐다. 당시 유교사상 아래의 신분을 넘어서 모두가 같은 아버지의 자녀이므로 평등하다는 새로운 가르침을 실천에 옮겼다.

 

이는 교회 박해를 가져왔다. 신분사회 질서에 반하는 이 진리가 나라 안에 확산됨으로써 국가 통치자들에게는 위협적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교회는 100여 년간 혹독한 박해와 시련을 받게 되었고 2만여 명의 증거자들을 통한 순교의 영광을 안았다.

 

이렇게 피로 얼룩진 역사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이유는 하느님 뜻인 그리스도의 삶을 사는 것만이 이 민족과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삶의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리스도의 진리를 피로써 증거한 그 증거의 길을 가야 한다. 교회의 바탕을 이루고 성장시킨 순교자들의 피와 정신이 퇴색돼서는 안된다.

 

 

도보성지순례를 통해 체험한 순교자의 업적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대전교구는 올해 교구설정 60주년을 맞아 순교자들이 지녔던 신앙과 사랑과 삶을 본받도록 노력하자고 마음을 모아 순교자들의 삶을 체험하기 위한 도보성지순례를 기획했다.

 

도보성지순례를 통해 신앙은 삶이고 체험이라는 사실을 깊게 깨달았다. 특히 허리가 굽어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순례를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성가를 부르던 할머니, 발톱이 모두 빠졌음에도 끝까지 순례를 완수한 신자를 통해 순교자의 뜻을 따르려는 이들의 신앙을 엿볼 수 있었다.

 

성지 방문을 통해 역사 속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순교자들의 업적을 기리며 우리 신앙을 돈독히 다져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 모든 성지가 미사성제를 올릴 수 있고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순교자들은 항상 우리가 비춰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분들이십니다"라고 하신 말씀을 새겨 성지에 한 번 가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찾아가 순교자들의 신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 상황은 피를 흘리며 복음을 증거하는 순교를 요구하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충실한 증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순교자 모습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박해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순교정신

 

오늘날 한국교회는 하느님 중심이 아닌, 자본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안일주의, 상대주의, 실질주의라는 고질적 병폐를 앓고 있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안일주의란 풍부한 물질문명의 혜택 속에 편리하게 길들여져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은 기피하는 태도다. 신앙 선조들은 육체의 안락함 속에서 신앙을 잃을까 두려워 고신극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도 안일주의에 대항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희생의 삶을 살아야 한다.

 

상대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믿음과 생활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서로가 세상을 보는 입장이 다르니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갈등을 일으킨다. 다른 형제, 자매의 이야기들을 경청하면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뤄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리주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오직 결과만을 문제 삼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이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의 이익을 위해 욕심을 채우려는 모습이다. 좋은 결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이 복음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순교, 증거의 삶이란 이 시대에 그리스도의 삶을 절대가치로 삼아 상대주의를 퇴치하고 희생을 통해 진리를 지속적으로 찾아 나가는 모습이다. 또한 진리를 실천하는 공동체의 삶, 영원을 바라볼 수 있는 그리스도의 시각이 바로 결과주의를 퇴치하는 증거의 모습이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 모든 것에 열려있게 됩니다"는 구절이 말해주듯 우리는 자신을 낮추고, 자기 자신을 부정할 때 온전히 하느님 안에 있게 된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 복음의 논리를 따라서 살게 되고 그것이 삶의 기준이 되며 하느님으로 가득찬 참된 자유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는 안일주의와 상대주의 그리고 결과주의에 대항해 오늘을 증거하며 사는 순교의 삶을 살아야 한다.

 

[평화신문, 2008년 9월 28일, 정리=이서연 기자]



67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