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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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순교자성월 순교자 현양 특별강론: 믿음의 조상 순교자들을 찾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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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9-29 ㅣ No.553

순교자 성월 명동 '순교자 현양 특별 강론' 지상중계 제2강 - 박정일 주교(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믿음의 조상 순교자들을 찾아가자

 

 

한국교회는 아직 시복ㆍ시성되지 못한 순교자와 증거자들의 시복ㆍ시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시복ㆍ시성이란 교황이 순교자나 거룩하게 일생을 산 이에게 복자나 성인 칭호를 내리는 것이다.

 

시복이 된 후에 시성이 이뤄지는데 복자는 특정 나라 또는 특정 수도회에서만 공경을 받지만 성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공경을 받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9월 20일 한국순교성인대축일에는 전 세계 성당에서 한국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한다.

 

반드시 순교를 해야지만 성인품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성인 중에는 순교는 하지 않았지만 거룩하게 사신 분도 있다. 자기가 믿는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를 순교자 혹은 치명자라 부르고, 목숨을 바치진 않았지만 거룩한 삶을 산 이를 증거자라고 한다.

 

순교자를 뜻하는 라틴어 마르띠르(martyr)의 본뜻은 '말로써 그리스도를 이야기하는 사람', 즉 증언하는 사람이다. 증언하는 사람을 순교자라 칭하는 이유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교리서는 순교를 '신앙의 진리에 대한 최상의 증거이며 죽음에까지 이르는 증거를 나타내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스도 복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은 △ 말로써 알리기 △ 행동으로써 알리기 △ 목숨을 걸고 증언하기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마지막 방법인 순교가 가장 강력한 복음전파 수단이다.

 

한국의 103위 성인은 전부 순교자지만 외국의 성인 중에는 성 프란치스코, 성녀 테레사 등 많은 증거자가 있다. 지금 시복ㆍ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124위도 최양업 신부님을 제외하곤 모두 순교자이다.

 

한국 천주교 박해역사를 살펴보면 크게 네 번의 박해(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참혹한 박해는 약 6000~7000명이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 병인박해다.

 

극심한 박해 아래서도 꿋꿋하게 박해를 이겨낸 훌륭한 조상들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100년 가까이 이어진 박해의 원인 중 하나는 당시 조선이 유교사상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유교를 믿는 이들은 천주교를 사교(邪敎)이며 나쁜 종교라고 말했다. 유교사상에서는 왕이 절대자이지만 천주교 교리는 하느님을 절대자로 믿으며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한 하느님은 창조주이며 모든 것을 주재하는 분이고 심지어 임금보다 하느님이 더 높으신 분이라고 하니 왕권중심국가인 조선에서 박해를 가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계급제도가 뚜렷한 사회에서 평등을 강조하며 양반과 하인이 함께 교리를 배우고, 남녀가 한 자리에 있는 것조차 금기시하던 사회에서 남녀가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조상제사까지 올리지 않으니 사회에서 용납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신앙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순교자들을 우리는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 그들의 시복ㆍ시성을 추진하는 이유는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본받아 살 수 있고 그들에게 전구를 청할 수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두 번의 시복식과 한 번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순교자 79명을 1925년 첫 시복한 후 1968년 24명을 더 시복해 모두 103명의 복자가 탄생했다. 103명의 복자들은 1984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때 모두 성인품에 올랐다.

 

1984년 이후에는 신유박해 순교자를 시복시성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시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3단계의 엄격한 과정이 필요한데 △ 순교자와 증거자들에 대한 역사적 자료와 문서 찾기 △ 모든 순교자와 증거자들에 대한 재판형식의 심의 △ 그들이 살았던 곳, 묘소, 감옥 시찰 등 현장조사이다.

 

이번 시복ㆍ시성 추진에서 최양업 신부님은 특별하다. 순교가 아닌 병으로 선종했지만 매우 훌륭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최양업 신부님과 같은 증거자가 시복ㆍ시성이 되려면 기적이 필요하지만 순교자들은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적이 필요 없다.

 

순교영성이란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세상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오시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정신을 지니고 사는 것을 말한다. 교회 안에 여러 가지 영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순교영성을 으뜸으로 친다.

 

순교영성을 갖기 위해서는 순교자들과 같은 믿음과 순교자들이 지녔던 삼덕(망덕, 애덕, 신덕)을 실천해야 한다. 순교영성을 늘 지니고 산다면 신앙생활은 어렵지 않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이 달을 뜻 깊게 보내며 내년 한국 103위 성인 시성 25주년을 준비하자. 순교자를 위해 바칠 수 있는 수많은 기도 중 가장 좋은 기도는 순례다. 육신의 조상뿐 아니라 믿음의 조상인 순교자들을 찾아 공경하는 시간을 갖자.

 

[평화신문, 2008년 9월 28일, 정리=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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