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성지] 성지순례의 올바른 방법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9-16 ㅣ No.1160

[커버스토리] 순례하지 않는 순례자


“성지순례, 이건 어때요?” - 성지순례의 올바른 방법



도보성지순례 중인 신자들의 모습. 성지를 향해 묵묵히 걷는 도보순례는 묵상 · 기도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밖에도 최근 성지순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계발 · 운영되고 있다.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 성지순례는 순례라는 행위를 통해 순례하는 이 스스로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특히 한국의 성지순례는 순교 영성이라는 영적 보화도 얻을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성지순례의 참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적인 준비다. 성지에 얽힌 신앙선조의 삶을 묵상하고 다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신앙유산을 이어 나가고 하느님을 향한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점검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걷기’는 이런 내적 준비 과정에 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교통수단이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는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지만 최근 ‘웰빙’, ‘힐링’ 등을 이유로 걷기가 유행하면서 도보성지순례가 성지순례 프로그램의 한 방법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적인 성지순례가 모두 ‘걷기’에서 비롯됐듯이 오로지 두 발만으로 성지를 향해 묵묵히 걷는 도보성지순례는 하느님과 순교자를 묵상하고 기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도보성지순례는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청년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순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성지의 의미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동반한다면 성지에 담긴 영성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신앙선조의 순교정신을 묵상할 수 있다. 성지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제나 안내자와 함께하는 성지순례는 성지에 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지순례를 통한 삶의 성찰이나 기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성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의미있게 성지를 순례하는 좋은 방법이다. 성지 담당사제나 성지를 연구하는 이들이 마련한 프로그램은 각 성지의 의미와 각 성지가 현양하는 성인을 체계적인 과정 속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성지만이 갖는 특징을 살린 프로그램들은 신자들이 더욱 유익한 성지순례를 하도록 이끌어 준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총무 최병조 신부는 “성지순례란 내 삶의 보속을 통해 하느님과 긴밀히 연결되고 그분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라며 “그 안에서 내적인 치유를 얻고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내 각 성지에서 도보성지순례, 지도자와 함께하는 성지순례, 성지 자체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계발,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도보성지순례

지난 2일 선포된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은 서울의 성지와 사적지를 주제에 따라 3개 코스에 걸쳐 도보성지순례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1코스 ‘말씀의 길’(가톨릭대 성신교정 성당~명동대성당) ▲ 2코스 ‘생명의 길’(가회동성당~중림동 약현성당/경기감영터) ▲ 3코스 ‘일치의 길’(절두산 순교성지~삼성산성지)로 이뤄진 이 길은 웹페이지(holyplace.catholic.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3년 동안 청년도보성지순례를 진행해 온 수원교구의 성지순례길 ‘디딤길’은 특히 청소년 신앙 생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길이다. 2011년 첫선을 보인 디딤길은 수원교구 내 14개 성지를 잇는 75개 구간으로 구성, 신자들이 자유롭게 성지순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수원교구 청소년국에서 발간한 「디딤길」 책자를 활용하면 순례할 수 있다.

제주교구는 지역사회와 협력 속에 ‘제주 성지순례길’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이미 ‘김대건 길’과 ‘하논성당 길’ 등이 개통됐으며 2015년까지 총 6개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배론 · 수리산 · 양근 · 치명자산성지 등도 성지 자체적으로 도보성지순례 코스를 개발, 순례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도자가 함께 하는 성지순례

전주교구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신앙문화유산해설사 자격과정을 마련, 151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순례객들에게 성지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설사들은 성지에 상주하며 안내하거나 순례객의 전주지역 성지순례에 동반하며 성지를 해설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내를 원하는 이들은 전주교구 신앙문화유산해설사회 카페(cafe.daum.net/jeonjudioc.guide)에서 신청하거나 전주교구청에 문의하면 된다.

대구대교구도 지난 3월 ‘교구 성지안내봉사자회’를 인준하고 봉사자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한티순교성지를 중심으로 성지안내를 하고 있으며 순례 인솔, 순례동반안내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지차원에서 전문안내자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 외국인 순례객들도 많이 찾는 절두산순교성지는 우리말뿐 아니라 영어와 일어 안내도 가능한 봉사자들을 운용하고 있다.

서소문 순교성지와 전시관을 관리하는 중림동약현본당은 청소년·어린이를 중심으로 순교자현양회를 구성, 또래의 청소년 · 어린이에게 성지를 안내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당고개 · 명례 · 미리내 · 배론 · 수원성지와 김범우 묘소,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 등도 전문안내자가 상주해 순례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성지 자체 프로그램

피정·교육 등 많은 성지 자체 프로그램이 있지만 ‘성지순례’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들도 많다.

수원성지는 ‘달빛성지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매월 첫 금요일 7시30분 수원 화성을 순례하며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야경 속에서 화성 전반에 얽힌 순교자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일을 잊고 지내는 직장인들도 성지순례를 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성거산성지는 순례객들이 산을 오르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도록 ‘등산성지순례’를 마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산자락 전체에 걸쳐 7개의 교우촌이 있었던 성거산성지를 오르며 신앙선조의 삶을 묵상하게 해준다.

탈것을 활용한 성지순례들도 눈길을 끈다. 양근성지는 ‘수상성지순례’를 운영하고 있다. 남한 강변을 따라 이어진 양근지역의 성지를 보트를 타며 순례할 수 있는 ‘수상성지순례’는 이색적인 정취와 동시에 배를 타고 남한강을 오갔던 신앙선조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차역 인근에 위치한 배론성지와 나바위성지는 철도청과 계약, 성지를 찾는 이들이 전세열차를 이용해 ‘기차성지순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자전거를 타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는 공세리성당의 프로그램도 이색적이다.
 

성지에 관한 정보, 여기서 찾아보세요!

성지순례를 준비하며 성지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성지가 어떤 곳인지, 현양하는 성인이 어떤 분인지도 찾아야 할 뿐더러 성지의 위치, 연락처, 방문가능시간, 주변 식사장소 등 필요한 정보가 산더미다.

「가족이 함께 가는 성지순례」 (오영환, 박정자/301쪽/1만5000원/가톨릭출판사)와 「한국의 성지 순교자의 발자취」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부/280쪽/2만5000원/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성지순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한 권에 모은 책이다.

인터넷으로도 성지에 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성지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순례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한국의 성지와 사적지’(http://www.paxkorea.kr)와 가톨릭인터넷 굿뉴스의 ‘한국의 성지와 사적지’(info.catholic.or.kr/holyplace) 등은 전국 각 성지의 정보를 정리한 웹사이트다.
 
[가톨릭신문, 2013년 9월 15일,
이승훈 기자]



3,39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