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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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야한 동영상을 자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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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06 ㅣ No.270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5) 야한 동영상을 자주 봅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신부님. 저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교리시간에 야한 동영상을 보거나 자위행위를 하면 꼭 고해성사를 봐야한다고 했는데, 어떤 신부님께서는 굳이 그때마다 성사를 볼 필요는 없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성사를 안 보고 영성체를 하자니 양심이 찔려서 자주 성사를 보고 있습니다. 너무 자주 성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2주일에 한 번 정도 야한거 보는 게 그렇게 큰 죄가 되리라는 생각은 안 들고, 성사는 봐야겠고, 고민 끝에 질문 드립니다.


답변

용감하게 질문을 보내주신 학생이 호소한 이슈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고민 끝에 질문을 보낸 그 용기에 제가 먼저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우선 어떤 일에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하느님의 은총체험 중의 하나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양심이 초자아(super ego)의 질책이라 보기도 하지만, 신학적으로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게 가까이 있다는 일종의 표지(標識)이며 이를 통해서 하느님이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끄시지요. 그렇기에 양심의 가책이 죄책감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자신이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아주 중요하지요.

심리학에서는 청소년 시절에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야동’에 이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자위행위’도 인간의 발달도상에서 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의 하나로 봅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에 지나친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 그러한 죄책감은 자아(ego)를 약화시키고, 심리적인 에너지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학생의 본분에서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 되기 쉽지요. 이렇게 되면, 지속적으로 나쁜 습성에 물들어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파괴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다음의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먼저, ‘야동’을 지속적으로 보는 습관에 중독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어느 정도의 악습에 빠져있는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하지요. 필요하면 청소년상담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서 악습에서 빠져나와 건강하고 떳떳한 생활습관을 길러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청소년 상담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죄책감이 심해지면 성사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형식적으로 고해소를 찾아가 습관적으로 같은 죄를 계속 고백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고백의 성사를 통해 받아야 할 하느님의 은총 대신에, 성사에 대한 회의와 자책에 빠져들기가 쉽지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 자신을 잘 아는 본당 신부님이나 면식이 있는 신부님을 찾아가서 얼굴을 맞대고 상담식 고백을 하면서, 자신의 악습이 얼마나 그 뿌리가 깊은지, 죄책감의 깊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솔직히 털어놓고 고백성사를 보시면, 신부님께서 영적으로 유익한 길로 잘 인도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신부님을 찾아가 영적상담을 겸한 고백성사를 받으시는 것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떳떳한 생활습관을 되찾고, 영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학생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 바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통로가 되고, 청소년 시절의 성에 대한 호기심이 올바른 길로 그 방향을 바로잡아 ‘자아의 신화’를 찾아나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의 용기 있는 행동자체가 이미 올바른 성장의 길로 나아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길로 들어섰다는 표지라 여겨져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축하합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9월 6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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