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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훈화1: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과 기원, 목적,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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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105

레지오 마리애 훈화 (1)


레지오 마리애 회합에서 단원들의 성화(聖化)를 위한 영적 지도자나 그 대리자의 훈화(訓話)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단원들의 성화는 레지오의 목적인 동시에 으뜸가는 실천 방법이기 때문이다([레지오 마리애 공인 교본](이후 '교본'으로 표기-편집자 주), 108면).
 
레지오 마리애의 교과서인 교본에 따르면 "훈화는 교본에 대한 해설 형식으로 하여 단원들이 교본 내용을 완전히 익히도록 해야 한다. 훈화의 가치는 매우 크며 단원들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교본, 175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영적 지도자나 그 대리자가 훈화를 교본 해설 형식으로 하는지 의문이다. 훈화에서 필자의 졸저 [레지오 마리애 교본 해설]이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져 본다.
 
아직까지 레지오 마리애의 교본 목차에 따른 훈화가 발표된 적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월간 잡지 [사목]이 필자에게 그러한 기회를 주어 감사 드린다. 교본 목차에 따른 훈화는 처음으로 시도되기에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미리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1. 명칭과 기원
 
1) 레지오 마리애의 정의와 설립 취지와 창설자
 
레지오 마리애는 신심 운동인 동시에 조직적인 활동 단체이다. 레지오 마리애가 어떤 단체인지 그 정의를 교본은 이렇게 나타내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는 가톨릭 교회가 공인한 단체로서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시며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해 설립된 군대이다." 이것을 요약하면, 레지오 마리애는 신심 활동 단체로서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시고 교회를 돕기 위해 창설된 마리아의 영적 군대이다. 이것은 설립 취지를 밝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단체의 창설자는 교본 20면에 잘 드러나 있듯이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 프랭크 더프(Frank M. Duff, 1889-1980년)이다. 그는 18세에 공무원이 되어 44세까지 공직 생활을 하였고, 24세인 1913년에 빈첸시오 아 바울로 회에 가입하여 극빈자와 소외 계층을 위해 활동하였다. 1921년에 최초의 프레시디움을 설립하여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전세계의 레지오 확장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마지막 제4회기에 평신도 참관인으로서 참여하기도 하였다.
 
교본(20면)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종 프랭크 더프 시복 청원 기도문'(월간 [레지오 마리애])에도 그의 공헌이 잘 드러나 있듯이 그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신비와 이 신비 안에서 성모 마리아가 맡으신 역할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다. 그는 이 통찰력을 이웃과 나누려는 열망과 성모님께 대한 신심을 바탕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하여 성모님이 세상을 사랑하는 실제적인 표지가 되고 평신도들이 교회의 복음화 사업에 참여하도록 길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레지오 단원들은 레지오 마리애가 어떤 단체인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하며 창설자가 하루빨리 시복되기를 바라면서 기도해야 할 것이다.
 
2)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과 기원
 
무릇 모든 단체는 명칭과 기원이 있기 마련이다. 명칭은 그 단체의 특성이나 취지를 드러낸다. '레지오 마리애'라는 명칭은 설립된 지 몇 년 후에야 결정되었기에 그 기원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프랭크 더프는 1917년 빈첸시오회 지부장이 되어 주로 극빈자와 환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였다. 1921년 8월 하순 월례회에서 남성 회원 두 명이 구호 병원의 부인 병동에서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활동한 것을 보고하였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회합 후 다과 시간에 몇몇 젊은 여성들이 부인 병동 방문은 여성들이 담당할 것을 제안하여 받아들여졌다. 별도로 여성 회원들만을 모집하여 9월 첫 수요일에 모이기로 결의하였다. 그 당시 회원들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을 공부하고 있었다.
 
마침내 1921년 9월 7일 수요일 저녁 8시,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탄 축일 전야에 영적 지도 신부와 프랭크 더프 외에 13명의 여성들이 빈첸시오 회관인 마이러 하우스(Myra House)에서 첫 회합을 가졌다. 누군가가 먼저 와서 지금의 레지오 제대 차림처럼 차려 놓았다. 그들은 성모상을 중심으로 무릎을 꿇고 빈첸시오 회합 순서대로 성령께 대한 호도와 로사리오 기도를 바쳤다. 그 다음에는 다같이 앉아서 영적 독서를 들은 다음 모임의 향후 진로와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하느님께 영광 드리는 일을 모색하였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습과 같은 레지오 마리애가 태어난 배경이다.
 
첫 번째 회합에서 단체의 이름을 '자비의 성모회'라고 정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프레시디움이었다. 초대 회장으로서 최연장자인 엘리사벳 커완(Elizabeth Kirwan)이 선출되었다. 이 단체는 치밀한 계획으로 조직된 것이 아니라 몇몇 젊은 여성의 단순한 제안으로 초자연적이고 마리아 공경의 분위기 속에서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4년 후에는 '자비의 성모회'와 같은 단체가 많아져 이 단체들의 대표 명칭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9일 기도 끝에 1925년 11월 15일 프랭크 더프의 제안으로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라는 라틴어 명칭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레지오 마리애는 '마리아의 군단'이란 뜻이다. 그는 자신의 서재에 걸려 있는 성모님 초상에서 그 명칭을 생각해 내었던 것이다.
 
프랭크 더프는 고대 로마 제국의 영토를 크게 확장한 로마 군단처럼 하느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창세기의 여인(창세 3,15 참조)인 새 하와 마리아의 강력한 군단이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이 명칭을 제안했던 것이다. 교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레지오 단원들은 충성과 덕행과 용기로써 위대한 하늘의 여왕이신 성모님께 자신을 맡기고 싶어한다. 바로 이 점이 레지오 마리애가 군대 형태로 조직된 이유이다. 이 군대의 형태는 본디 로마 군단을 본뜬 것이며 명칭도 거기서 따왔다(교본, 23면; 부록 4 참조).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자신이 소속된 단체가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배려로 초자연적이고 마리아 공경의 분위기에서 창설된 단체임을 깨닫고 자긍심을 가지고 단원으로서의 사명에 충실하자. 그리고 고대 로마 군단의 군인들처럼 용맹심, 책임감, 인내심, 지구력, 충성심 등의 철저한 군인 정신을 지니되 부드러운 마음과 태도로써 성모님과 일치하여 영적인 활동을 하기로 하자.
 

2.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聖化)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있다. 단원들은 교회의 지도에 따라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교본, 27면).
 
위에서 밝힌 레지오의 목적을 풀이해 보자.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영광이다. 하느님의 영광은 기도와 활동에 의한 단원들의 성화로써 드러난다.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은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워 확장하는 일이다.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는 반드시 교회의 지도가 따라야 한다. 여기서 교회의 지도란 해당 교구의 교구장과 본당 주임 사제의 지도를 의미하며 그들의 승인과 콘칠리움의 승인이 있을 때 레지오를 설립하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는 뜻은 하느님을 빛나게 하고 영예롭게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영광은 주님의 기도에서 잘 드러나듯이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뱀의 머리를 부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을 생각하면 과달루페 성모님이 떠오른다. 성모님은 멕시코시 변두리에 위치한 테페약(Tepeyac) 산에서 원주민 요한 디에고(Juan Diego)에게 1531년 12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 직후에 다섯 번에 걸쳐 발현하셨다. 과달루페(Guadalupe)는 '돌뱀을 쳐부순다'는 뜻이다. 그 당시에 우상 숭배가 심했지만 과달루페 성모님의 발현으로 약 800만 명에 이르는 멕시코 원주민들이 7년만에 완전히 가톨릭 교회로 개종함으로써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게 되었다. 이처럼 레지오 마리애도 영적인 무기를 가지고 뱀의 머리인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그리스도 왕국을 확장한다.
 
단원들의 성화는 기도와 활동처럼 레지오 마리애의 기본 요소이며 구원에서 필수 요소이다. 개인 성화는 자신의 구원과 직결되어 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태 16,26)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기 영혼을 잃고 구원받지 못한다면 부귀영화도 소용이 없다. 레지오 단원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 성화를 통해 자신이 구원을 받고 레지오 활동을 통해 남도 구원받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 성화의 요소에는 기도만이 아니라 활동도 포함된다. 개인 성화에는 하느님의 은총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행동 없는 믿음이 구원에서 거리가 먼 것처럼(야고 2,14 참조) 믿음에는 반드시 행동과 활동이 따라야 한다. 따라서 기도와 활동은 레지오의 목적에 필수 요소이다. 단원들이 모두 활동하는 시간에 혼자서 기도하고 있다면 개인 성화도 되지 못하고 하느님의 영광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레지오 단원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기도와 활동을 통해 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3.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지만 창설자의 정신이기도 하고 영적인 성격을 띤 군인 정신이기도 하다. 교본에서는 레지오의 정신으로서 성모님의 10가지 덕목을 나열하고 있다. 곧 겸손, 순명, 온유, 기도, 고행, 순결, 인내심, 지혜, 사랑, 믿음의 덕목이다(교본, 28면 참조). 이 덕목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 108항에서 따온 것이다.
 
이 10가지 덕목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덕행은 겸손이다. 겸손이란 자신이 하느님 앞에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겸손은 모든 덕의 기초이며 마리아께서 구세주의 모친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두 번째는 순명이다. 성모님의 순명이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는 것이다. 순명은 겸손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가브리엘 대천사의 아룀에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겸손되이 대답하신 마리아는 순명의 모델이다.
 
세 번째는 부드러움, 온유이다. 레지오 단원의 활동에는 반드시 온유함이 있어야 한다. 온유는 성령의 열매인 동시에 레지오 사도직의 특성으로서 성공의 동기가 되는 덕행이다.
 
네 번째는 기도이다. 기도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성모님의 생애는 기도로 일관되어 있다.
 
다섯 번째는 고행이다. 고행은 희생, 보속, 극기와 비슷한 뜻이다. 레지오 단원들은 예수님과 성모님이 걸어가신 고행의 길, 십자가의 길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여섯 번째는 순결이다. 순결의 덕은 육신의 순결을 의미하지만 심적, 정신적, 영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완전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마음부터 깨끗해야 한다(마태 5,8 참조).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악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로마 7,21 참조) 마음의 순결은 갈고 닦아야 한다. 단원들은 자주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마음부터 순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곱 번째는 인내심이다. 레지오 단원들은 대인 관계나 레지오 활동에서 끈기 있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끝까지 참는 사람이 성공하고 구원받기 때문이다(마태 10,22 참조).
 
여덟 번째는 천상적인 지혜이다. 천상적인 지혜는 하느님을 아는 것에 맛들이는 것이다. 마음속에 간직한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성모님이야말로 지혜의 모델이다.     아홉 번째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레지오 체계의 핵심이다. 레지오 사도직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마지막 열 번째는 믿음의 덕이다. 믿음이란 하느님의 말씀이 주는 진리에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는 것이다. 이는 주님 탄생 예고의 순간에 보여 준 성모님의 태도였다. 마리아는 신약의 첫 번째 신자였다.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처럼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믿음을 지녀야 한다.
 
교본은 레지오 정신을 나열한 후에 독일의 아우구스티노회 수사 신부인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1380-1471년)가 지은 신심서 [그리스도를 본받음](일명 [준주 성범])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성모님의 이와 같은 사랑과 믿음에 감화된 레지오는 "어떤 일이든지 모두 해 보려고 하고 할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핑계는 결코 하지 않는다"(제3권 5장 4절).
 
레지오 단원들은 영성 생활과 신앙 생활의 토대를 굳건히 해 주는 레지오의 정신 곧 창설자가 지닌 마리아의 정신을 한평생 지녀야 한다.

[사목, 2001년 2월호, 최경용(부산교구 울산 성바오로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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