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강론자료

연중 24 주일-나해-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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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0-09-16 ㅣ No.202

연중 24 주일 (나해)

 

이사야 50,5-9ㄱ    야고 2,14-18    마르 8,27-35

 2000. 9. 17.

 

주제 : 우리가 아는 하느님, 그리고 그에 알맞은 행동!!!

 

한 주간동안 비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은 학교에 가야 했을 것이고, 직장에 가시는 분들은 출근하셔야 했을 것입니다. 지난주간에 내렸던 비가 지겹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은 많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연의 현상에 대해서 그렇게 느낄 뿐, 아무것도 자기 생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저 놈의 비 언제나 그치나?’하는 푸념을 늘어놓고, 물에 차지 않도록 물건을 이리 옮겨놓고, 저리 옮겨놓는 일만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쾌청하지 않았던 한 주간을 지내고 우리는 새로운 주간을 맞았습니다. 하늘에서 찾아왔던 ’비의 신(=颱風 사오마이)’이 여러분의 실생활에 끼친 영향이 적었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사람이 처한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지금 상태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일은 그다지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연중 24주일입니다. 우리가 한 주간 동안 기억하고 살았으며 싶은 일로 우리에게 오늘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은 ’정체성’에 대한 것입니다.  나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이 세상에 무엇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처음 주어진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도록 섭리하신 하느님은 어떤 분인가?  나는 내 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을 과연 실천하고 살아가는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여러 가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에 합당한 올바른 대답, 듣고 싶은 대답이 어느 것인지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希]과 실제 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기에 사람의 생활에는 괴리(乖離)가 생기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이 보여주신 삶의 모범이 따를만한 것이라고 여기고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가리켜 ’신앙인(信仰人)’이라고 합니다. 그 신앙인이 늘 되새겨야 원초적인 물음은 ’나는 하느님을 누구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느냐?’하는 것입니다. 안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은 알아야 면장을 하고, 사람은 알아야 제대로 설 수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모른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리저리 헤매게 될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질문은 ’나는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알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그분을 드러내려고 움직이고 있는가?’입니다.

 

그런 질문은 비가 와서 우리를 괴롭히고, 사소한 돈 문제 때문에 이웃과 담을 쌓고, 때로는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해서 발끈하고 일어서는 우리의 욱하는 성질 때문에 목숨을 걸만큼 중요하게 여길지도 모를 감정문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질문입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은 시간이 가면 사그라지겠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올바른 길은 같은 과정을 밟지 않기 때문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의 맘에 드는 올바른 응답을 했던 뛰어난 제자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실제 생활에서는 그것을 올바로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예수님에게서 ’사탄’이라는 소리를 듣게됩니다. 이런 일은 우리 생활에서도 그대로 일어납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으르렁거렸고, ’머리에 뿔 달리고 엉덩이에 꼬리 달렸다고 교육시켜왔던 북한’에 대해서 이제는 ’그들과 협력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올림픽에서는 ’남한과 북한이 한 깃발아래 입장’하는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간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는 법입니다. 감정이라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거기에 잡혀서 헤매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리의 삶은 더 왜소해지고 비참해질 뿐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는 일은 어렵지만 피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운 마음으로 안을 수 있어야만 우리는 어려운 일 앞에서 흥분하지 않을 수 있고, 굳건하게 얼굴빛을 변하지 않게 하며 자신에게 닥쳐온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반드시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챙긴다는 것은 ’하느님의 든든한 나의 보호자’라는 것을 믿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럴 때라야 우리는 삶의 기준을 나 자신이나 사라져버릴 이 세상에 두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둘 수 있고 삶의 희망을 그분에게 거는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신앙은 우리에게 드러내는 힘을 줍니다.  자신의 행동을 선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기쁘게 살 수 있는 힘을 주며,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게 희망을 줍니다. 물론 우리가 올바른 신앙을 간직하려고 노력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올바른 일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찾아 나서려고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데서 시작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을 어떤 분으로 알고, 믿고, 받아들이며, 드러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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