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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1년 서울대교구장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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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1-12-18 ㅣ No.137

2001년 성탄 메시지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 올 것입니다"(이사 9,2)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새천년기의 첫번째 성탄을 맞이하여 교형 자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우리 민족과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자비가 충만하시기를 청합니다. 또한 평화의 임금이신 주님의 탄생으로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온 세상 곳곳에 하느님의 평화가 꽃 피기를 바랍니다. 

 

때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어두운 것은 밤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온갖 불의와 고통에 시달리던 이스라엘 백성도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밤에 별 하나가 유다의 땅 베들레헴의 초라한 마구간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그날 밤 천사는 목동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바로 그분을 알아보는 표이다”(루가 2,11-12).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였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상처입고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께서는 부유하셨지만 이처럼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난하게 세상에 오셨습니다(2고린 8,9 참조).   

  

평화의 임금님, 사랑의 왕께서 오늘 탄생하셨으니 우리 모두 기뻐합시다. 모든 사람이 오늘의 기쁜 잔치에 초대되었습니다.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라면 기뻐하십시오. 월계관에 가까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죄인이라면 기뻐하십시오. 죄의 용서를 받도록 초대받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믿지 않는 이라면, 그래도 용기를 내십시오. 생명에로 불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제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죽음에서 일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는 구원의 빛을 비추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사람이 되셨습니다. 이 얼마나 기쁜 소식입니까?

 

2000년 전, 인간으로 태어나신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다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고 사흘만에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구세주로서 오늘도 우리와 함께 머물러 계십니다. 앞으로도 주님께서는 영원토록 주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또 영원히 변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히브 13,8). 

 

그러나 새 천년기의 첫 해를 보내는 인류사회는 어두운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전쟁과 폭력, 긴장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에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날, 나라 사이에 칼을 빼는 일이 없어 다시는 군사 훈련을 하지 않는”(미가 4,3-4 참조) 평화로운 날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염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선포한 천사들은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 2,14) 라고 찬양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평화를 주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도 아니고 적대세력 간의 균형 유지만도 아닙니다. 평화는 정의의 실현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 사회에 부여하신 질서, 더욱 완전한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실현해야 할 그 질서의 현실화가 바로 평화인 것입니다”(사목헌장 78항). “정의는 평화를 가져옵니다”(이사 32,17). 따라서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정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도 지난 9월, 미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염려하면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기도할 것을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교회는 사랑이 증오를, 평화가 전쟁을, 진리가 거짓을, 용서가 복수를 물리치도록 기도하며 모든 사람이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교황 성하께서는 “참 평화의 두 기둥은 정의와 용서하는 사랑입니다. 만일에 정의가 없으면 평화가 없고, 용서가 없으면 정의도 없을 것입니다”(제35차 세계평화의 날 담화문) 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완전한 해방과 평화는 폭력이나 힘에 의해 이룩될 수 없습니다. 완전한 평화는 인간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가능합니다.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도 바로 모든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에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에페 2,14) 이십니다.

 

오늘 예수께서 탄생하셨듯이 우리도 죄악에 물들었던 어두운 삶을 청산하고 내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에페 4,22-24).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은 세상, 정의와 사랑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선의의 모든 사람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최우선적 책무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서 정직하고 진실된 삶, 정의롭고 성실한 삶, 나누고 섬기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에 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우리 사회의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도덕성 회복 캠페인 ‘똑바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부터 똑바로 살고자 하는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이 세상에 오신 예수께서 교형 자매 여러분과 모든 사람에게 은총과 축복을 가득 베풀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남북으로 분단된 채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이 오늘 태어나신 예수님의 축복과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전구로 하나 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도록 간구합니다. 오늘 우리는 평화의 왕이신 주님의 탄생을 다 함께 기뻐하면서 평화의 원천이신 주님께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 사는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 우리의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루가 1,79) 청하며 기도드립니다.

 

2001년 12월 25일

성탄대축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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