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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현대의 순교 이야기: 죽음보다 강한 사랑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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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9-03 ㅣ No.958

[순교자성월 특집] 현대의 순교 이야기


증오가 온 세상 덮을 때에도 죽음보다 강한 ‘사랑’ 증거

 

 

콜베 신부는 인간이 만든 지옥인 아유슈비츠 수용소에서 엄격한 금지에도 불구하고 영적 훈화·고해성사 등을 통해 사제직을 실천해 나갔으며, 희생으로 사랑을 실천했다.

 

 

라틴어의 ‘마르티리움’(martyrium), 즉 순교는 그리스어 ‘마르티리온’(martyrion)에서 비롯된 것인데, 본 의미는 ‘증언’ 또는 ‘증거’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피 흘림으로 순교자가 됨’, 즉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죽임을 당한 상태를 뜻한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를 위해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바치는 순교는 그리스도의 진리성과 그리스도에 대한 자신의 진실성을 죽음으로써 증명하는 행동이다. 그런 면에서 순교는 그리스도인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성된 단계로 평가된다.

 

2000년 역사 안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다만 예수를 고백한다는 이유로 순교의 칼을 받았다. 그러한 순교의 현장은 오늘날 세계 안에서도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현대의 순교 이야기를 다뤄본다.

 

 

새 순교자들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도교 2000년 동안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7000만 명을 헤아리며, 그중 65%에 해당하는 4550만 명이 20세기에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세기의 가톨릭 순교자들」의 저자 로버트 로열은 그런 면에서 20세기는 그리스도교 순교 역사 안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고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안토니오 소치 역시 저서 「새 순교자」를 통해 “20세기는 그리스도교 순교사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시기였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98년 11월 대희년을 선포하면서 “세상의 모든 교회는 순교자들의 증언을 기리고 그들을 열렬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현대의 순교자들이 보인 순교 정신을 되뇌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후 2000년 5월 7일 콜로세움에서 총 1만2692명의 그리스도인을 ‘신앙의 증인’으로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20세기 들어서 초세기 순교자들보다 훨씬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영웅적으로 신앙을 증거했다”고 천명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서 전쟁으로 인한 신앙의 박해를 체험했던 교황은 “나 자신이 전쟁과 강제수용소, 박해의 공포를 경험하고 혹독한 고난을 목격했다”며 “이들 신앙의 증인들은 증오가 온 세상을 덮을 때에도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설파했다.

 

대희년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꼽혔던 신앙의 증인 선포식에는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성공회 등 교파를 초월한 모든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이 망라된 명단이 발표됐고, 여기에는 나치에 의해 희생된 에디트 슈타인,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 디트리히 본 회퍼를 비롯해 1980년 산살바도르에서 살해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등이 있었다.

 

죽음마저 사랑으로 수용한 삶을 살았던 에디트 슈타인 수녀는 독일의 반 유다인 정책이 거세지면서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선종했다. 훗날 그의 덕행이 인정됐고, 1998년 10월 시성됐다.

 

 

특히 6·25 전쟁의 희생자를 중심으로 1901년 제주 신축교난 당시 사망한 가톨릭 신자 206명과 성공회 신자 6명 등 215명의 한국교회 현대 순교자도 포함됐다.

 

20세기 들어와 이른바 이 같은 ‘새 순교자’들이 대거 나타나게 된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그리고 공산주의, 나치즘, 독재정치 다양한 배경의 내전 발생 등이 그 이유다.

 

유럽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많은 이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다. 콜베 신부뿐만 아니라 1939년부터 1943년까지 100여 명의 독일인 예수회 신부들이 수용소에서 처형되는 비극이 빚어졌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주로 남미의 독재정치 하에서 순교가 이뤄졌고 러시아에서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등 과정을 통해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 등 20여 만 명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에서 순교자가 발행한 주 이유는 이슬람교와의 충돌이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인종 분쟁으로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오늘날의 순교

 

오늘날에도 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박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복합적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더욱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2년 제네바보고서는 2억 명 정도의 그리스도교인들이 단지 하느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유엔 인권선언에서 정의한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그리스도인 대상 폭력 사건으로 확인된 사망 사건이 최소 1건 이상 발생한 국가 수는 40여 개가 넘고 있다.

 

2003년 발표된 ‘도움이 필요한 교회 구호’(ACN, 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탈리아지부 보고에 따르면 2002년의 경우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1000명 가까운 그리스도인이 신앙 때문에 살해됐다. 특히 콜롬비아에서는 2002년 한 해에만 127명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살해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보였다.

 

ACN 보고서는 특히 아시아와 중동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지역 안에는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지정한 종교자유 침해 특별관심 국가 11개국 중 6개국이 들어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이 비이슬람교인들에 대해 실제적인 차별을 가하고 있다고 ACN은 밝혔다. ACN은 이때 북한에서 10만여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강제 수용소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밝혔다.

 

이슬람 폭도에 의해 희생된 파키스탄의 한 그리스도교 신자 부부가 파괴된 집 앞에서 넋을 잃고 앉아 있다.

 

 

최근 들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그리스도인과 유다인을 미워하는 것이 무슬림의 종교적인 의미로 간주되고 있으며, 인도의 가톨릭 인권단체 ‘인도가톨릭연합’에 따를 때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그리스도교인들을 상대로 한 폭력 사건이 2008년에만 200건 이상 인도에서 발생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가톨릭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납치돼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고, 1999년 독립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점령 하에서 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였다. 이외에도 세계의 화약고인 팔레스티나 지방과 가톨릭, 프로테스탄트의 뿌리 깊은 분쟁 역사를 지닌 북아일랜드에서도 신앙을 이유로 한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교황청 해외선교연구소가 발행하는 선교지 ‘몬도에미씨오네’에 의하면 전세계 독재 정권 하에서 수많은 이들이 단지 정권의 골칫거리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있으며 문제는 이 같은 희생이 단순 강도와 같은 범죄 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내 관계자들과 인권단체들은 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에는 공산주의의 부활, 민족주의의 재부상 등의 이유와 함께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무관심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의견을 펴고 있다.

 

1999년 12월 24일 대희년이 개막되면서 열린 성베드로대성당의 성문은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으로 장식돼 있었다. 순교의 역사로 일컬어지는 교회의 역사는 지금도 세계 각 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1년 9월 4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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