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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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직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눈치 보며 불만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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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1 ㅣ No.309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4)

 

 

[질문] 직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눈치 보며 불만만 늘어

 

어릴 때부터 사람들 사이에 서면 존재감이 큰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왕따’ 당하고 싶지 않아 제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보다 친구가 원하는 것을 먼저 듣고 따라주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혹시 나를 싫어할까봐 눈치를 보고, 특히 상사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려고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눈치를 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달리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잘 알지 못해서요. 제가 좀 불편한 게 낫지, 왕따를 당하거나 구박을 받는 등의 직장생활은 더더욱 싫어서 마음속에 불만과 불안이 계속 쌓이는 기분입니다.

 

 

[답변] 젊은이답게 자신감 갖고 일에 집중하는 훈련하길

 

우선 사람들 사이에 항상 ‘반짝 반짝’ 존재감이 나야 한다는 전제가 과연 그렇게 중요한지 다시 짚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얼핏 모임이나 조직에서 많은 말을 하고,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그래서 이런 저런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 반드시 그 사람 자신이나 조직에게 꼭 도움이 되는지도 가만히 관찰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멋진 옷차림, 주먹 좀 쓰는 것 같은 자세, 잘사는 집 자랑, 공부 잘한다는 허세 같은 것을 떠벌리고 다니던 친구들이 과연 지금까지 그런 존재감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을까요. 진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깊은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의외로 말이 없고, 자기주장을 안 하는 과묵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단기적으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려면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서 얼간이 노릇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빠르겠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제대로 된 성숙한 존재감을 지닌 꼭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선 현란한 말솜씨, 요란한 외모, 화려한 배경을 뽐내는 것 같은 것은 오히려 버려야 합니다. 조금 더 겸손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왕따 당하고 싶지 않아 친구가 원하는 것에만 촉각을 세우고 남들 얘기를 무조건 따라 주는 것은 그런 겸손과는 다릅니다. 그런 태도는 자신감이 없어서 자기 비하하는 것처럼 보이고, 스스로가 자신을 열등하게 간주하는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에게도 그런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상대방에게 분노를 일으킬 만한 까칠한 말만 할 필요는 없지만, 항상 좋은 말만 해서 상대방 비위만 맞추려면 과연 그런 태도가 진실한지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자신만의 의견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아예 질문이나 관심조차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같은 생각을 앵무새처럼 외는 이들보다는 자기만의 독자적인 의견을 내는 이들이 조직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때와 장소, 이슈에 따라 적절하게 자기 의견을 내는 훈련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많은 직장인들이 일을 할 때 일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사에게 인정받는지, 주변사람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상사나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계속 그런 평가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일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어 결국에는 무능한 사람 취급 받을 가능성이 더 많아집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자기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 때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나오는 것이고, 자신감이 있어야 그 분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임해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본말이 전도되어 일에는 관심이 없고 사람들의 평가에만 관심 갖는 이들의 성장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기 보다는 끊임없이 비교되고, 평가당하면서 다른 사람이 하라는 것만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돈을 많이 벌어도 누군가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한다면 주인이 아니라 노예의 삶을 사는 것이겠지요. 주인 덕에 호화로운 삶을 사는 노예가 결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왕따나 구박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다 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외되고, 자기 자신에게도 가혹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는 하되 젊은이답게 패기와 자신감을 갖고 일에 더 집중하는 훈련을 해 보는 것도 조금씩 조금씩 하게 되면서 점차 좋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10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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