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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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 하느님을 향한 표지판,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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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3-14 ㅣ No.4459

[가톨릭 신학] 하느님을 향한 표지판, 양심

 

 

영국의 한 공항에는 ‘Kiss and Ride’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는 다소 의아함을 자아냅니다. 입을 맞추고 운전을 하라니요. 도무지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설치된 장소와 문화를 고려하면 그 뜻을 알게 됩니다. 일단 이 표지판은 여행객들이 차에서 내리는 구역에 있습니다. 하차한 이들이 자신을 바래다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곳이지요. 또한 서구인들은 인사를 간단한 볼 키스로 나누곤 합니다. 결국 이 모두를 고려하면, 작별 인사가 길어지면 교통이 정체되니 ‘빨리 인사하고 운전해서 떠나라’는 의미임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표지판은 우리에게 요약된 이미지를 통해 지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올바로 읽지 못한다면 사회적 규칙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게 되지요.

 

이 비유는 그리스도교 윤리의 ‘양심’에 대한 가르침과 동일합니다. 양심은 사람들에게 윤리 의무를 제시해 주는 감각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양심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구약에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뒤 스스로 알몸임을 발견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인간의 본성에 양심이 있음을 드러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어느 역사와 문화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에게 양심을 통해 선과 악을 내밀하게 말씀하시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십니다. 그래서 보나벤투라 성인은 양심을, “하느님과 만나는 영혼의 중심 처소이므로 죄에 물들 가능성이 가장 적은 장소.”라고 언급합니다. 인간은 이 양심의 깊은 곳에서 법을 발견합니다. 이 법은 교통 표지판처럼 오로지 인간이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이에 교회는 “이 법에 복종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이며, 그러므로 양심은 가장 은밀한 핵심이며 지성소”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곳에서 인간은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세심하고 민감하게 양심을 따르는 한편, 누군가는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올바른 양심을 위해 반드시 ‘실천적 윤리 지식’(conscentia)이 있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즉 양심의 빛을 수용해 이를 적용하는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을 향한 표지판이 양심이라면 이를 식별하고 파악하는 능력과 의지 또한 있어야 합니다. 이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것으로 경험, 교육, 훈련을 통해 발달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올바른 교리 교육, 계명의 숙고, 기도를 통한 정화, 무엇보다 고해성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그렇다면 여러분의 선과 악을 구분하는 능력과 의지는 과연 어떠한지요. 조금은 부족할 수도 있고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미움과 분노, 시샘과 질투가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양심에 귀 기울이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표지판을 따라 올바로 나아가다 보면 그 목적지에는 하느님의 나라가 있을 것입니다.

 

[2024년 3월 10일(나해)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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