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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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본당순례: 은총의 별빛 아래 ‘드러내지 않음’의 미학을 간직한 용잠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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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08 ㅣ No.855

[본당순례] 은총의 별빛 아래 ‘드러내지 않음’의 미학을 간직한 용잠성당

 

 

빛의 신비를 간직한 용잠성당

 

멀리 동판저수지와 대산평야에 석양이 질 때 용잠성당은 더욱 빛이 난다. 어스름이 점점 짙어지면 성전의 바깥 등불도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고 빛의 신비를 서서히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용잠성당은 입구가 좁아 보여도 내부의 공터가 넓어서 정서적으로 차분해지는 매력이 있다. 본당주보 ‘파티마의 성모’를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볼 때 금세 성모동산을 찾을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소나무와 정원수들을 음미하다 보면 신자들의 정성과 공경의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나게 된다. 시나브로 사위가 어둑해지면 성모상은 조명과 더불어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황홀한 그 광경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침묵 속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용잠성당에서의 ‘빛의 신비’는 성당 건물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더불어 더욱 고조된다. 구룡산의 ‘용’자와 봉우리라는 의미의 ‘잠’을 합친 ‘용잠’의 의미답게, 높이 솟은 성당 건물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의 신비’를 완성한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은근히 드러내는 빛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은총과 빛의 신비에 어찌 도취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성모동산을 바라보며 묵상하고 제 자리에서 발자국을 내며 공터를 한 바퀴 돌 때, 이미 순례의 목적을 달성한다. 은총의 별빛 아래 드러내지 않음의 미학을 용잠성당의 공터에서 이미 체험하게 된다.

 

용잠본당의 평범한 매력은 박종선 갈리스도 주임 신부의 사목방침에 있다. 그것은 전례에 자주 참여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기도생활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미사참례와 영성체 속에서 회복하는 것이라 하였다. 밥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일상에서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명제이다.

 

 

숭고한 땀과 하느님의 축복 

 

정병호 라우렌시오 사목회장과 이민숙 아녜스 부회장이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부회장은 1998년 준본당 승격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용잠본당의 산증인이다. 두 사람은 용잠본당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교우 간에 응집력이 있어 협력이 잘되는 공동체라고 하였다. 본당 초기 황봉철 베드로 신부가 부임하고 나서 성전 건립 비용을 마련하던 사연이 애틋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발 벗고 나서 장터에서 꽃과 홍삼 등을 팔던 일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했다. 대구까지 올라가 판매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잠은 주임신부의 동창이 운영하는 찜질방에서 해결했다. 쪼그려 하룻밤을 보내고 지친 몸을 이끌며 기금을 마련하려고 다시 기운을 끌어 올렸던 당시였다. ‘십자가의 길’ 책자를 만들어 한 권당 삼천 원씩에 팔기로 하여 포장을 하고 우체국에서 전국 본당으로 보내어졌다. 모두들 애쓴 보람이 있었다. ‘십자가의 길’ 판매만으로도 1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났다. 그 결실이 지금의 성모동산과 넓은 성당 공터이다. 그 얼마나 신자들의 숭고한 땀과 하느님의 축복이 컸었는지 모른다.

 

 

성전 봉헌식과 인정이 넘치는 용잠본당

 

2005년에는 드디어 준공식을 거쳐 새 성전의 봉헌식이 이루어진다. 그 이전에 성당을 설계보다 작게 지으라는 교구 지시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흔히 용잠본당을 규모가 작다고 하지만 용잠본당은 그 이상의 일들을 해냈다. 2016년부터 성경필사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의 상을 받았다. 신앙생활에 대한 교우들의 집념과 합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이후로도 성경 필사를 네 바퀴째 돌고 있는 교우가 두 사람이나 있다고 한다. 또 권창현 요셉 신부 시절에는 구역별 신자들이 참여하는 성탄 예술제의 분위기가 매우 흥이 넘쳤다고 한다. 으레 성탄절이면 회상하게 되는 성극과 노래, 춤 등의 열기로 가득했다. 아녜스 부회장에 의하면 용잠리는 인근의 창원시와 진영읍과는 달리 다소 정체된 반촌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한계가, 오히려 본당 공동체의 유대와 결집력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본당의 전통을 만들게 했지 않았을까.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성모의 밤 행사가 성대하게 열려, 이웃 주민들의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기도와 성가 소리가 컸다고 했다. 용잠성당은 이렇듯 생기 넘치는 본당이다. 신자들의 살가움과 따스한 나눔이 있으며 행복한 잔치가 이어지는 우리 고유의 천주교 공동체를 무척 닮았다. 

 

 

은총의 별이 되어 빛나는 용잠본당

 

라우렌시오 사목회장은 중책을 맡고 처음에는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나면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지금은 하루하루가 감동이란다. 신자들의 합심과 한마음으로의 오롯함이 있는 용잠본당이니 힘이 생겼다. 과거에 주일학교에 나오던 많은 학생들이 이제는 외지로 떠나버리고 들어오는 인구는 적다. 그야말로 지역 특성상 겪는 어려운 점이다. 그래도 최근 코로나 시기에도 주일헌금과 교무금을 꼬박꼬박 낸 신자들과 밀렸던 금액을 완납한 교우들을 보고 놀라웠단다. 늘 허리 역할을 하는 대건회를 비롯한 신심 단체들의 역할과 활동도 한결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성당 입구 계단에서 만난 봄꽃의 향기처럼 순례의 여운은 계속되는 것 같다. 기본에 충실한 신앙생활과 교우간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용잠본당의 메시지가 찻잎 우려내듯 담박한 강점으로 다가온다. 점점 사라지는, 성당에서의 추억과 그리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용잠본당이다. 그러기에 오늘밤에도 용잠본당은 은총의 별빛 아래에서 빛난다.

 

[2022년 5월 8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가톨릭마산 4-5면, 이준호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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