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전례ㅣ미사

[축일] 전례력 돋보기: 하느님과 영원히 행복한 성녀들 - 3월 7일 성녀 뻬르뻬뚜아와 성녀 펠리치따스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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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3-22 ㅣ No.2423

[전례력 돋보기] 하느님과 영원히 행복한 성녀들 - 3월 7일 성녀 뻬르뻬뚜아와 성녀 펠리치따스 순교자 기념일

 

 

사순 시기,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의 길을 뒤따르는 여정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본래 사순 시기 평일에 오는 성인의 기념일들은 모두 선택 기념일로 지내게 되어 있습니다.(「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14항 참조) 다시 말해 사순 시기의 평일 미사가 성인들의 기념일보다 우선하기에 이 시기의 성인 기념은 일반적으로 생략되거나 간략하게 본기도만 덧붙이게 됩니다. 따라서 3월에 축일을 지내는 성인 중에 전례로 기념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감사 기도 1양식에서 성인의 전구를 구하며 성인들 이름을 부를 때나 성인 호칭기도 때에 빠지지 않는 성인이 있습니다. 바로 성녀 뻬르뻬뚜아와 성녀 펠리치따스 순교자입니다. 왜 이분들이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까요? 그리고 이 두 분은 어떤 관계일까요?

 

뻬르뻬뚜아와 펠리치따스는 로마 시대였던 2세기 말에 북아프리카 카르타고(현재의 튀니지 지방, 굉장히 융성한 도시였으나 700년 경 이슬람에 의해 파멸됨)에서 태어나 혹독한 박해로 인해 203년에 순교하였습니다. 교회의 전통적인 기도들에서 이분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이분들이 초세기의 순교자셨기 때문입니다.

 

뻬르뻬뚜아는 카르타고의 귀족이었고 펠리치따스는 그녀의 하녀였습니다. 둘은 아직 세례도 받지 않은 예비신자였으나 함께 순교하게 될 다른 신자들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됩니다. 당연히 높은 신분인 뻬르뻬뚜아의 아버지는 배교하라고 강요와 설득을 합니다. 하지만 뻬르뻬뚜아는 아랑곳않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더욱 굳건히 하며 펠리치따스와 함께 간수들의 눈을 피해 감옥 안에서 세례를 받게 됩니다. 이들이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관리들은 이제 그녀들을 혹독하게 대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펠리치따스의 뱃속에는 8개월 된 아기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임산부는 사형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펠리치따스는 아기를 출산할 때까지 감옥에서 고초를 겪었고, 아기에 대한 어머니의 정도 하느님께 봉헌하여, 출산 후 아기를 입양시킨 다음에 뻬르뻬뚜아와 함께 형장으로 나아갔다고 합니다. 3월 7일 이들의 축일에 바쳐지는 시간전례 독서기도 제2독서에는 이들의 ‘순교 사기’가 실려 있는데 이 앳된 성녀들과 동료들의 순교 행적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우리들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승리의 날이 밝아 오자 그들은 마치 천국을 향하는 듯 유쾌한 표정으로 두려움이 아닌 기쁨으로 마음 설레이며 감옥에서 원형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일 먼저 뻬르뻬뚜아가 소에 받혀 허공에 떴다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가 다시 일어서서 펠리치따스가 땅에 넘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 손으로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함께 섰다.… 군중이 순교자들의 몸이 창에 찔리는 광경을 살기에 찬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그들을 경기장 가운데로 끌어내 달라고 청했을 때, 순교자들은 자발적으로 일어나 군중이 원하는 곳으로 건너갔다.… 오, 더할 수 없이 용감하고 복된 순교자들이여! 여러분은 정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부름을 받아 간택되었습니다.

 

세상의 나이도 신앙의 나이도 얼마 되지 않았던 뻬르뻬뚜아와 펠리치따스였지만, 이들은 그 어떤 세상의 가치도 예수님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고통과 두려움을 모를 리 없었겠지만 오히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 두 분은 자신들의 이름대로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행복한 분들이 되셨습니다. 라틴어 이름 뻬르뻬뚜아(Perpetua)는 ‘영원한’이란 뜻이고, 펠리치따스(Felicitas) 는 ‘행복’이라는 뜻입니다.

 

베트남의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은 순교자를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사순 시기에 우리는 순교의 모범이신 우리 주님께서 당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우리를 위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심을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일상 안에서 주어지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타협의 유혹과 인간적인 나약함 속에서도 주님을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그분의 가르침을 소중히 끌어안고 살아가도록 성녀 뻬르뻬뚜아와 성녀 펠리치따스의 전구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월간 빛, 2024년 3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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