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3일 (화)
(녹)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성경자료

[신약] 성경 다시 보기: 지극히 화려하고 영화로운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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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3:20 ㅣ No.10127

[성경 다시 보기] 지극히 화려하고 영화로운 성전…

 

 

가톨릭 성가 69번에 나오는 노래 가사의 첫 구절입니다. 이 성가를 부를 때마다, 저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진해 중앙동성당에서 용잠성당으로 이동해 갔을 때가 2002년 무렵이었습니다. 이 성당은 설립된 지가 몇 년이 안 되어, 신자 수도 적었고 성당 규모도 작았습니다. 성당 건물은 스티로폼 판넬로 되어 있어, “성당”이라기보다는 “하꼬방”이었습니다. 사제관은 동네의 한 아파트에 전세 들어 살았습니다. 당시 주일 헌금이 대략 20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그즈음 저는 부산 신학교에 성서 강의로 출강하고 있었는데, 이 성당이 부산 신학교와 제일 가까웠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그 본당으로 보내어졌습니다.

 

어느 주일날 입당 성가를 부르는데, 이 성가 69번이 연주되었습니다. “하꼬방 성당”에서 “지극히 화려하고 영화로운 성전, 온갖 정성 다들여 주님 집 이뤘네” 이 노래를 들으며 함께 부르는 순간 마음이 너무 착잡하고 황당했습니다.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노래였습니다.

 

때마침 동창 신부 가운데 하나가 “친구야, ‘십자가의 길’을 성경 내용을 넣어 새로 하나 만들어보렴” 하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래서 “성서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이란 작은 책자를 만들고 그것을 잘 팔면, 큰돈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 계획은 이러했습니다. 그 책 한 권에 2천 원. 전국 본당에 택배로 다 보내면, 어느 정도 성당을 새로 지을 돈이 모일 것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세부 계획으로는 남한 인구가 5천만,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10%이니 5백만, 그 가운데 10명 중 1명은 책을 사리라고 보고, 전국 1천여 본당에 다 보내었습니다. 그리고 차례로 각 본당 신부님들에게 전화로 통사정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를 아는 신부님들에게는 제가 직접 전화를 하고, 저를 모르는 신부님들에게는 사목임원들을 모아 교육을 단단히 하여, 제 대신 전화를 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그 기간을 대략 10일로 잡았는데, 아이쿠나! 택배로 보낸 바로 그 이튿날부터 전국 각 본당에서 전화가 오고, 책이 되돌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골치가 아팠습니다. 택배비를 아끼기 위해 교구청 주소로 책을 보냈으니, 교구청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은, 신학교 어느 은사 신부님의 말씀이 “황 신부, 네가 그렇게 돈을 좋아하나?” 대가리가 빠개지는 것 같았고, 하늘이 노랬습니다. 하지만 동정하고 격려하는 동창 신부들도 있습니다. 계획은 10억이었지만, 결과는 4억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냥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사목 임원들과 함께, 제가 아는 동창 신부들의 그리고 아는 선배 신부님들의 본당으로. 무려 14개 본당을, 그 동냥이 4억. 우리 본당 자체에서 2억. 그것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본당의 교무금 내는 세대는 홀 할머니를 합쳐서 90세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이 모은 돈이 2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각 세대에서 평균 2백만 원 이상을 봉헌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본당과 교구청에서 보태어 준 것이 2억 정도였습니다.

 

용잠성당을 짓고 축복식을 두 주교님을 모시고 저의 “은경축” 미사를 성대하게(?) 지내고, 4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 뒤 몇 본당을 더 거치고 지금은 은퇴 생활을 하며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을 보고, 성당을 짓는다는 광고를 보면 매달 한 번은 “금일봉”을 송금하고 있습니다.

 

여건으로나, 형편으로나, 저의 의지로나, 도무지 성당을 지을 생각을 못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일을 이루었으니, 훗날 아니 지금도 이 말씀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누가 주님의 생각을 안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누가 그분의 조언자가 된 적이 있습니까?(로마 11,34)

 

[2026년 10월 11일(가해)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가톨릭마산 12면, 황봉철 베드로 신부(성사 전담 · 성서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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