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6일 (수)
(녹)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너희는 예언자들을 살해한 자들의 자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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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교회의 기도: 아버지 말씀의 놀라움으로 살아가신 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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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8-25 ㅣ No.2300

[교회의 기도] “아버지 말씀의 놀라움으로 살아가신 성모님”

 

 

지난 시간에는 예수님께서 광야의 유혹 속에서도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셨다는 사실을 함께 묵상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자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시고 아버지의 말씀을 붙드셨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어려움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데 그치지 않고, 유혹과 시련 속에서도 아버지의 말씀을 신뢰하며 그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통해 말씀을 듣는 기도에 관하여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간직하며, 그 말씀이 자신의 삶을 이끌도록 맡기신 분이셨습니다. 멕시코의 성서학자 후안 로페즈 베르가라는 『예수님의 기도』에서 예수님의 기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아버지, 제 영혼이 확장되었습니다. 저는 지극히 거룩한 어머니에게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아버지의 은총으로 가득 차 있고, 언제나 아버지의 말씀에 놀라움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 후안 로페즈 베르가라, 『예수님의 기도』, 44쪽.

 

성모님께 하느님의 말씀은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말이나 자신의 생각을 확인해 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성모님은 말씀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더라도 밀어내지 않고, 그 뜻을 찾으며 마음속에 간직하셨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을 때에도 성모님은 그 말씀을 즉시 모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라는 질문은 믿지 못하겠다는 거부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더 깊이 받아들이기 위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마침내 이렇게 응답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 대답은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닙니다. 말씀에 응답한 뒤 성모님 앞에는 베들레헴의 가난, 이집트로의 피신, 시메온이 예고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두 살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 남으셨을 때에도 성모님과 요셉은 예수님의 말씀을 곧바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루카 복음은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라고 전합니다. 성모님의 위대함은 모든 것을 즉시 이해한 데 있지 않습니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씀을 버리지 않고, 그 뜻이 드러날 때까지 마음에 간직하며 기다리신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모님은 무엇을 믿고 그렇게 기다릴 수 있었을까요? 후안 로페즈 베르가라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이 하느님의 살아 계신 영원한 말씀에서 태어났으며, 날마다 그 말씀으로 길러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 후안 로페즈 베르가라, 『예수님의 기도』, 39쪽.

 

성모님의 확신은 자신의 판단이나 강한 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모님은 자신에게 말씀하신 하느님께서 신실하시며, 아들 예수님의 삶이 언제나 아버지의 말씀 안에 있다는 사실을 믿으셨습니다. 예수님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지는 못하셨지만, 그분께서 아버지에게서 오셨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신뢰하셨습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도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도록 하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도록 이끄셨습니다. 성모님 자신이 평생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살아오셨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께 내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기도는 하느님께서 오늘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를 듣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 말씀과 복음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여기며, 그 말씀이 오늘의 나에게 새롭게 건네지는 말씀이라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말씀을 들을 때마다 놀라워하셨고, 그 말씀으로 자신의 마음이 넓어지도록 맡기셨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놀라움이 필요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말씀을 밀어내지 않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믿으며 마음속에 간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성모님의 확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데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말씀에 대한 놀라움과 그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뢰에서 나왔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모님의 이 응답이 우리의 기도가 될 때, 우리 역시 아버지 말씀의 놀라움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26년 8월 23일(가해) 연중 제21주일 가톨릭마산 4-5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청년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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