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성경자료

[신약] 말씀의 우물: 그리움과 목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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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7-01 ㅣ No.9735

[말씀의 우물] 그리움과 목마름

 

 

- 16~17세기 이탈리아 화가 안니발레 카라치의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예수님께서 야곱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건네시며,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명의 물을 약속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영적인 목마름도 육신의 목마름도 있습니다. 유다 지방을 떠나 갈릴래아로 향하시던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시카르’라는 동네에 이르시어 야곱의 우물 곁에 앉아 쉬십니다. 햇빛이 강한 정오 무렵 어떤 사마리아 여인이 그곳으로 물을 길으러 나옵니다. 여인은 매일 육신의 목마름을 달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물을 청하십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 여인은 깜짝 놀라 아룁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요한 4,9) 요한 복음사가는 짧게 상황을 설명해 줍니다.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요한 4,9)

 

당시 유다인들은 혼혈 민족인 사마리아인들을 종교적으로 부정하다고 보고 그들과의 접촉을 매우 꺼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날 열두 사도를 파견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다른 민족들에게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마태 10,5)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물을 청하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그 여인이 생수를 얻게 되었을 것이라고 아리송한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13-14)

 

예수님 계시의 말씀을 듣던 여인은 아룁니다.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시겠지요.”(요한 4,25) 이에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누구신지 명백히 선포하십니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고대 그리스어 ego eimi, ‘내가 그 사람이다’ 또는 ‘내가 존재한다’).”(요한 4,26)

 

여기서 예수님 계시의 말씀이 절정에 이릅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자신을 계시하실 때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라고 하신 계시 양식을,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하십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물동이를 놓아둔 채 마을로 달려가서 외칩니다.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사람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닐까요?”(요한 4,29) 날마다 붙들고 있던 생존의 무게보다 더 큰 기쁨, 곧 주님을 만난 기쁨이 그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의 외침 덕분에 “그 고을에 사는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믿게”(요한 4,39) 됩니다. 시카르가 복음화됩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복음 선포자가 되고,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뵙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전적으로 새롭게 됩니다. 영원성에 대한 그리움, 세상의 모든 아쉬움과 그리움을 삽시간에 다 채워주는 ‘생명수’를 얻게 된 것입니다.

 

우리 인간 영혼은 천상 주님으로부터 나와 주님께로 향하여 그분 안에서 완성에 이릅니다. 그러기에 우리 영혼의 목마름은 세상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도 사마리아 여인처럼 예수님 말씀을 듣다 보면, 결국 우리 내면의 가시지 않는 그리움과 목마름까지도 다 해소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14)

 

※ 그동안 ‘말씀의 우물’을 연재해 주신 신교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26년 6월 28일,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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