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 (수)
(백)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성경자료

[신약] 말씀의 우물: 메시아(그리스도)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6-23 ㅣ No.9716

[말씀의 우물] 메시아(그리스도)는?

 

 

- 19세기 덴마크 사실주의 화가 카를 하인리히 블로흐의 <겟세마니 동산의 그리스도(Kristus i Getsemane)>. 어둠 속에 천사가 나타나 지친 예수를 부축하며 하늘의 평안과 위로를 전달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신약성경에서 메시아(그리스도)가 누구신지를 쉽고 짧게 알려주는 구절로 다음을 꼽겠습니다. “나는 또 어좌와 네 생물과 원로들 사이에, 살해된 것처럼 보이는 어린양이 서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 어린양은 뿔이 일곱이고 눈이 일곱이셨습니다.”(묵시 5,6)

 

본디 뿔은 힘을 상징합니다. 일곱은 충만함과 구원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뿔이 일곱이니까, 수난당하여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힘으로 충만하신 분 곧 전능하신 하느님이시라는 말입니다.

 

이어서 앎을 뜻하는 눈이 일곱 개라는 말은 앎으로 충만하신 분을 상징합니다. 종합하면 요한 묵시록 5장 6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힘과 앎으로 충만하신 곧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시라고 계시하는 구절인 것이죠. 그리스도께서 누구신지(그리스도론)를 누가 이보다 더 쉽고 간결하게 묘사할 수 있겠습니까?

 

힘과 앎으로 충만한 승리자로서의 어린양은 유다교 메시아상에 상응합니다. 유다교의 메시아 대망(待望) 사상을 성취하는, 곧 모든 악을 물리치는 궁극적 승리자로서의 모습을 담은 메시아상은 성서 어디에 나올까요? 다음 두 구절이 그 답을 줍니다. “당신 종 다윗 집안에서 우리를 위하여 힘센 구원자(그리스어로 구원의 뿔)를 일으키셨습니다.”(루카 1,69)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일곱 뿔과 일곱 눈을 들어서 메시아가 누구신지를 그림을 들여다보듯이 그렇게 입체적으로 그려주는 요한 묵시록 5장 6절 말씀은 4장부터 5장에 걸쳐 드러나는 ‘천상 예루살렘 예배’에 나옵니다. 천상 예루살렘 예배의 절정, 곧 예배 끝부분에서 하느님과 어린양께 대한 찬미 노래가 다음과 같이 울려 퍼집니다. “‘어좌에 앉아 계신 분과 어린양께 찬미와 영예와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그러자 네 생물은 ‘아멘!’ 하고 화답하고 원로들은 엎드려 경배하였습니다.”(묵시 5,13-14)

 

이 천상 예루살렘 예배 장면 안에 요한 묵시록의 핵심 신학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사실 묵시록은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밝혀주는 책입니다. 묵시록 저자는 곧 수난당한 어린양으로 등장하는 예수님이 바로 구약에서 기다려오던 메시아(그리스도)이심을 밝히기 위하여, 당시 통용되던 온갖 상징과 숫자 등을 동원해 보다 쉽고 입체적으로 그 신비를 묘사합니다.

 

기원후 97년경 묵시록 저술 당시에는 천사와 황제 숭배(신격화)가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영지주의자(Gnosis)들은 육신은 경시하고 영적인 측면만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니 순수 영적인 존재인 천사들을 평가절상하는 반면, 우리 인간처럼 육체를 지니신 예수님은 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즈음에 묵시록 저자 요한이 혜성처럼 등장하여 천사의 위치를 바로잡아 줍니다.(묵시 1,1 참조) 천사는 신이 아니라 그저 예수 그리스도의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천사가 요한에게 고백합니다. “나(요한)는 … 천사에게 경배하려고 그의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러자 천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러지 마라. 나도 너와 너의 형제 예언자들과 … 같은 (하느님의) 종일 따름이다.’”(묵시 22,8-9 참조)

 

[가톨릭신문, 2026년 6월 21일,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1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