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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가정 안에서의 환대: 부부 갈등 - 남편의 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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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안에서의 환대] 부부 갈등 01 - 남편의 외도
남편의 외도는 아내를 분노와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배신감은 단순한 감정적 상처를 넘어 신체적 건강 문제로까지 번졌고, 아내에게 이혼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이혼 통보를 받고서야 남편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다. 일시적인 판단 착오였을 뿐, 가족을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아내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남편은 결심했다. 십 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아내의 태도, 어떤 시도에도 돌아오지 않는 반응, 집 안에서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 모든 것을 감당하겠노라 다짐했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솟구치는 수치심과 죄책감이었다. ‘과연 우리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그를 무너뜨렸고, 결국 그는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상담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원가족에서의 성장, 청년 시절의 꿈, 아내와의 첫 만남, 결혼, 자녀의 탄생, 사업의 성공까지. 외도 이전까지 그의 삶은 대체로 순탄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번창하고 경제적 풍요가 찾아오자, 그에게 미묘한 균열이 생겨났다. 삶에 대한 자만심,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착각. 물질적 성공은 윤리와 자기 절제의 경계를 서서히 흐릿하게 만들었고, 일회성 외도는 ‘그리 큰 잘못은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합리화시켰다.
그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무너져 내리는 아내의 모습이었다. 뒤늦은 각성이었지만, 각성이 곧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마땅한 감정이었다. 게다가 그 감정들이 그를 무너뜨리는 한, 관계 회복은 요원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내러티브 치료(Narrative Therapy; 문제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바꾸는 치료)의 관점에서는 같은 사건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갖는다. 우리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그 사건에 ‘고마움’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외도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사건을 ‘아내에게 대가 없이 잘해 줄 수 있는 영구적인 이유를 제공한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냉랭한 반응도, 무시도 이제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아내는 배신의 고통을 표현할 뿐이고, 남편은 아내의 그 상처를 묵묵히 위로하면 된다는 생각이 그를 한결 자유롭게 했다.
남편의 노력이 오랫동안 계속되자, 부부의 삶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그 사건을 고마워하기로 하자 오히려 그 사건이 그를 덜 괴롭혔다. 아내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남편의 절망감과 우울감이 머무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같은 사건이었지만, 그것에 부여한 의미가 달라지자 삶의 궤적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 이레지나 : 심리학박사, 부부가족치료전문가,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2026년 6월 7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인천주보 2면, 이레지나] 0 10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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