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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낙태를 둘러싼 법적 논란: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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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낙태를 둘러싼 법적 논란 :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1)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 같습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별히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껏 받습니다. 제가 2008년도 로마로 유학을 나갔을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습니다.
한 번은 시골 본당에 사목 체험을 나갔다가 은퇴하신 노 사제 한 분에게 봉성체를 간 일이 있었는데, 그 신부님은 저에게 집에 텔레비전이 있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불과 1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코스피 주가지수가 유례없이 상승하여 전 국민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빛나는 발전을 이룩한 순간에도 한 편에서는 인간 생명, 특별히 가장 약하고 힘없는 생명에 대한 위협과 파괴가 자행되고 있고, 특별히 그 위협은 법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입니다. 저는 앞으로 3개월간 낙태죄를 둘러싼 법적인 논란과 더불어 낙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과 법적 공백
현재 우리나라는 낙태에 대한 법적 규제가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낙태죄 규정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낙태죄 규정, 즉, 자기낙태죄(제296조 제1항)와 의사에 의한 업무상 동의 낙태죄(제270조 제1항)가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시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의 폐지를 연기하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문제가 되는 형법 조항에 대해서 개정할 것을 주문했지만 낙태죄에 대한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21년 1월 1일부로 두 조항은 폐지되었습니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에서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024년에 유튜브에 올라온 36주 된 태아의 만삭 낙태 영상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며 낙태죄의 법적 공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형법 개정의 지연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발의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몇 가지 형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었지만, 낙태 허용 주수와 처벌 규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체 입법은 무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형법 개정에 대한 부담을 피해가면서 낙태에 대한 법적 규정을 담을 수 있는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었습니다. 모자보건법은 1973년 2월 8일 제정되었는데, 이 법안은 자녀와 산모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표명하면서도 형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낙태에 대한 허용 사유를 규정하여 사실상 낙태를 합법화시킨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낙태 허용 사유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우선 임신부 본인과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 인척간의 임신 그리고 임신의 지속이 임신부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로 총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자보건법 제정 당시에는 소위 사회 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려고 하였지만, 천주교 등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사회 경제적 사유가 삭제된 법안이 제정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로 낙태를 실행한다고 해도 시행령을 통해서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 수술이 허용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22대에서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모두 4개입니다. 민주당에서 3개의 법안이 남인순, 이수진, 박주민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안되었고, 국민의 힘에서는 조배숙 의원에 의해서 모자보건법 1건과 형법 개정안 1건이 발의되었습니다. 이제 이 법안들의 내용과 문제점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인순 의원 대표 발의안(의안번호 2211448)
4개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들 가운데 가장 먼저 발의된 남인순 의원의 법안은 약물 낙태의 도입을 위해서 먼저 낙태를 가리키는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인공임신중절은 ‘수술’이라고 정의가 되어 있었다면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을 ‘인공임신중지’라는 보다 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하고 이를 ‘임신을 중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여 약물을 사용한 낙태까지도 그 범위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낙태 허용 사유를 명시한 제14조를 삭제하고 처벌 조항도 삭제하여 여성 혼자 결정하여 임신 전 기간에 걸쳐서 어떤 사유에 의해서든지 낙태가 가능한 길을 열어 놓았고, 낙태에 대한 건강 보험을 적용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안(의안번호 2211635)
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안 역시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바꾸면서 약물 낙태 도입을 허용하고 있고, 제14조 역시 여성 본인의 동의에 의해서 의사가 낙태를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제외하고 전부 삭제하였습니다. 이 법안 역시 낙태 허용 주수를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만삭 낙태가 가능한 길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으며, 낙태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수진 의원의 발의안은 특별히 임신 출산의 지원을 위한 상담 기관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상담의 여부가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안(의안번호 2215713)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안은 인공임신중절의 용어를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그 정의에서 ‘약물 투여나 수술 등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14조의 허용 사유를 전부 삭제하였으나, 여성이 의사로부터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상담사실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 역시 만삭 낙태의 길을 열어 놓았다고 볼 수 있으며, 미성년자도 보호자 동의 없이 낙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의 개정안은 낙태에 대해서 건강 보험을 적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낙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임신을 일종의 질병처럼 규정하는 것이며,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모든 국민이, 심지어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낙태에 협력하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4월호,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조교수)]
[돋보기] 낙태를 둘러싼 법적 논란 :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2)
지난 시간에 우리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들 가운데 민주당에서 발의된 3개의 법안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연재되는 가운데 또 다른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바로 진보당 소속의 손솔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217327)입니다. 손솔 의원은 모자보건법과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7328)을 발의하여 낙태에 대한 의료 보험 적용을 제안하였습니다. 손솔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은 지난 호에서 소개해드린 법안들의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바꾸고, 약물 낙태를 도입하며, 낙태 허용 사유를 삭제하였습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낙태에 의료 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한 개정안을 제안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의 개정안이 가지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잘 살펴보았습니다.
형법 개정 없는 모자보건법 개정의 문제
그런데 우리는 앞서 살펴본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이 담고 있는 내용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데 그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2019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자보건법이 아닌 형법의 낙태죄 규정에 대한 결정이었습니다. 기존의 형법 조문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문제가 되었던 형법 규정을 개정하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한 입법 공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그와 같은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 제안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형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은 낙태죄가 거의 사라진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이 약물 낙태를 도입하고, 낙태에 대한 보험적용을 하자는 것입니다. 결국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재의 입법 공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낙태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개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모자보건법만을 개정하는 것은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사실을 결정한 법은 모자보건법이 아니라 형법이기 때문입니다.
조배숙 의원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의안번호 2214037, 의안번호 2214038)
조배숙 의원의 경우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형법 개정안을 동시에 발의하면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형법 개정안에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낙태를 임신 10주 이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한 것으로 10주 이내 태아의 낙태를 처벌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이 개정안에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낙태를 강요하는 죄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였습니다.
조배숙 의원은 형법에서는 10주 이상 태아에 대한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동시에 모자보건법에서는 예외적인 상황에서의 낙태를 22주 이내로 제한하였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22주부터 모체 밖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연관됩니다.
조배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법의 보호를 “모성 및 영유아”에서 “모성 및 태아, 영유아”로 변경함으로써 태아 역시 국가의 보호 대상임을 명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낙태 허용 사유를 규정하던 제14조를 유지하면서, 낙태 허용 사유들 가운데 우생학적 사유만 삭제하고 나머지는 유지했습니다. 이는 형법으로 낙태죄를 처벌함과 동시에 제한된 조건에서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배숙 의원의 법률안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부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모든 인간이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전면적으로 낙태를 거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조배숙 의원의 법률안은 최대한 태아의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와 병원의 문제
수많은 태아의 생명과 여성들의 건강 이외에도 낙태가 합법화될 경우 초래되는 문제는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양심적 거부의 문제입니다. 만일 모자보건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서 낙태가 합법화되고 정당한 의료 행위로 인정된다면,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나 병원이 낙태를 강요당할 위험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현재 의료법 제1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①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정당한 사유 안에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 지식에 반하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해도, 낙태가 의료보험까지 적용되는 합법적인 의료행위로 규정될 경우 의사나 병원에서는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와 가톨릭 의료기관들입니다. 양심의 문제 때문에 혹은 기관의 이념에 반하기 때문에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경우, 의사나 의료기관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낙태가 허용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낙태 시술을 거부한 가톨릭 병원이 고발당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된 여러 개정안들 가운데 의사와 의료기관의 양심적 거부를 허용하는 법률안은 조배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뿐입니다. 조배숙 의원의 경우, 낙태를 거부한 의사에게 불리한 처우를 금하고 있으며, 낙태를 시행할 병원은 보건복지부에 신청하여 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입장과 현재의 상황
그렇다면, 가톨릭교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일단 분명한 것은 가톨릭교회는 모든 시기에 걸쳐서 낙태를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형법 개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에 대한 전면 금지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명시하였으며, 임신 22주를 전후로 하여 태아에 대한 보호를 달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시하였습니다. 형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합해야 하므로 전기간에 걸쳐서 낙태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형법 개정안에는 낙태가 허용되는 시기가 규정되어야 하며, 그런 면에서 교회는 어떤 협력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생명 존중에 대한 입장을 더욱 분명히 표명해야 합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5월호,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조교수)] 0 65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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