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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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 외경의 성모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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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 외경의 성모님
교회는 1월 1일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낸다. 성모송 둘째 부분도 ‘천주의 성모’라는 호칭으로 시작한다. 미사 때 우리가 기도를 청하는 ‘하느님의 어머니’는 ‘천주의 성모’의 순우리말에 해당한다. 그런데 성경에는 천주의 성모나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어머니는 언제부터, 왜 이 호칭으로 불리신 것일까? 이 호칭만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기도문이나 전례력 그리고 예술 작품들 안에서 성경이 전하지 않는 ‘마리아의 여러 호칭들과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피에타와 성모 승천 대축일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성경에는 마리아가 돌아가신 예수님을 안은 채 비탄에 잠겨 있는 장면(피에타)이나 하늘로 들어 올려지셨다는(몽소승천) 보고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마리아 신심의 기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신약 외경이 그 답들 가운데 하나다. 신약 외경에는 ‘하느님의 어머니’ 호칭도 들어있고(니코데모 복음) 주님께서 마리아의 영혼과 몸을 데리고 올라가셨다는 전승도 담겨 있다(마리아의 영면).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예비하는 듯한, ‘하느님 앞에 흠없는 마리아’라는 표현, 그리고 성모자헌이나 평생 동정 축일의 기원도 외경에서 찾을 수 있다(야고보 원복음). 이번 호부터 살피려는 것이 바로 신약 외경이 증언하는 ‘초대 교회의 마리아 신심과 공경’이다. 성모님 호칭과 성모님 축일의 근거를 신학적 논증이 아니라 신약 외경의 ‘이야기’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신약성경과 마리아
외경의 성모님을 다루기에 앞서 성경의 성모님을 먼저 살펴야 한다. 외경의 이야기들이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어머니에 대한 물음은,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라는 물음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예수님의 신원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그 어머니에 대한 질문도 따라온다. 그 질문과 답변을 복음서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마리아가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곳은 단연 예수님 탄생 및 유년기 대목이다(루카 1—2장; 마태 1—2장). 여기서 마리아는,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신 ‘주님의 어머니’(루카 1,43),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신 분(루카 1,35), 그리고 그분의 유년기를 함께 한 어머니로 묘사된다(루카 2장).
마리아는 예수님의 공생활 기간에도 등장하신다. 예수님과 함께 카나의 혼인잔치에 참석하여 예수님이 첫 기적을 일으키시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하셨다(요한 2,1-12). 그 일로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요한 2,11). 다른 장면(마르 3,31; 루카 11,27-28)에서도 드문드문 등장하던 마리아는, 결정적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장면에서 무게감 있게 등장한다. 마리아는 십자가 밑에서 그분의 죽음을 지켜보았으며 사도 요한의 어머니로 선포되셨다(요한 19,25-27). 마지막으로 예수님 승천 후 마리아는 예루살렘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함께 줄곧 기도에 전념했다(사도 1,14). 그들의 기도는 오순절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는데,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고 한다(사도 2,1-2). 그 자리에 분명 성모님도 계셨을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어머니가 언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리아는, 십자가 아래에서 요한의 어머니로 선포되신 이후 줄곧 사도들과 관계를 이어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신약 외경에서 확인하게 된다.
신약 외경과 마리아
예수 그리스도 사건에 초점을 맞춘 성경에서는 마리아의 이야기가 최소한도로만 전해지지만 신약 외경에서는 마리아가 제법 비중 있게 다뤄진다. 신약 외경은 앞에 언급한 성경의 이야기들을 확장하고 새로운 정보들을 덧붙여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만들어 전하고 있다. 신약 외경은 그리스도와 관련된 초대 교회 저작물들 가운데 정경에 들어가지 못한 작품들을 가리킨다(외경 본문은 송혜경, 「신약 외경 1」과 「신약 외경 3」에서 찾아 읽을 수 있다). 정경에 포함되지 않은 이 작품들도 초세기 교회의 삶과 믿음을 반영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신약 외경은 마리아와 관련해서 특히 의미가 깊다. (성경에 없는) 마리아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들을 모두 정확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정보들이 정경에 담긴 공적 계시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들이 신약 외경에도 담겨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호에 다룰 것은 ‘천주의 성모’ 호칭이다. 이 호칭은 ‘하느님을 낳으신 분’, ‘하느님의 어머니’를 뜻하는 그리스어 테오토코스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하느님(테오스)을 낳으신 분(토코스)’이라는 뜻의 테오토코스는, 마리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호칭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본성에 관한 질문에서 나온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이자 동시에 하느님이시기에, 마리아는 인간 예수의 어머니이시면서 동시에 하느님 예수의 어머니이시라는 뜻이다.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라 부름으로써 마리아에게서 탄생할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고백했듯이 우리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 부르는 것은 그 아들 예수님을 ‘하느님’이라고 선포하는 것(요한 20,28)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어머니는 마리아론적 호칭이라기보다는 그리스도론적 호칭이다.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마리아가 테오토코스라고 공표되기 전부터 외경에는 이를 예비하는 믿음들이 전해진다. 2세기 야고보 원복음은 이 호칭을 직접 쓰지는 않지만 예수님이 하느님임을 여러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4~5세기부터는 다양한 외경에서 테오토코스나 ‘메테르(어머니) 테우(하느님의)’가 마리아의 일반 호칭으로 사용된다(니코데모 복음). 이콘에서 성모님 위에 메테르 테우의 약자(ΜΡ ΘΥ)가 그려진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이콘 참조).
<이콘 설명> <감미로운 동정녀> 정태현 신부 - 모자의 얼굴이 맞닿아 있고 아기 예수는 어머니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 이콘은 모자간의 사랑의 감정과 손길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인성을 부각시킨 이 이콘에서도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ΜΡ ΘΥ)라 칭해진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1월호, 송혜경 비아(한님성서연구소)] 0 20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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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라는 정형화된 언어로 표현되기 훨씬 전부터 교회는 재미있는 이야기, 아름다운 문학의 형태로 마리아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고백했다. 그리고 그 고백은 기도와 전례로 이어지고 마침내 교리로 선포되기도 했다. 먼저 믿었고 나중에 교리화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믿음의 역사를 신약 외경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신약 외경을 성경과 함께 읽으면서,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올바른 삼위일체 신앙 안에서, ‘마리아’를 제대로 사랑하고 공경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