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교회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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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4: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그린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파울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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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4)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그린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파울루스> 회심을 공동체적 부르심으로 확장하며 선포
교회는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간구하는 일치 주간으로 지내며, 마지막 날인 25일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기념한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더욱 선명히 만드는 사실이 있다. 사도의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그는 타르수스 출신 유다인이자, 로마 시민권자였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8~2009년을 ‘바오로 해’로 선포하며 “바오로 사도는 로마, 그리스, 유다라는 서로 다른 세 문화의 교차점에 있던 이”로 정의한 바 있다. 그를 통해 초대 교회가 풍요로운 개방성, 문화 간 매개, 참된 보편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 다면적인 경계성은 그를 세계로 복음을 전하는 ‘이방인의 사도’로 만들었다.
이런 바오로 사도를,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이 오라토리오 <파울루스(Paulus)>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선택은 의미심장하다. 유다계이자 그리스도교인 멘델스존에게 바오로 성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었고, 독일 사회에서 유다인으로 살아가던 그의 다층적인 입지를 투영하는 거울이기도 했다.
멘델스존 가문은 부와 명예를 지닌 상류층이었지만, 그들조차 유다교 신앙을 고수하며 유다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소외와 차별 가능성에 놓인다는 것을 뜻했다. 이런 상황에서 멘델스존의 부친 아브라함은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했고, 자신의 성 멘델스존에 ‘바르톨디’를 덧붙였다. 이는 유다적 뿌리를 감추거나 최소 희석해야 했던 시대상을 암시한다. 개종은 동화에 대한 의지였지만, 완전한 편견의 종식을 뜻하지 않았다.
멘델스존의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자기 이해와 신앙은 확고했다. 그는 <파울루스>에서 자신이 존경하던 바흐의 어법, 합창과 코랄(회중이 함께 부르는 프로테스탄트-루터교 찬송 선율)로 신앙 공동체의 언어를 되살렸다. 바흐 수난곡처럼 사건은 레치타티보와 독창이 서술하고, 의미는 합창과 코랄이 노래한다. 이 지점에서, 경계인 바오로와 경계인 멘델스존은 서로를 비춘다. 한 사람의 회심이 교회의 보편성을 열었다면, 한 작곡가의 작품은 그 보편성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합창은 하나의 얼굴만 갖지 않는다. 합창과 코랄은 신앙을 말하지만, 때론 ‘투르바(turba)’, 곧 군중의 목소리가 되어 폭력과 맹목의 집단성을 토해낸다. 성 스테파노의 순교 장면에서 무리의 돌팔매질과 무자비함은 격렬한 외침으로 표현되고, 이에 협력했던 사울(회심 전 바오로)의 과거는 회심 이후 변화가 얼마나 극명한지 보여준다. 멘델스존은 개인 영웅담을 만들지 않는다. 성 바오로가 평생 온몸으로 겪어냈던 ‘공동체의 양면성’을 합창으로 드러낸다.
절정은 1부 다마스쿠스 회심 장면이다. 중요한 선택은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묘사한 방식이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는 남성 독창이 아닌 여성 합창으로 제시된다. 이는 회심을 예수님-사도의 대화로 연극 인물처럼 묘사하기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듣고 기억하는 장면으로 만든다. 이어서 합창이 “일어나라, 빛이 되어라”로 의미를 강화하고, 코랄 “깨어나라! 한 목소리가 우리를 부른다”가 놓인다.
순서는 자체로 하나의 선언이다. 회심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깨어나라”는 공동체적 부르심이며, 한 사람의 깨달음이 교회적 사건으로 확장되는 순간이 된다. 코랄 각 구절 사이에는 호른과 트럼펫, 트롬본 같은 금관악기들의 팡파르를 끼워 넣으며, ‘회심’을 교회의 공적 고백이자 선포로 전환시킨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바오로 성인에게서 믿음을 배우고, 그리스도를 배우며, 마지막으로 올바른 삶의 길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다면 바오로 사도의 회심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유다계 그리스도교인 멘델스존에게 사도는 어떤 존재였는가. 교회는 왜 공동체인가. 오라토리오 <파울루스>는 이 질문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톨릭신문, 2026년 1월 18일, 박찬이 율리안나(음악 칼럼니스트)] 0 10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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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大) 브뤼헐 작 <바오로의 회심>. 푸른 옷을 입은 바오로 사도는 화면 중앙에 있으면서도 놀랄 만큼 작게 그려진다. 축소된 인물은 회심이 한 사람의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한복판에서 공동체 전체의 시선을 재정렬하며 교회를 보편으로 열어젖히는 사건임을 암시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 에카르트 클레스만이 그린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의 초상. 출처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