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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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영성의 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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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30 ㅣ No.2228

[영성의 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보내며

 

 

어머니의 태중에서 열 달 동안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어머니와 아기를 연결하는 ‘탯줄’ 덕분이라고 합니다. 이 탯줄은 단순히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의 근본인 산소와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며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출하고, 아기의 뇌 발달과 정서적 안정에 필요한 호르몬을 전달합니다. 더욱이 어머니의 몸에서 생성된 면역 항체를 아기에게 전하여, 출생 후 아기가 굳건한 면역 체계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탯줄은 어머니의 사랑과 생명을 아기에게 고스란히 전하는 신비로운 통로인 것입니다.

 

이렇듯 지극히 순수하고 거룩해야 할 ‘생명의 전당’으로서의 태중에 대한 성찰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교의의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교황 비오 9세께서 1854년 12월 8일 회칙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Ineffabilis Deus)을 통해 이 교의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셨습니다. 이 교의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몸을 취하시어 성령의 성전이 될 마리아의 태중이 어떠한 원죄의 얼룩도 없이 순수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깊은 신앙의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초대 교회 교부들, 특히 성 이레네오께서는 마리아의 탁월한 신앙과 성덕을 인식하시며,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있어 마리아를 ‘그리스도의 동반자’로 칭하셨습니다. 이후 복자 둔스 스코투스는 마리아가 원죄에서 면제된 것은 오히려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보편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임을 역설하셨습니다. 이러한 신학적 발전과 더불어 ‘마리아 신심 시대’라 불릴 만큼 대중적인 마리아 공경이 확산되면서, 1854년 원죄 없이 잉태되신 교의 선포는 시대의 흐름과 신자들의 열렬한 염원 속에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탯줄의 신비와 마리아의 거룩함을 예수님과 연결해봅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태중에서 열 달을 지내실 때, 성모님으로부터 영양분과 산소, 그리고 귀한 항체들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나아가 성모님께서 느끼셨던 온전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시며 성장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만약 성모님께서 단 하나의 원죄라도 지니고 계셨더라면, 그 죄의 흔적과 불순함이 예수님께도 전해졌을 것입니다. 

 

따라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교리는 단순히 성모님만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거룩함과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어머니 마리아의 태중 또한 원죄로부터 자유로워야 했다는 깊고 성스러운 신앙 고백인 것입니다.

 

 

우리와 하느님을 잇는 ‘신앙의 탯줄’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자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교회의 어머니이시며 온 인류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어린이 미사 때 “성모 마리아는 누구의 어머니일까?”라는 질문에 많은 아이들이 “예수님의 엄마예요!”라고 대답하지만, 이는 100% 정답이 아닙니다. 진정한 정답은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일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한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모두 나누어주시려고, 죽음을 목전에 두신 십자가 위에서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이 사람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모두에게 천상의 어머니 마리아를 각자의 어머니로 모시고 공경과 사랑을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우리의 천상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마치 어머니가 아기에게 탯줄로 생명을 이어주듯, 우리와 하느님을 잇는 ‘신앙의 탯줄’을 통해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하느님 아버지께 전달하시고, 당신의 아들이신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자비와 사랑의 은총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전해주십니다. 이 신앙의 탯줄이 끊어지지 않고 영원히 이어져,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기도합니다.

 

다시 한번, 12월에 있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을 보내면서 이 글을 읽는 레지오 단원들이 성모님과 더욱 깊이 일치하며, 그분의 뜻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레지오 단원이 되시길 부탁드립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모두에게 신앙의 탯줄을 통한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2월호, 김태정 베드로(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 제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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