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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라파엘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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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09 ㅣ No.252

[사랑의 손길] 라파엘의집


장애아동들에게 안전한 집이 필요해요

 

 

‘라파엘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 눈이 불편한 열네 살 소년이 있었습니다. “환영합니다. 피아노 쳐 드릴게요.” 소년의 웃음은 아직 단풍 들지 않은 초록 잎처럼 청량하였고, 쇼팽의 곡을 연주했습니다. 피아노 소리가 소년의 눈동자가 되어 사방으로 잔물쳤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 ‘선행의 현장’이 아니었습니다. 제도가 멈춘 자리, 사회가 포기한 책임의 그림자였습니다. 열두 명의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한 사회적 정의의 증거처럼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취약 계층’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그 말은 어쩌면 공백을 가리기 위한 행정의 언어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보호에서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보호의 문턱조차 밟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낡고 누추한 시설 속에서 자문했습니다. ‘어디까지를 사회라 부를 수 있을까?’ 복층 구조의 좁은 계단은 휠체어를 탄 아이들에게 한 걸음의 오르막이 절벽이고, 한 층의 높이가 하늘만큼 멀었습니다. 그래서 ‘라파엘의 집’은 엘리베이터 한 대를 꿈꿉니다. 그건 편의가 아니라, 세상으로 마음껏 오르내릴 수 있는 ‘천국의 계단’입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자기 방을 원합니다. 그러나 ‘작은 방 하나’의 여유가 없습니다. 방이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나’를 허락하는 최소한의 경계입니다. 그 경계가 생긴다면, 아이들은 처음으로 ‘내가 여기 있다.’는 말을 세상에 건넬 수 있을 것입니다.

 

떠나오며 두 손으로 눈부신 가을 햇살을 한 움큼 쥐어 보고 폈습니다. 손을 빠져나간 햇살이 장마철 소나기에 젖어 곰팡이가 핀 천장과 습한 이불, 손을 잡고 방바닥을 기는 아이들의 얼굴 위에도 따뜻하게 머물길 바랐습니다. 이곳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을 사람답게 치유하려 애쓰는 마지막 자리가 되길 기도했습니다. 오늘도 ‘라파엘의 집’은 버텨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방 한 칸, 엘리베이터 한 대, 그 모든 것이 사랑의 손길로 이어질 때, 이 세상은 조금 더 천국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위의 글은 채광석 시인께서 ‘라파엘의 집’ 아이들을 위한 애타는 마음으로 작성해 주신 글입니다.

 

경복궁 인근에 자리한 ‘라파엘의 집’은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가 1986년 설립한 중증·중복 장애아동·청소년 생활 시설입니다. 40년 가까이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이제 심각하게 노후화되어, 잦은 정전과 빗물 누수,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계단 등으로 큰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365일 돌봄이 필요한 12명의 아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스스로 생활이 어렵고, 안전한 환경이 절실합니다. 지금 재건축만이 아이들의 삶을 지켜낼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축복의 대림 시기를 맞아, 아이들이 따뜻하고 안전한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이 사랑의 산타가 되어 주세요.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803-271075 (재)바보의나눔

12월 6일~2026년 1월 2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라파엘의집’을 위해 씁니다.

 

(재)바보의나눔은 하느님의 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보여주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2010년 설립된 전문 모금 및 배분 기관(특례기부금단체)입니다.

 

[2025년 12월 7일(가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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