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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출발지 사리아, 아름다운 도시 포로토마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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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출발지 사리아, 아름다운 도시 포로토마린
- 포로토마린(Portomarin) 글씨 조형물
사리아(Saria)부터 가능한 순례 증서의 조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사리아는 북서쪽 갈리시아 지방 루고주에 위치하며 역사와 신앙이 어우러진 아주 중요한 도시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110km 떨어져 있어 많은 순례자들이 여기서부터 순례길을 시작한다. 순례길의 완주 증서를 받으려면 도보 최소 100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 성당이라고 할 수 있는 산타 마리나 교회(Iglesia de Santa Marina)가 있어 순례자들이 들려 기도하는 곳이다. 순례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에 산 살바도르 수도원(Monasterio de San Salvador de Somos)도 있다. 대체로 사리아는 작은 성곽의 흔적과 중세의 다리, 옛 골목길이 남아있어 중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길가에 순례자를 위한 숙소(알베르게)와 카페, 식당이 많아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먹거리로는 문어요리(Polbo a feira), 갈리시아식 스프(Caldo gallego), 저렴하게 제공되는 순례자 메뉴(Menu del peregrino) 등이 있다. 우리 부부는 사리아에 도착해서 알베르게를 쉽게 찾았다. 깔끔하게 잘 관리한 숙소인데 예상보다 투숙객이 많지 않아 의외였다. 사리아부터 출발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베드버그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
남편이 걸어오는 내내 베드버그에 물린 자국이 가렵다고 해서 주인에게 물어봐 병원을 찾아갔다. 순례자를 위한 보건소였는지 친절하게 치료해 주며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주었다. 진료비와 약값을 물어보니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병원비가 과다하게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무료라고 하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과 친절함과 따뜻함에 감사를 드렸다. 순례자들이 베드버그 문제로 힘들어하니 병원도 많이 갈 것이다. 정부에서 이런 혜택을 주고 있으니 좀 더 편안하게 순례길을 걸어도 될 것 같다.
사리아 중심지에는 각종 상점이 있고 구시가지 쪽으로 가면 유명한 막달레나 수도원과 사리아 백작의 성곽 유적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고딕 양식의 살바도르 성당을 지나면 강가의 도로에 수많은 선술집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베드버그에 물려 병원에 가느라 일반 유적지와 성당은 가지 못했다. 남편은 마트에서 사 온 돼지고기와 감자를 넣고 찌개를 끓여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피곤했던지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남편이 식사를 차려 놓고 먹으라고 했다. 이때 먹었던 찌개가 맛이 좋았던 지 오래 기억된다.
사리아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어둠침침할 때 길을 나섰다. 이곳에서 알게 된 한국에서 온 부녀와 같이 숙소를 나섰다가 장갑을 산다고 해서 둘이 먼저 걸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오픈한 바(Bar)가 많았다. 사람들이 바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고 있다. 주변에 사리아라고 입체적으로 크게 쓴 흰 글씨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가다 보니 여러 나라 국기로 만든 장식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 우리나라 태극기도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이것은 사리아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팻말이기도 하다. 사리아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걸 실감했다. 마치 단체로 소풍 가는 것처럼 노란 화살표를 보지 않아도 순례자들만 따라가도 된다. 순례자 무리가 떼를 지어 씩씩하게 다음 목적지 방향으로 걸어갔다.
- 사리아 태극기(좌) 소풍길 같은 순례길(우)
아름다운 도시 포르토마린(Portomarin)
포르토마린 2km를 남겨두고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우리 부부는 우측을 선택했는데 내리막으로 급경사가 가파르다. 순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만한 곳으로 갈 걸 후회했다. 멀리 언덕으로 집들이 보인다. 경사진 언덕에 하얗고 아름다운 집들이다. 리오 미뇨(Rio Mino)강을 건너는 수면에 비친 포로토마린 마을 모습이 아름답다. 다시 한번 밑으로 들어가니 길게 다리로 이어진다. 다리의 길이는 350m 정도 되며 차량과 보행자가 이용할 수 있다. 흐르는 강물을 보니 머리가 어지럽다. 바람은 세차게 불고 차는 달리고 그곳을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와중에 남편은 사진을 찍자고 했지만 못 들은 척 옆도 안 보고 걸었다. 아찔함이 발길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무서움을 참고 간신히 다리를 건너오니 다시 높은 계단으로 올라간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 계단을 오르니 마을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역시 감탄을 자아내는 예쁜 풍경이다. 다행히 우리가 묵는 알베르게는 마을 초입에 있어 접수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 물의 도시 포로토마린 미뇨강(좌) 포로토마린 계단(우)
포르토마린은 1966년 저수지를 건설하면서 수몰된 중세 마을이 언덕 위로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 생겨난 마을이다. 도시를 가기 전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다리는 2차선으로 인도는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다. 다리 아래에는 중세 석조 다리가 잠겨 있다고 한다. 수몰된 중세의 다리는 산후안 기사단에 의해, 현대에는 스페인 정부 공공사업으로 건설되었다. 다리 끝에 곧추선 계단을 오르면 도시 포르토마린이 나타난다. 마을의 중심은 위쪽으로 500미터를 더 걸어가야 한다. 자갈이 깔린 중심가 루아 세랄 프랑코를 따라 쭉 걸어보면 멋진 돌기둥이 늘어서 있다. 중앙광장 구석에 관광 안내소가 있고, 한가운데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산 니콜라스 성당이 있다. 원래 위치는 저수지에 잠겨버렸고 다시 지었다. 잔잔한 호수와 어우러진 포로토마린 마을은 마치 예쁜 수채화 그림 같았다.
포르토마린(Portomarin) 마을의 성당미사 참례
저녁에는 마트에서 장을 봐서 소시지 된장국을 끓였다. 와인을 곁들여 식사했는데 잘 된 조합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우리 부부는 식사 후 언덕 위로 올라가 시청 옆에 있는 니콜라스 성당(Iglesia Fortaleza de San Nicolas)에서 미사를 드렸다. 70대 중반 두 사제의 공동 주례로 미사를 집전하였다. 산 니콜라스 성당은 12세기 말~13세기 초에 지어진 성당으로 마을이 수몰될 때 그대로 가져와 복원된 성당이다. 두꺼운 석벽과 작은 창, 성채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포로토마린 거리 모습(좌) 산 니꼴라스 성당과 내부
포로토마린은 과거의 흔적이 강바닥에 남아있고, 새로운 마을로 옮겨온 역사 덕분에 인상이 깊었다. 대략 1,5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광장 주변에는 다양한 카페와 식당, 알베르게가 있다. 광장 끝에는 정부 호스텔이 있는데 연중무휴로 4개의 방에 160개의 침대가 있으며, 개보수돼서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순례자들이 중심가에서 쇼핑하고, 바에서 음식과 술을 마시는 모습도 평화롭게 보였다. 아름다운 포르포마린은 다시 꼭 가보고 싶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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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 미카엘라는 2002년 세례받고, 2008년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Pr. 단장, Cu. 단장, Co. 부단장으로 활동하였다. 2019년 8월 남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38일간 다녀오고, 2021년 ‘사진으로 보는 우리 부부 산티아고 순례길’, 2024년 ‘열정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출간했다. 현재는 플렛폼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이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1월호, 신미영 미카엘라(청주교구 용암동성당)] 0 7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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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 100km 전 사리아
